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가장 조용하게 오는 것이
사랑이라면
나는 너를 사랑한 것이 아니다
나는 너와 전쟁을 했었다
내 사랑은 언제나 조용하고
순수한 호흡으로 오지 않고
태풍이거나
악마를 데리고 왔으므로
나는 그날부터
입술이 까맣게 타들어 가는
뜨거운 열병에 쓰러졌었다
온갖 무기를 다 꺼내어
너를 정복시키려고
피투성이가 되고 말았다
세상 사람들은 사랑을 하게 되면
가진 것 다 꺼내 주고
가벼이 온몸을 기대기도 한다는데
내 사랑은
팽팽히 잡아당긴 활시위처럼
언제나 너를 쓰러뜨리기 위해
숨 막히는 조준으로 온밤을 지새웠었다
무성한 장애를 뛰어넘으며
생애를 건 치열한 전쟁을 했었다
상처는 컸고
나는 불구가 되었으며
단 한 번의 참전으로
영원히 네 눈 속에 갇혀 버린
한 마리 포로새가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