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랜더스의 통합우승 후 열린 축승회, 장기자랑 참여를 신청한 이태양이 단상 위에 섰다. 선곡은 남진의 '둥지'. 마이크를 잡은 이태양이 말했다. "제가 FA인데요, 여기에 둥지를 틀고 싶은 마음으로 이 노래를 하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예민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먼저 꺼낼 수 있었던 건 서로가 비즈니스만으로 얽힌 경직된 사이가 아니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노래를 맛깔나게 소화한 이태양의 무대에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고, 정용진 구단주도 '둥지를 틀겠다'는 이태양의 노래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날 이태양은 뜨거운 박수 속에 장기자랑 1등을 차지했다. 하지만 SSG의 샐러리캡이 찰대로 찬 상황에서 이태양의 잔류가 쉽지 않을 거라는 건, 이태양을 포함한 행사장 안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을 터였다. 2년 반 전, 트레이드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이태양이 새로운 팀에 적응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한화에서만 10년을 뛴 그는 인천에 연고가 전혀 없었다. 가족을 대전에 두고 홀로 인천에 올라와 외로움과도 싸워야 했다. 팀 분위기가 그리 좋지만은 않았던 2020년, '굴러온 돌'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했다. 그래도 "어디서나 야구하는 건 똑같다"고 마음에 새기고, 차차 팀에 녹아들었다. 2020년과 2021년, 그리고 2022년까지 9위에서 우승팀으로 올라선 SSG 마운드에는 이태양이 있었다. 특히 올해에는 팀 상황에 따라 선발과 구원을 수없이 오갔다. 한 번도 쉽지 않은 보직 이동을 몇 번이나 하면서 팀에 헌신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정이 붙었다. 특히 신세계그룹의 팀 인수 후 모기업의 투자와 지원이 더해지면서 '가장 좋은 환경에서 야구를 할 수 있는 곳'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하지만 샐러리캡 탓에 SSG는 이태양에게 다른 팀만큼의 금액을 안길 수가 없었다. FA 시장은 분초에도 상황이 뒤바뀐다. 그럼에도 이태양은 SSG와의 대화를 끝까지 기다렸다 결국 친정팀으로 향했다. 한화행이 결정된 후, 김원형 감독과 류선규 단장, 김성용 운영팀장 등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인사를 했다. 이태양은 "감독님께서 진짜 잘 됐다, 축하한다고 하시면서도 미안하다고 하시더라"면서 "너무 미안했다고 하시길래 감사하다고 한 뒤에 감독님이 5억원 덜 받으셨으면 되지 않았냐 장난을 쳤다"고 웃었다. 역시 미안하다고 하는 류선규 단장에게는 "언제든지 커피를 무한으로 주겠다"는 약속도 받아냈다. 선수들에게도 힘이 나는 메시지를 받았다. 이태양은 "(김)광현이형한테 한화에 가게 됐다, 아쉽게 됐다고 하니 '괜찮다, 네가 인정받고 가는 거니까 정말 축하한다'고 하면서 네가 그렇게 고생해줬기 때문에 우승한 거라고 말씀해주셨다"고 전했다. 또 "한화에 어린 후배들이 많으니 네가 베테랑으로서 잘 이끌어 달라고 말해주셔서 감동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한)유섬이형도 '어디 가냐고, 왜 가냐고 가지 말라고' 하면서도 축하한다고 해주셨다. 유섬이형도 똑같았다. 한화에서 인정받고 가는 거기 때문에, 어린 친구들 잘 이끌어서 한화가 좋은 성적 내게끔 하라고 얘기해주셨다. 베테랑이라고 다 베테랑이 아니고, 이래서 형들이 베테랑이고 SSG가 성적이 잘 나오는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고 얘기했다. 이제 그 깨달음을 안고 한화로 돌아가는 이태양은 "잠깐 유학을 갔다 온 것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그에게 SSG는 어떤 팀으로 기억될 것 같냐고 묻자 "야구를 잘하든 못하든, 야구를 대하는 자세를 성숙하게 해 준 팀으로 기억될 것 같다. 그리고 통합우승이라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해준 팀"이라고 답했다. SSG 팬들에게도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정말 그동안 너무 감사했고, 그래도 저를 좋아해 주시고 그걸 느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정말 좋은 기억만 안고 떠나니까, 인천 원정을 가면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너무 감사했습니다. 이제 한화 이글스로 가지만, 한화 이글스 이태양이라기보다 야구선수 이태양으로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https://naver.me/xqoQnjwY
추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