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앞에서 타자기를 두들기다 문득 올려다본 하늘은 파도조차 새하얗게 얼어버린 듯한 깊은 바다 같았다. 시곗바늘까지 얼어버렸는지 확인하기 위해 내뱉은 숨결은 새하얀 연기가 되어 흩어져버렸다. 자꾸만 감기는 눈을 뜨려고 애쓰며 다시 집중하기 시작한 그는 끝이 닳아버려 매끈한 타자기를 잡았다. 불규칙적인 타자기소리가 마치 빗소리같다는 우스운 생각을 하며 그는 작게 웃어보았다. 빙하마냥 영원히 녹지않을 것만 같던 검푸른 하늘의 끝자락은 어느새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