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정상여고에 다니고 있는 김정상이라고 합니다. 학교 이름하고 제 이름이 같다니, 전 이 학교에 다니게 될 운명이었나 봐요. 일단 저희 학교는 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어요. 학교 밑 삼거리에서부터 학교까지는 걸어서 15분 정도 걸려요. 그 중에 교문에서 학교까지는 5분이 걸리죠. 교통 규제를 하기 때문에 차를 타고 등교할 수도 없어요. 덕분에 아주 ㅈ같지만 학교에 올 때마다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아주 ㅈ같지만. 아주. 저희 학교는 특이하게 외국어 특성화 고등학교예요. 영어와 제2외국어를 배우는 건 다른 학교와 같지만, 저희 학교는 영어 뿐만 아니라 제2외국어에도 원어민 선생님이 계세요. 원어민 수업비를 더 내야 하긴 하지만 괜찮아요. 원어민 선생님과 함께 하는 수업은 아주 꿀이니까요. 일단 저는 일본어 수업을 듣고 있어요. 오타쿠냐고요? 나니? 그런 말씀 마세요. 사실 제2외국어 선택은 별 생각 없이 쉬워 보이는 일본어를 선택을 했죠. 중국어는 성조가 어렵다길래... 지금 배우고 있으니까 하는 말인데 일본어도 어렵긴 해요. 그래도 중국어보다는 쉬운 것 같아요. 역시 탁월한 나의 선택. 저희 일본어 선생님에 대해 잠깐 얘기를 하자면, 별로예요. 나만의 별로 ☆★☆★ 이름은 테라다 타쿠야. 나이는 이십 대 중반이에요. 외모는 아이돌스러워요. 얼굴을 보시면 정말 한 방에 이해할텐데... 정말 아이돌스러워요. 잘생긴 일본 아이돌 느낌. 여기서 중요한 건 타쿠야 쌤은 전형적인 일본인들과 다르게 키가 187! 무려 187! 그냥 180도 아니고 그 위에 7cm나 더 얹어져 있어요! 이렇게 수려한 외모와 뛰어난 키 덕분에 타쿠야 쌤은 차곡차곡 인기도를 올리고 계세요. 굉장한 소녀팬 군단도 보유하고 계시죠. 사실 타쿠야 쌤이 가장 인기가 있는 건 선생님만의 다정함 때문이에요. 제 친구의 증언에 따르면 저번에 여쭤볼 게 있어서 교무실에 갔었는데, 친구가 선생님께 질문을 하는 동안에 선생님께서는 가만히 턱을 괴고 살짝 미소를 지으며 쳐다보셨다고 하더라구요. 게다가 그 눈빛에서 다정함이 뚝뚝 떨어져서 설렘사 할 뻔했다며... 그 얘기를 듣던 저희 반은 당장 타쿠야 쌤께 질문지를 만들어 가자며 난리가 났었죠. 최근에는 수업 시간에 일본의 결혼, 일본의 고백 등등에 대해서 배웠어요. 그때 선생님께서 직접 저희 반 애들을 향해 고백을 하셨죠. 일본 남자들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한다면서 “스키다요.” 라고 하시는 순간, 애들이 소리를 지르고 또 한 번 난리가 났더라죠. 타쿠야 쌤의 멘트는 정말 부드럽고 고급졌었어요. 덕분에 저희 학년에서는 스키다요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죠. 스키다요! 스키다요! 일본어 선생님을 소개해 드렸으니 중국어 선생님도 안 할 수가 없겠죠? 중국어 선생님의 이름은 장위안이에요. 나이는 삼십 대 초반이라고 하더라구요. 근데 나이에 비해 꽤 동안이세요. 외모는... 그 누구냐. 인피니트 엘? 살찐 엘 닮았어요. 항간에서는 그 대통령 분을 닮았다는 얘기도... 네. 그렇습니다. 위안 쌤도 잘생긴 중국인 느낌이에요. 사실이기도 하죠. 게다가 위안 쌤은 굉장히 텐덕 하시기 때문에 역시 다량의 소녀팬 군단을 보유하고 계세요. 중국어 수업을 듣지 않는 저조차도 선생님의 텐덕 포인트에 대해 알고 있을 정도니까요. 그리고 위안 쌤은! 아나운서 출신이에요. 몇 년 전에 중국에서 아나운서를 하셨는데, 건강이 나빠지는 탓에 여행 차 한국으로 왔다가 자리를 잡으셨다고 해요. 그러다 정신을 차려 보니 학교에서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었다고. 그래서 중국어를 배우는 친구들은 정확한 성조가 들린다면서 마치 본인의 중국어 실력이 업그레이드 된 양 얘기하더라구요. 그냥 선생님 발음이 좋을 뿐인데. 중국어 반 친구들이 얘기해 줬는데, 위안 쌤은 수업시간마다 질문 타임을 갖는대요. 정확한 건 저도 잘 모르지만, 중국 문화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 되면 항상 “제가 여러분께 묻고 싶은 것이 있는데……” 라면서 질문을 하신대요. 반 친구들끼리 오늘 위안 쌤이 질문 타임을 한다, 안 한다를 가지고 내기를 한 적도 있다고 해요. 그리고 수업 시간에 친구들이 진지하게 중국에 대한 속설들을 얘기하면 선생님 표정이 점점 굳어간대요. 제 친구네 반에 어떤 애는 “중국 사람들 잘 씻어요? 깨끗해요? 매일매일 씻어요?” 라고 여쭤봤다가 선생님께서 “씻어어어어어!” 라면서 너네는 때 밀긴 하냐고 막 그러셨다고 해요. 아, 가끔은 중국 노래도 불러 주시고 중국 시도 읊어 주신대요. 제가 직접 수업을 들어 본 적은 없지만 꼭 한 번은 들어 보고 싶어요. 아무튼 제가 일본어 선생님과 중국어 선생님을 소개한 이유는 따로 있어요. 요즘 이 두 분께서 굉장히 수상하시다, 이 말이에요. 위안 쌤께서는 원래 일본을 굉장히 싫어하셨어요. 정확하게는 일본 정부를. 제 생각에는 선생님께서 역사 문제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아무튼 그래서 학기 초에 친구들이 선생님께 “위안 쌤! 타쿠야 쌤 어떻게 생각하세요?” 라고 물으면 항상 진지한 얼굴로 “일본인이라 싫은 것 빼고는 다 좋아.” 라고 말씀하셨어요. 친구들은 아직도 선생님의 그 얼굴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어요. 근데 그랬던 위안 쌤이 요즘에는 타쿠야 쌤하고 꼭 붙어다녀요. 두 분이 외국인이라 함께 다니는 거 아니냐구요? 아니, 그렇게 치면 한국인 선생님하고도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거잖아요. 두 분께서 대화하실 때는 한국말로 하신다던데. 게다가 저번에 위안 쌤께 가장 친한 선생님이 누구냐고 여쭤 봤더니, 타쿠야 쌤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이제 위안 쌤의 마음은 ‘일본인이라 싫은 것 빼고는 다 좋다’가 아니라 ‘일본인이어도 좋다’가 된 것 같아요. 제가 여고생이라 이상한 레이더로 바라보고 있는 거 아니냐고요? 네? 저 일상생활은 가능하냐고요? 제가 지금부터 하는 얘기를 들으시면 아마 여러분도 반박은 못 하실 거예요. 너무 길어져서 일단 여기서 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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