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한때 칼날 같은 사랑을 품고 있었다
사랑 같은 칼날이었는지도 모른다
당신이 내게 내민 것이
사랑인 줄 알고 품었으나
칼날인 적도 있었고
칼날인 줄 알고 피했는데
사랑인 적도 있었다
<황경신 반짝반짝 변주곡 중>
몇 번의 안부를 묻던 꽃향기 짙은 기억들
맨몸으로 이별의 하중을 가까스로 견딜 무렵
오래 함구하던 슬픔 위로
달이 무너진다
<이현서 하현 중>
너여야지
나를 망가뜨리는 것은
너여야지
너밖에 없으니까
네가 해야지
<황정은 계속해보겠습니다 중>
처음 만났던 날부터 당신을 조각내었다
함께 떠나고 싶었기 때문에
당신을 온전히 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매일 밤 당신을 잘라내었다
그리고 울었다
<곽은영 불한당들의 모험 10 중>
기억은 점점 희박해지고
희박해지는 만큼 더 질겨진다
기억은 나를 아주 먼 곳으로 데려간다
나에게는 없는 너에게로
<나희덕 굴광성의 기억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