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이가 좋은 형제였다.
두 살 터울의, 서로를 사랑하는 그런.
형만 있다면, 무채색의 세상도 총천연색으로 물들 수만 있을 것 같았다.
형은 밝은 사람이었다.
적어도 내겐.
그리고 부모님의 죽음.
가드레일을 박았다는 구급대원의 말에,
우리는 아무말도 하지 못 했다.
형은 3일동안,
장례식장에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 3일동안 형은 어두운 사람이 되어 있었다.
적어도 내겐.
그리고 형은 나를 피했다.
어째서,
우리의 사이는 이렇게 좋았는데.
부모님이 죽은 지 1년이 되는 날.
형은 나를 찾아왔다.
사랑해.
형이 내게 늘 하던 말.
23년간 끝없이 했던 말.
갑작스럽지 않았다.
적어도 내겐.
부모님한테 들켰어.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걸.
그리고 그날 밤에,
부모님이 돌아가셨어.
여기서 가슴이 떨리면 안 되는 것인데,
형의 말에 눈물부터 소리없이 흘러 나왔다.
기뻤다. 더럽게도.
어쩌면 총천연색의 세상을 지워내는 건,
나일지도 몰랐다.
형도 함께 울었다.
죄책감일 것이다.
아마, 그렇겠지.
미안해, 경수야.
앞으로 나타나지 마.
독해져야 했다.
적어도 우릴 낳아주신 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무슨 소리야.
형의 눈물이 그쳤다.
그 소낙비같은 눈물이.
이제부터 시작인 걸.
형은 선량한 사람이었다. 분명 그랬었다.
적어도 내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