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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지않은 봄더위에 팔을 들어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걷어냈다. 약속시간에 늦어도 한참 늦었다. 초조한 마음에 입술을 몇 번이나 깨물고 어색한 구두로 발을 동동 구르다 바뀐 신호에 신호등을 건넜다. 그제서야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기분이 좋아 조금 빠르게 달렸다.
오늘 무슨 시험치나.
무심코 고개를 돌리니 여러 사람이 대학앞에 모여있다. 빠른 걸음을 멈추지 못하고 또각거리며 달리다, 청색 남방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자신의 목을 가다듬는 남자를 보자마자 이상하리만큼 우뚝 섰다.
백현?
무슨 백현. 뭔 백현. 갑자기 백현이란건 왜 튀어나온거야. 입술을 삐죽내밀고 시계를 보고 놀라 다시 걸음을 재촉하려는 순간 남자와 딱 눈을 마주쳐버렸다. 강아지같이 내려간 눈이 온전히 날 향해있는데, 왜 날? 주위를 휙휙 둘러보다 손가락으로 나를 조심스럽게 가르키며 되물었다. 나?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입꼬리를 씨익 올려 웃는게 꼭 봄바람을 닮았다. 아 더워, 무슨 주책이야. 가방을 고쳐매고 다시 찬찬히 걸었다. 몇 번이고 눈을 깜박이고 나서야 깨달았다. 내가 그 남자 아이 앞에 서있음을.
" 너 오늘 번호따인다. 그리고 성공할걸."
고개를 빳빳이 들고 무슨 생각으로 그런말을 내뱉었는지도 모르겠다. 남자는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봤다. 그래, 나도 내가 무슨 소리하는지 모르겠다. 무더운 바람에 앞머리가 흩날렸다. 남자는 계속 모르겠다는 표정이다가 슬쩍 입꼬리를 올려 웃더니 대답했다.
" 네. 감사해요."
활짝 웃는게 꼭 내가 짝사랑 했던 아이를 보는 것 처럼 얼굴이 화끈거렸다. 몸을 확 돌려 약속장소로 달렸다. 미쳤어! 미쳤어! 를 반복하면서도 마음 한 쪽에 그래도 잘했어. 하는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다시금 우뚝 서서 뒤돌아 보며 외쳤다.
" 계속 서있어!! 진짜 따인다!!!"
처음보는 여자가 삿대질을 하는데 기분이 나쁘지도 않은지 오히려 방긋 웃어보이며 장난스럽게 오케이 표시를 한다.
*
' 그렇다니까. 막 몰라. 오늘 나 좀 정신병자 같았어.'
친구와 한참 이야기하고 돌아오는 길에도 사라지지 않는 여운에 버스 창문을 열고 바람을 맞았다. 으어, 무슨 생각이냐아- 눈을 감고 달리는 버스에 몸을 맡기다 딱 눈을 뜨니 그 건물이었다. 시험은 잘 쳤나. 번호... 진짜 따였을까.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내뱉었는지 모르겠다. 그냥 진짜 바보 같고 살짝 모자란 여자로 봤을거다. 뭐, 어때 다시 볼 사이도 아닌데.
기지개를 쭉 펴며 다시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맞았다.
봄 바람이 이렇게 달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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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케응모햇는데 그날수학여행가는날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