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11월 오픈 후 1년 반 만
| 국내 브랜드보다 높은 가격 걸림돌
| '보텀리스' 방식도 국내와 안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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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도 못 버텼다
지난 2022년 11월 전세계 6번째로 문을 연 '고든램지 스트리트 피자'가 폐점한다. 오픈 당시엔 국내 프리미엄 피자 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유명 셰프인 고든 램지의 피자 브랜드가 상륙해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기존 브랜드들과 차별화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으며 결국 문을 닫게 됐다.
5일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서울숲 인근에서 운영 중이던 고든램지 스트리트 피자는 최근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매장 입구에는 '내부 사정으로 영업을 잠정 중단한다'는 안내 표지판이 붙어 있고 매장 내부를 차단막으로 가렸다.
취재 결과 고든램지 스트리트 피자는 현재 폐점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22년 11월 문을 연 지 1년 반 만이며 지난해 말 리뉴얼을 단행한 지 불과 6개월 만이다. 국내 피자 브랜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과 외식 피자 시장의 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고든램지코리아 관계자는 "현재 입주한 건물 측과 폐점을 조율 중"이라며 "결정된 것이 없어 구체적인 사안을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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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램지도 못 버틴 K-피자 시장
업계에서는 고든램지 스트리트 피자의 폐점이 이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론칭 당시 1인당 2만9800원에 무제한으로 피자를 먹을 수 있는 '피자 무한리필 뷔페'를 표방하며 문을 열었던 고든램지 스트리트 피자는 오픈 초부터 기존 피자 브랜드와 다른 운영 방식이 논란이 됐다.
피클과 탄산음료 등에 별도 요금이 붙고, 피자를 서버가 한 조각씩 가져다 주는 '보텀리스' 방식을 택한 점 등이 한국 소비자에게 어필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당시 내한한 고든 램지는 보텀리스 방식을 택한 이유로 "식은 피자는 피자가 아니다"라면서 "피자는 (나온지)2~3분은 뜨겁다가 식어서 단단해지는데 고든램지 스트리트 피자에서는 신선하고 맛있고 피자를 계속 먹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 진출 1년 만인 지난해 11월 기존 보텀리스 피자와 함께 한 판으로 주문 가능한 싱글 피자를 동시에 판매하기로 했다. 유료였던 탄산음료와 피클 역시 무료로 전환했다. 매출 부진에 고든 램지의 철학을 꺾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1인당 2만9800원이라는 가격도 경쟁력이 부족했다는 분석이다. 이랜드그룹의 무한리필 피자 브랜드인 피자몰은 평일 런치 기준 1만2900원, 주말·공휴일에도 1만7900원이다. 미스터피자 뷔페 역시 평일 1만4900원, 주말·공휴일 1만5900원으로 고든램지 스트리트 피자의 절반 수준이다. 국내 브랜드들의 뷔페 가격에 샐러드바가 포함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체감 가격 격차는 더 크다.
오픈 직후부터 제기됐던 부실한 토핑 문제도 발목을 잡았다. 국내 피자 시장이 점점 더 다양한 토핑을 푸짐하게 올리는 방향으로 발전한 데 비해 고든램지 스트리트 피자는 꾸준히 토핑이 적다는 불만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고든 램지는 "가장 맛있는 피자는 토핑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며 스타일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오픈 당시부터 경쟁력이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며 "고든램지 버거는 기존 버거들보다 가격대를 크게 차별화해 올리면서 '슈퍼 프리미엄' 전략을 택했지만 피자는 국내 브랜드와 별반 다르지 않은 가격대와 퀄리티로 나선 게 패착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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