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요 형." 네 말이 끈적거리게 내 목을 타고 올라와 귓가 언저리에서 속삭였다. 나는 그 외설스런 감각에 목을 움츠리고 싶었으나 마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메두사의 앞에 선것처럼 딱딱하게 굳은 몸때문에 끊임없이 치고 올라오는 그 짜릿한 감각만을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니까..." 너는 입술을 혀로 핥았다. 하얀 셔츠를 가로지르는 얇은 검은 넥타이는 마치 너와 나의 아슬한 선을 보는것만 같았다. 조금만 더 움직이면 불처럼 타버려 모든것이 바스라질 그런 선. 나는 침을 삼켰다. 목울대가 크게 위아래로 진동했고 네가 다가오는 그 순간순간이 뇌에 직접 박아넣어지는 기분이었다. 너는 살짝 웃었다. 올라간 입꼬리를 나는 뚫어져라 쳐다보며 뒷걸음질 치려 노력했다. "사랑해요. 알죠?"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너는 천천히 나의 손을 들었다. 혹시라도 내가 뺄까봐 그런건지 아주 세게 손을 감아쥐고는 다른 손으론 너의 코트 주머니를 헤집었다. 마침내 승리한 영웅처럼 꺼내든 손에는 작은 칼이 들려있었다. 조각칼 같아 보이는 그것을 내가 꿈뻑거리며 쳐다보자 너는 내 다른 한손을 세게 베어버렸다. 피가 옹글대며 흘러나왔다. "잠깐..! 야 뭐하는.." 나는 손을 빼려했지만 얼마나 세게 잡고 있는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너는 그런 나를 비웃듯이 자신의 손마저 베어 넘기곤 피가 흘러내리는 내 손과 마주 댔다. 뜨끈한 피가 얽히고 뒤섞어졌다. 무언가의 행동을 연상시키는 듯한 왕복운동에 나는 얼굴이 홧홧해지는걸 느꼈다. 아니 사실 홧확한건 상처난 손바닥이지 얼굴이 아닐지도 모른다. "몸.. 검사결과 나온거 알아요?" "...아 진짜?" 순간 얼마전에 받았던 종합검진이 생각났다. 별일도 아닌 일로 너는 나를 닥달했었었다. 등떠밀려 간 병원에서 오랫만에 받은 건강검진을 나는 지금까지 새까맣게 잊고 있던 것이었다. 너는 나의 손을 더욱이 세게 깍지끼며 화사하게 웃었다. 칼은 언제 그랬나 땅을 나뒹굴고 있었다. "형 에이즈래요." "...뭐?" "이제 같이 죽을수 있다." 좋죠? 너는 말했다. 마치 오늘 날씨가 너무 좋다는 듯한 어투로 내 머리를 쓰다듬던 다정한 눈빛으로 언제나처럼 나를 껴안아오던 뜨거운 몸으로 너는 나의, 아니 우리의 사망신고를 알렸다. 모발이라 잘 나오는지 모르겠다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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