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버스’는 시작부터 ‘리얼한’ 몰입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선언하고 들어갔다. ‘좀비가 세상을 뒤덮은 유니버스’. 이 문장이 프로그램을 설명하는 가장 적확한 문장이기 때문이다. 실제 좀비의 습격을 받은 것처럼 출연자들의 반응은 리얼해야 했다. 그래서 제작진은 다른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촬영이라고 출연자를 속이고 상황을 만든다. 다들 연애 리얼리티라고 알고 모니터 앞에 앉았던 출연자들은 갑자기 한 여성 출연자가 남성 출연자를 물어뜯고, 촬영장에 선혈이 낭자하기 시작하면서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직감한다. 카메라는 그들의 대본 없는 표정 변화를 가감 없이 낚아챘다. 이 오프닝 시퀀스는 ‘좀비버스’가 보여주고 싶어하는 가장 명확한 장면을 잡아낸 결과물이었다. 이들은 이렇게 서울 일대를 뒤덮은 좀비의 무리 한가운데서 각종 과제를 해결하며 생존을 도모하게 되는 것이다. 그만큼 리얼함이 중요한 프로그램이지만 회차가 갈수록 이 생동감은 점점 힘을 잃는 부분도 있다. 이들은 서울 홍대 거리에서 서울 인근의 주유소, 마트, 한 마을, 놀이공원 등으로 무대를 옮긴다. 이 와중에 캐릭터들이 서로의 속내를 드러내는 부분들이 생기는데 평소의 성격이 아닌 것 같은 이들의 모습이 시청자들은 조금씩 괴리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대본이 없다고 하지만 이들의 언쟁에는 굵직한 설정이 있는 것 같고, 인위적으로 소비되거나 사라지는 출연자들의 모습에서 그러한 심증은 굳어진다. 과연 이렇게 많은 예산과 준비가 들어가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리얼과 설정의 경계는 어디에 있어야 할까. ‘좀비버스’는 누구보다 강렬한 시작을 알렸기에 평범한 전개가 오히려 다소간의 실망을 자아내는 프로그램이 됐다. 설정이라면 좀 더 출연자의 캐릭터를 부각해야 하고, 리얼이라면 출연자의 모습에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 ‘좀비버스’는 이도 저도 아닌 모습을 노출한다. 지금 시청자들이 예능에 있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리얼함. ‘좀비버스’는 그 가치에 접근하는 예능 제작진의 시행착오를 보여주고 있다. https://naver.me/5ui0Olx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