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은 잠시 키보드에서 손을 내려놓고 날짜를 헤아려 보았다. 얼마나 돼떠라... 하지만 세던 도중에 위안은 포기했다. 세어 보니 그것은 암산으로 나오지 않을 만큼 오래됐다는 이유였다. 이렇게나 오래 됐구나 실감하며 그 이상 더 생각하지 않은 채로 다시 키보드에 손을 올려놓고 열심히 타자를 치는 위안의 눈동자가 분주했다. + “티비나 볼까….” 나른한 주말 오후에 위안은 깔끔한 거실 소파에 앉아 고개를 뒤로 젖히고 중얼거렸다. 오늘은 타쿠야가 스케줄이 있댔어서 혼자 주말을 보내보기로 한 위안이었다. 번뜩 고개를 들고 리모컨을 찾아 티비를 켠 위안은 어제 뉴스를 보다가 끈 mbc에 채널을 맞추어 놓았다. 사실 채널을 돌려가며 재밌는 것을 찾기 귀찮은 이유였다. 멍잡으며 한참을 티비에 시선을 박아두던 위안은 광고가 끝남과 동시에 알록달록한 화면이 시작되자 놀라 눈을 번뜩였다. “뭐야.” 그리고 신인 걸그룹부터 시작해서 중간중간 자신도 아는 얼굴의 mc들의 진행, 요즘 중박을 친 남자아이돌들을 거쳐서 드디어 화면에는 타쿠야가 속해있는 그룹 크로스진이 나왔다. 걸그룹에도 심드렁하니 누워있던 위안이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눈을 번뜩이며 일어난 순간이었다. “흠.” 아무도 없는데 타쿠야가 나와서 번뜩 한게 부끄러웠던지 위안이 헛기침을 했다. 다시 정자세로 자세를 잡고 앉아 크로스진의 무대를 보기 시작하던 위안은, “……!” 입을 쩍 벌렸다. 지난 화요일 데이트에서
빙구같은다정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을 넋을 놓고 바라보던 탁구는 이제 없었다. 골반을 돌리며 섹시하게 상대 멤버를 쏘아보는 타쿠야와 그에 응하는 팬들의 함성을 동반한 응원구호는 이제까지 잊었던 그의 지위를 다시 한번 실감하게 했다. 이래서 톱스타구나…. 이래서 팬이 그렇게 많구나…. 이래서 핥는구ㄴ…?! 잠시 입덕할 뻔한 위안이 정신을 붙잡는 사이 무대는 끝났고 속전속결로 크로스진의 1위가 결정됐다. 음악방송이 앵콜로 끝나고도 정신을 붙잡는 데 실패한 위안이 비장한 표정으로 티비를 끄고 컴퓨터 앞에 앉은 건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 “형!여기요.” “야,누가 너 알아보면 어쩌려고.” “아무도 안알아봐요. 오늘은 단단히 하고 나왔거든요.” “그러구나….아,뭐 마실래?” 타쿠야의 스케줄 때문에 거의 일주일만인 둘의 만남은 타쿠야의 활기찬 인사로 시작됐다. 저번 음악방송을 보고 타쿠야가 어떤 톱스타인지 깨달은 위안은 잘 하지 않던 걱정을 건네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저 위안이 자신을 걱정한 게 좋은 탁구(톱스타,23세)는 싱글벙글하며 자리에 앉을 뿐이었다. “오 형이 주문하게요?그럼 전 자몽주스.” “응.내가 해야겠어.시키고 올게.” 지금까지 주문은 다 타쿠야에게 시켜먹었으면서 이제는 비장하게 타쿠야를 지키겠다고 생각한 위안은 뚜벅뚜벅 카운터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런 뒷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타쿠야는 탁자 위에 위안이 놓고 간 핸드폰을 발견했다. 그 핸드폰을 쥐고 비장하게 주문하는 위안을 힐끗 본 타쿠야는 몰래 봐서 외워둔 패턴으로 잠금을 풀고 핸드폰을 탐방할 준비를 했다. …했는데. 잠금을 풀자마자 떡하니 있는 지난주 음방의 자신이 당황스러워서 잠시 멈춰있었다. ...?이 형은 애인을 사흘에 한번꼴로 만나면서 왜 굳이 방송캡쳐를 배경으로 해놓은거지...헝. 그리고 주문하고 진동기까지 받고 돌아온 위안에게 물었다. “형, 맨날 나 만나면서 왜 방송캡쳐를 배경으로 해놔요. 만날때마다 제가 사진 찍어줄게요 그거 배경으로 해요.” “싫어.” “?!” “방송이 더 잘생겼어.” “…….” 돌직구를 날려놓고는 굉장히 빨리 울린 진동기에 음료를 받으러 간 위안을 아련히 쳐다보던 타쿠야는 깨진 쿠크를 수습하려 애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