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안에서 쓰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그리지 않고는 참을 수 없는 시화가 터져 나옵니다. 그 열망의 원천은 씨앗 같은 당신의 심부와 그 안을 휘몰아치는 근원에서부터 발화합니다. 아득히 먼 옛날의 노래를 현재로 데려와 꽃피웁니다. 봉오리에 머금은 향기가 터트려질 때 대기도 시간도 함께 물이 듭니다.
무엇을 원하는지 미처 알지 못했던 시절에도 '원한다'는 감각 자체가 당신을 살아있게 하였습니다. 사회의 직간접적인 강제나 세상이 원하는 모습에 당신은 도저히 부합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기꺼이 따른 이유는, 당신이 삶을 사랑에 근거하였기 때문입니다. 햇볕이 들지 않는 곳에서도 꽃을 피우는 한란寒蘭의 성정을 당신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떠났습니다. 당신은 살아있지만 곧 살아있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로써 당신 일생의 유일한 벗이었던 예술이, 가장 최후에 당신에게서 분리되며 떠날 시간이 다가왔음을 예감합니다. 생은 서리를 맞은 연꽃처럼 붉게 떨어졌으나, 당신은 영원히 지지 않을 이름을 피웠습니다. 우리는 당신 노래의 그림자에서 눈 속에 피어나는 난꽃의 향기를, 부드럽게 일깨워진 감각의 잔향 속에서 아득히 먼 과거의 목소리를 기억합니다. 당신과 우리의 희원希願이 다르지 않습니다. 세상은 달라졌지만 사람은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가 원하는 것도 그 시대의 당신과 같습니다.
오직 '나로서 나인 것'뿐. 누구의 무엇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초희에게,
난설헌의 생애를 빌려
쓰고 부르다.
진짜 천재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