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환일 앞둔 누보·러셀 '긴장'
하이브 4000억 CB 차환 추진
최근 국내 상장 기업들의 주가 부진이 계속되면서 전환사채(CB)에 부여된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CB 조기상환 요구가 늘어 일부 기업은 원리금 지급 부담을 안게 됐다.
2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비료 제조업체 누보는 지난 6일 채권자의 풋옵션 행사에 따라 200억원 규모의 CB 중 91%인 182억원을 상환했다. 해당 CB는 2년 전 발행한 것으로 이번이 첫 조기상환일이었다.
누보는 당시 조달한 자금으로 생산 규모 확대에 나섰지만 외부 악재로 인해 수익성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발행 당시 2300원이었던 누보 주가는 현재 1200원대로 떨어져 있다.
CB 투자자는 채권 이자를 받다가 주가가 전환가액을 웃돌면 주식으로 전환해 차익을 챙길 수 있다. 풋옵션을 행사하면 원금을 돌려받는다. 통상 CB 발행사의 주가가 오르면 전환권 행사가 늘지만 주가가 하락하면 풋옵션 행사 비중이 늘어난다.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러셀은 2021년에 발행한 100억원 규모 CB의 세 번째 조기상환일을 맞는다. 이번에 행사될 풋옵션 규모는 60억원으로 누적 풋옵션 행사 비중은 85%에 달한다.
풋옵션 행사가 늘어나면 발행사는 현금 상환 부담을 지게 된다. 환경 엔지니어링 기업 KC코트렐은 2022년 125억원 규모로 CB를 발행했다. 지난달 원금의 59%에 달하는 약 73억원 규모로 풋옵션이 한 번에 행사되자 KC코트렐은 원리금을 지급하지 못해 결국 워크아웃 절차를 밟게 됐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기업들도 주가가 부진한 탓에 과거 발행한 CB에 대한 풋옵션 대응에 나섰다. 카카오게임즈는 2021년 3월 발행한 5000억원 규모 CB에 대해 대규모 풋옵션이 행사됐다. 발행 당시 5만원대였던 카카오게임즈 주가는 현재 1만6000원대까지 떨어져 있다. 지난 3월 첫 조기상환일에 3708억원 규모로 풋옵션이 행사됐고 이달에도 815억원의 풋옵션이 실행돼 누적 풋옵션 행사 비중이 90%를 넘어섰다. 지난달 카카오게임즈는 원금 상환을 위해 총 2700억원 규모로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하이브 역시 주가 부진 속에서 2021년 11월 발행한 4000억원 규모의 CB 차환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11월 예정된 첫 조기상환일에 풋옵션이 대량 행사되는 것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CB 발행 당시 하이브 주가는 40만원에 육박했지만 현재는 16만원 수준이다.
[명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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