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이후 '우후죽순' 5세대 자처…"이전과 다른 양상" vs "홍보용 의미 없는 구분"
그렇다면 2024년 전 세계에서 사랑 받는 신예들은 4세대일까, 아니면 5세대일까?
K팝 시장에서 저마다 '5세대 아이돌'을 자처하는 그룹이 잇따라 나오면서 정말 새로운 세대가 열린 게 맞는지 여러 가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요계에서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등장한 그룹들을 새로 묶을 필요성이 있다는 긍정론과 함께 뉴진스와 르세라핌 등으로 대표 되는 4세대 팀들이 데뷔한 지 2년밖에 안 된 만큼 별 의미가 없다는 무용론이 병존한다.
10일 가요계에 따르면 5세대를 표방한 그룹은 작년 데뷔해 신인상을 싹쓸이한 제로베이스원을 비롯해 라이즈, 투어스, 키스오브라이프, 싸이커스 등 여럿이다.
각 기획사는 '5세대 아이콘'(제로베이스원), 5세대 톱'(라이즈), '5세대 청량돌'(비웨이브), '5세대 핫루키'(나우어데이즈) 등의 수식어로 홍보에 힘을 쏟았다.
어떤 신인 걸그룹은 지난달 MBC 음악 예능 '송스틸러'에 출연해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식스 센스'(Six Sense)를 부르기에 앞서 "브라운아이드걸스 선배님들이 레전드 4인조 걸그룹이신데, 5세대 4인조 걸그룹인 저희의 패기의 도전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했다"며 직접 5세대임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해 데뷔한 팀들이 이른바 5세대를 내세우면서 4세대 선배들과 불과 1∼2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문제가 생겼다.
5세대임을 홍보하는 한 아이돌 그룹 관계자는 "4세대 그룹들은 데뷔와 동시에 코로나19 사태를 겪었는데,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고 대면 행사가 가능할 때 데뷔한 새로운 세대의 그룹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아이돌 그룹의 컴백 주기가 과거보다 짧아진 데다가, 음악적으로도 '센 것'을 추구한 이전보다 풋풋하고 청량해졌다는 차이가 있다" 덧붙였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가요계 판도를 흔들며 새 세대의 시작을 알릴 정도의 톱스타가 나왔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한 유명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4세대 팀들이 연차가 얼마나 됐다고 벌써 5세대로 구분하느냐.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며 "신인들을 쟁쟁한 윗세대(3·4세대) 선배들과 붙여 놓으면 홍보하기에 성적이 좀 달릴 수밖에 없으니 '새 세대의 선두'로 홍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역시 "처음에는 분류상 편의를 위해 세대론을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요즘은 너무 무분별하게 남발돼 마케팅 용어로 전락한 것 같다"며 "K팝 그룹이 무슨 14 나오고 15가 나오는 아이폰이 아니지 않으냐. 새로움과 특이점에 따른 강박이 빚어낸 현상"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