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K팝 팬덤의 반응도 전에 없이 싸늘하다.
엔터사의 공식 해명 영상임에도 영어 자막을 제공하지 않았으나 영상이 올라오자마자 팬들이 자체적으로 번역, 제작한 자막이 X(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와 해외 K팝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퍼지면서 국내와 비슷하게 빌리프랩을 향해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해외 팬들은 "한국어를 잘 못하지만 이 영상이 완전히 말도 안 되는 영상이라는 건 알겠다" "이대로라면 빌리프랩은 민희진이 아니라 대중과 싸우게 되는 셈이고 그 결과는 아티스트만 겪게 될 것이다. 바보"
"영상을 볼수록 뉴진스가 아일릿의 청사진이었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더 웃긴 건 표절이 아니라고 주장하는데 내용을 나란히 놓고 보면 똑같아 보인다"며 빌리프랩을 비판했다.
이 가운데 민희진 대표에게 아일릿의 팬덤만큼이나 극렬한 반감을 드러내 왔던 하이브 소속 방탄소년단(BTS)의 팬덤 아미(ARMY)마저도 "빌리프랩과 민희진의 문제에 방탄소년단을 엮지 마라"며 빌리프랩에 불쾌함을 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빌리프랩이 경복궁 근정전에서 열린 '2024 코리아 온 스테이지' 무대에 한복을 입고 오른 뉴진스를 저격하며 "방탄소년단이 앞서 경복궁에서 가졌던 공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할 수 있나"고 언급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결국 그나마 남아있던 편마저 자신의 손으로 잃게 된 셈이다.
사실상 아일릿의 팬덤을 제외하면 국내외 K팝 팬덤 전체를 적으로 돌린 것이나 다름 없는 결과를 맞이한 빌리프랩의 현 사태를 두고 가요계 관계자들도 "황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연예계 역사를 되짚어 보더라도 소속사가 나서서 이런 최악의 대처를 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엔터사 홍보팀 관계자는 "해명을 위해 타 소속사 아티스트들의 사진을 멋대로 이용하고 심지어 자신들의 주장에 맞게끔 일부 보정한 것도 보이는데 과연 해당 소속사에서 이를 허가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내부적으로 타 아티스트와 비교하고 라이벌 화(化)해서 기획 경쟁하는 일은 비일비재하지만 이런 식으로 자기 논란을 진화시키겠다고 '우리가 표절이라면 여기도 표절'이라는 식으로 들고 나오는 건 상도덕적으로도 맞지 않다.
만일 영상 제작 전 타 소속사에 직접 사진 이용을 요청했다면 아무도 허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가요계 관계자 역시 "논란이 불거졌을 때 엔터업계의 정석은 '마이 웨이'여야 한다.
소속사는 법적 대응을 하고, 아티스트는 본업에 집중하면서 이후 대중들의 여론이 조금 잠잠해졌을 때 재판 결과로 이야기하면 끝나는 일"이라며
"이 사태도 빌리프랩이 굳이 다른 아티스트를 내세운 '물귀신 작전'을 할 게 아니라 민 대표나 악플러에 대해 고소는 고소대로 하고, 아일릿은 지금은 괴롭겠지만 다음 활동을 위해 준비하는 방식을 택했다면 최소한 해외에서 아일릿에 대한 동정 여론은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현 K팝 업계에서 신인 그룹이 해외 시장을 잃게 된다는 것은 굉장히 뼈 아픈 손해다.
아일릿은 노래 '마그네틱'으로 큰 인기를 얻긴 했지만 가창력이나 퍼포먼스가 약해 본격적인 콘서트는 많이 이르고, 그나마 팬미팅 같은 팬덤 위주 행사나 K팝을 좋아하는 외국인을 위한 공연 등이 주력이 돼야 하는데 이 가운데 한 축을 이미 잃고 시작하게 된 것"이라며
"아일릿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크다 보니 소속사로서는 아티스트 보호 차원에서 나선 것이라 볼 수 있지만 그 결과가 이렇게 된 데엔 해당 영상에 출연한 임직원 중 과연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