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전용 출입문이라고도 불리는 교통약자 우대출구는 공항 일반지역에서 면세지역으로 들어가는 출국장에 있습니다.
일반 승객들은 출국장에서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다 차례가 되면 여권 등을 제시하고 출입하는 게 보통인데요.
일반 출입문 측면에 있는 교통약자 우대출구를 이용하면 줄을 서지 않고 한 번에 면세장으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우대출구는 장애인과 임산부, 고령자, 사회적 기여자들의 출국 편의를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외교관과 승무원도 업무상 이용할 수 있고, 장관급 이상 고위공직자 등 귀빈실 이용 대상자도 활용이 가능합니다.
■ 항공사 협조 받아 우대출구 이용한 배우 변우석
그렇다면 자격이 없는 변 씨는 어떻게 교통약자 우대출구로 출국할 수 있었을까요?
교통약자가 아니더라도 '인천국제공항운영협의회 구성기관'이 기관장 확인하에 우대출구를 이용할 수 있다는 규정을 이용한 겁니다.
인천국제공항운영협의회에는 서울지방항공청과 인천세관 등 12개 관계 기관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항공사운영위원회도 그중 하나인데요. 말 그대로 항공사들이 모여있는 단체 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변 씨는 논란의 그날 한 전세기 항공사의 협조를 받아 항공사운영위원회의 직인이 찍힌 사용서를 제출해 교통약자 우대출구를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 "공무상만 이용 가능"... 부실한 관리 탓에 편법 사용 만연
하지만 인천국제공항운영협의회 구성기관도 교통약자가 아닌 사람을 교통약자 우대출구로 출입하게 하려면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공무상 필요시'입니다. 공무와 관련 없는 변 씨는 결국 규정을 어겨가면서 특혜를 받은 셈입니다.
이런 꼼수가 가능했던 이유는 항공사운영위원회의 부실한 관리 실태에 있었습니다.
원래는 교통약자 우대출구 사용서 발급 시 공무 목적임을 확인하고 기관장 직인을 날인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직인이 이미 날인된 사용서를 항공사에 주고 항공사가 사용 여부를 임의로 결정하고 있었죠.
사용자 대장 관리도 부실했습니다. 누가, 무슨 목적으로 이용했는지 기록되지 않고 있었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용했는지조차도 불분명했습니다.
국회 교통위원회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확보한 한 대형 항공사가 2019년부터 올해까지 작성한 교통약자 우대출구 사용 대장을 보면 공무와 관련 없는 사용서 발급이 다수였습니다.
1만 1414회 중 '패션쇼 참석, 공연, 미팅, 사업 출장, 그룹 임원 의전' 등 도저히 공무로는 볼 수 없는 사유가 가득했습니다.
특히, 올해 대장에는 단순히 '출장'이라는 두 글자로 2000회 넘게 발급했을 정도로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다른 대형 항공사 한 곳과 한 저가 항공사 사용 실태를 보니 상황이 비슷했습니다.
인천공항공사도 사용서를 확인만 하고 돌려주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어서 사용 기록이 관리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 서울지방항공청 "다음달 중 개선조치 시행 예정"
아무리 연예인이라도 자격도 근거도 없이 편법적으로 출입국 우대 특혜를 받아서는 안되겠죠.
권영세 의원은 "교통약자 우대출구 사용이 필요한 경우가 있더라도,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기록을 보존하는 등 투명한 운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변 씨 소속사 측은 "출입국과 관련해서는 모든 사항을 경호업체에 일임해 아는 바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인천국제공항 운영협의회를 총괄하는 서울지방항공청은 "인천공항공사가 기관별 사용서를 일정기간 동안 보관해 출입관리를 강화하겠다"며 "오남용 확인 시 일정 기간 교통약자 우대출구 이용도 제한하는 제재조치를 신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변 씨가 이용한 전세기 항공사 같은 조업사를 통한 우대출구 사용 허가는 불허하겠다"며 "개선 조치는 관련 기간 협의를 거쳐 다음달 중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56/0011803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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