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흘리고 다니는 아이야
손 끝에 발 밑에 은하수를 담은 아이야
나는 너를 위해 기꺼이 우주가 되겠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
오직 너만 밝히는 어둠이 되겠다
<박하 별을 흘리는 아이>
그대라고 이름 붙인 빗방울들이 투신하자
내 바다가 무덤에서 드디어 말하네
사랑해
<정영 저녁>
그대가 밀어올린 물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 뿐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 속으로
꽃벌 한 마리가 날아든 것 뿐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다지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 피우는 일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김선우 내 몸 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빗소리가 마치 타박타박
내게로 뜀박질하는 넌 줄만 알고
나는 몇 번이고 뒤돌아보기 일수였다
내게 사랑은 이런 것이었고
너는 내게있어 이다지도 미련스럽고
지독했던 한 철 장마였다
<서덕준 장마>
당신 가고 나서 뒤돌아서니
어디 발 디딜 땅 한 곳 없습니다
<김용택 땅>
손 끝에 맺힌 핏방울이
말라 가는 것을 보면서
네 속의 폭풍을 읽기도 하고
때로는 봄볕이 아른거리는 뜰에
쪼그려 앉아 너를 생각하기도 한다
대체 나는 너를 기다리는 것인가
오늘은 비명 없이도 너와 지낼 수 있을 것 같아
나 너를 기다리고 있다 말해도 좋은 것인가
제 죽음에 기대어 피어날 꽃처럼, 봄뜰에서
<나희덕 고통에게 1 중>
제발 두려워하지 말고
두 팔로 나를 안아
이것이 재난이라고 해도
너를 원해
<전경린 메리고라운드 서커스 여인 중>
부를 때마다 달려가
기꺼이 몸을 열어 사랑해
눈물이 핑 돌 정도로 명랑해
의심도 질문도 없어
<김박은경 열광하는 너와 나>
너의 이름은 뼈아픈 비밀과 같고
나는 결코 '너'라는
단 하나의 이름에 닿을 수 없다
너의 영혼과 삶을
정확하게 요약하는 이름은 없다
이름은 불가능하지만
또한 불가피하다
너에게 꼭 어울리는 이름은 없다
<이광호 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