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학교에서 동급생을 상대로 한 성범죄와 불법촬영이 있었다는 신고에도, 학교와 경찰이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소식 지난주 전해 드렸습니다. 저희 취재가 시작되자, 경찰이 가해 학생의 집을 압수수색해서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확보하고 본격 수사에 나섰습니다.
김 모 양은 중학교 3학년 때인 지난해 남자친구였던 동급생 A 군에게 강제추행을 겪었고 성폭행까지 당할 뻔했다고 선생님께 알렸습니다.
하지만 졸업할 때까지 아무 조치도 없었습니다.
김 양 부모가 항의하고서야 지난 3월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렸고, 경찰 수사도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학폭위에서는 경찰 수사를 보겠다며 판단을 유보했고, 경찰은 물증이 없다며 사건을 종결했습니다.
A 군이 다른 여학생의 사진과 영상을 불법촬영해 유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이 부분은 조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SBS 취재가 시작되자 경찰은 기존 수사가 부실했던 것을 인정하고 재수사에 나섰습니다.
경찰은 지난주 A 군의 집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을 확보했습니다.
강제추행과 불법촬영 의혹 등에 대한 증거 확보에 나선 겁니다.
그런데 재수사가 시작되기 직전 A 군의 부모가 불법 촬영물이 유포된 단체 대화방에 있었던 다른 학생을 회유하려 했던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A 군의 부모는 대화방에 있던 아들 친구에게 이 일과 관련해 "물어보는 사람 있으면 아무 말도 안 해줬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피해자 부모 : 숨길 게 없으면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요? 정말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는데, 그거를 막겠다는 거는 범죄 자체를 덮어버리겠다는 의도죠.]
A 군도 대화방에 있던 다른 친구에게 "나도 뿌릴 내용이 많다"는 압박성 메시지를 보내 입단속을 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피해자 조사를 진행한 뒤 학교 관계자와 친구들을 상대로 사실 관계 확인에 나설 방침입니다.
사공성근 기자 [email protected]
https://n.news.naver.com/article/055/0001165318?s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