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기요, "
나즈막한 부름에 돌아본 남자는 눈을 댕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저, 저요?
그래. 너요. 지금 너가 내 신상 구두를 밟고 계세요.
말없이 아래를 가리키며 웃어 뵈이자 그제야 하얀 운동화가 후다닥 비켜 섰다.
비록 새 구두에 진한 발자국이 남았을지언정, 일단 내 엄지발가락이 무사한 것에 치얼스.
" 죄, 죄송해요. 제가 지금 아래가 안 보여서 ... "
어지간히 당황한 남자는 전공책을 가득 품은 채로 굽혀지지 않는 허리 대신 열심히 목 운동을 해댔다.
어 ... 그렇게까지 사과 안 해도 되는데. 되려 당황해서 멎쩍게 웃음을 흘렸다.
신상 구두를 삼일만에 안락사시키는 건 좀 너무하지만, 쨌든, 센스없게 코가 망가진 구두를 신고 다닐 순 없다.
이걸 유럽에까지 보내서 A/S받기도 귀찮고 ... 그냥 지금 이 길로 백화점으로 직행해서 카드 좀 긁지, 뭐.
날 적부터 쥐고 태어난 금 숟가락. 이럴 때 쓰라고 쥐어준 거 아니겠어.
그때까지도 연신 꾸벅꾸벅 고개를 숙이는 남자를 멈추기 위해 손을 들었다.
머리도 동글동글 조막만한 게 저러다 굴러 떨어지면 어쩐담.
실없는 생각을 하며 웃었다. 그리고 순간, 발등으로. 떨어졌다. 들고있던. 남자가. .... 전공책들이.
" 으악!! "
" 괘, 괜찮으세요?! "
... 으아니요. 이건 안 괜찮아요. 이런. 미,친.
살아 준 엄지발가락에 치얼스 한지 얼마나 됐다고 봉변이야?
" 죄송해요,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
제 물건 소중한 줄은 몰라도 제 몸 소중한 건 잘 알기에 느리게 짜증이 치밀었다.
아주 아파 죽을 것같진 않은 걸 보니 그냥 멍들고 말 것 같은데, 그래도 아픈 건 아픈 거다.
시큰거리는 발등을 부여잡은 채로 입술을 짓이겼다. 혹여나 욕이 새어나갈까봐.
겁나 .. 아프잖아. 미, 친. 내 잘난 발에 이게 무슨 짓이야.
어쩐지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신상구두 문제도 꽤 괘씸하다.
저게 얼마짜린 줄 알고 ...
그래도 학교 내에선 나름 왕자님 이미지라는 기대에 부응해주던 저인데
지금 맘 같아선 이미지고 뭐고, 일단 변호사 전화번호을 찾아 기억을 더듬었다.
그리고 덥석 발이 잡혔다.
" 피, 피는 안 나죠? 움직일 수는 있으세요? 뼈가 금갔나요? 벼, 병원에라도 ... "
? ?! ?!! ?!!!?
제 발을 잡고 요리조리 뜯어보던 남자는 울먹울먹한 눈으로 말했다.
그제야 바로 코 앞에 드밀어진 남자의 얼굴을 감상했다.
하얗네. 아니, 분홍색인가. 눈가는 빨갛다. 입술도 빨갛고.
묘하게 올라간 눈꼬린데 왜 지금은 쳐져 보일까.
쌍커풀이 있는 건가? 눈이 왜이렇게 커. 나보다 크다.
마른 입술을 혀로 축이며 시선을 내렸다.
제 커다란 발을 조물거리는 작고 하얀 손에 올라가는 입꼬리를 끌어 내렸다.
" 뼈가 금간 것 같아요 ... "
추욱 늘어진 입꼬리. 딱한 척. 가여운 척. 가련한 척.
내가 이런 얼굴로 생겨먹은 이유는 필히 이러기 위해서임이 분명하겠지.
" 벼, 병원 가요. 이, 일단 일어나셔서 ... ! "
참 유용하단 말이야. 미끼로.
" 어깨 좀 빌려주시겠어요 ...? 너무 아파서 혼자 못 일어 ... "
말이 끝나기도 전에 품에 가득 안겨오는 어깨에 웃었다.
저번 경영학과 여신 이후로 누굴 꼬셔볼까 했는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대어다.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는 남자의 귀는 나긋나긋한 저의 위로 몇마디에 금방 붉게 물들었다.
" 전 루한이라고 해요. 그쪽은요 ? "
-
" 으응. 경수야, 나 진짜 괜찮아. 걱정마. 얘도 참. 내가 애야? "
남자가 웃었다.
" 글쎄. 얼마나 걸릴진 모르겠고 ... "
끝없이 반복되는 상대의 걱정과 충고에 남자가 코웃음을 쳤다.
" 괜찮대도. 의외로 괜찮아. "
- 그래도 조심해. 걔 완전 선수라니까.
" 막 엄청 그렇진 않은 것 같던데 ? "
- 너 진짜 ... 내 말 한귀로 흘리지 말라구. 좀!
" 아아. 알겠다니까. "
- ... 민석아.
" 응. "
- 잘 해봐.
당연하지.
돈많은 남친 생길 기횐데.
&
돈많은 왕자님 연애고수 루한이랑 아닌척 안그런척 내숭떠는 연애고수 밍석이 ㅠㅠ
너무너무 적고 싶은데 저 장면 말고는 앞뒤 내용 하나도 못 쪄내겠다 ... 하 ...
글잡 구독료 풀렸다며 .. ? 글잡 읽으러 가야지 ...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