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체능 계열 학과 나온 이십대 중반인데 졸업도 취직도 아직 안 했어
근데 디지털노마드? 라고 할 만한 부수입이랑 외주 겸하면서 연 2~3천 정도 벌고 있는데
최근에 일복이 터져서 두 달 만에 1500 정도 들어왔어
이걸 부모님께 오픈하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액수가 좀 크면 인정받을 수 있을까 싶어서 말해버렸어 평소 내가 하는 일을 시덥잖게 생각하셨거든
근데 처음엔 그냥 흘려들으시더니.. 계속 사업 준비하고 있던 아빠가 어제 갑자기 상가 계약 때문에 현금이 부족하다고 천만 원만 빌려달라는 거야
뭐 진짜로 돈이 없진 않다는 거 알아 우리집은 국장도 안 나오고.. 어딘가에 돈이 묶여있거나 계획대로 뭐가 안 됐겠지
3개월 뒤엔 돈이 나올 곳이 있대 그때 돌려주겠대 나도 떼먹힐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
그렇다고 해도 액수가 너무 크잖아.. 직장 취업해도 천만원 모으려면 한참 걸리는데 내가 두달 만에 벌었다고 해서 나한테 별거 아닐 것 같았는지..
안 그래도 아빠 퇴사하고 돈 없다는 소리 입에 달고 살아서 (진짜로 없는 것도 아님) 혼자서 눈치 보면서 부담 느끼고 있단 말야 자식이면 영향 받을 수 밖에 없잖아
근데 나한테까지 손 벌리면 내가 더 불안해지지 않겠냐고 왜 나를 집안 돈 문제에 끌어들이는 거야 신경쓰이게 하고
최후의 보루 있었겠지 당연히 어딘가에 묶여있는 돈.. 뺴낼 수는 있지만 아까워서, 위험해서, 조금 편해지자고, 대신 내 멘탈 깎아서 대가로 쓴 거야
내가 그것들보다 아래에 있었다고 생각하니까 서러워서 일이 손에 안 잡힌다
이미 한바탕 했어 작업실로 도망 나왔고 카톡으로도 장문글 보내고.. 그러면서도 내가 불효자식 같고 부모님 상처받을까봐 걱정하고 있는 내가 웃겨 나 하나 제대로 못 챙기고 있으면서
미안하다, 돈 안 줘도 된다고 뒤늦게 얘기하는데 지금 꿔보하자는 것도 아니고 대체 얼마나 가볍게 생각했던 건지.. 내 돈 없으면 곤란해질 것처럼 얘기 다 해놓고
일단 500만 보태겠다고 말했어 돌려받지 못 하더라도 치명적이지 않을 것 같은 금액의 한계치라
이런 일이 처음이라 심란하다 화가 나면서도 미안하고 부모님한테 양가감정 들고.. 벌써부터 케파 안 되는 일 벌리는 거 봐서는 사업도 ㅈ망할 것 같은데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