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있었다.
모두가 나를 욕해도
나를 방패처럼 감싸주던,
아무리 남들의 시선이
거센 장대비처럼
쏟아질때 나를 막아주던,
나의 모든 비극을
단순간에 희극으로 바꿔주던 그를
내가 갖고싶어 한 발짝씩 다가갈때마다
점점 끝없이 불어나는 불신의 종말을 모른 채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늘어나는 눈덩이처럼
나를 위협하는 것을 모른 채
점점 다가가다
불현듯 스치는 불안감이
어느 순간 나에게 묻는다.
그는 너에게 봄 이었느냐
나는 답한다.
아마 봄이 었을지도.
그것이 지나간뒤 완전히 잠식될쯤,
나는 다시 생각한다.
그는 과연 나의 봄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