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올해 여섯살 난 사내입니다. 내 이름은 다니엘 스눅스 이고요.
아버지께서는 절 승욱이라고 부르십니다.
우리집 식구라고는 세상에서 제일로 멋있고 제일로 잘생긴 아버지와 단 두식구 뿐이랍니다.
나는 어릴적에는 식구가 한명도 없었다고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비록 너와 나는 핏줄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나는 그 누구보다 너를 아낀다.
너의 이름은 다니엘 스눅스다. 꼭 명심하거라.
너의 본래 아버지와 어머니를 너는 결코 미워하면 안된다.
나는 너를 낳아주신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받은 이름을 바꿀 자격이 없단다.
그게 너의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허나, 너의 아버지는 너를 내게 맡기시면서 너에게 한국 이름을 지어주셨다.
호승욱.
그것이 너의 또 하나의 이름이다.
이 두 이름에 먹칠을 하는일이 결코 없기를 바란다."
우리 아버지는, 그야말로 세상에서 둘도 없이 멋진 우리 아버지는, 너무너무 무섭습니다.
"어머니가 없다고 하여 니가 기가 죽을 필요는 없단다. 허나, 그렇다고 하여 너무 자만하면 안된다.
남들 눈에 어긋나지 않도록 항상 누구에게나 예를 갖추는 것이 너의 본분이다. "
조금이라도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다면, 그날은 아버지께 크게 매질을 당하는 날이 될것이였습니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아버지가 달라지셨습니다.
석달쯤 전에는, 금년 봄부터 나를 유치원에 보내준다고 해서,
나는 너무나 좋아서 동무아이들한테 실컷 자랑을 하고나서 집으로 돌아오니까, 사랑방에서 웬 낯선 사람 하나가 와 앉아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승욱아, 와서 아저씨께 인사드려라. 새로이 우리 사랑방에서 지내실 분이란다."
나는 어째 부끄러워서 인지 비슬비슬 하니까, 그 낯선 손님이,
"아, 이놈이 호승욱이구나, 아들이라 하시었죠?"
하고 아버지더러 묻겠죠.
그 아저씨는 참으로 여자마냥 곱더라니요.
어저께즈음에 계란파는 아저씨가 지나가는 색시들 손을보고 그러셨어요.
섬섬옥수,
무슨 뜻인지는 잘 몰랐지마는 이 아저씨한테 꼭 맞는 말인 것같더라니요.
얼굴도 하얗고. 아, 하나 흠이라면 흠이 턱끝에 점이 하나 있더라요.
그래도 참으로 고운 아저씨였습니다.
엊저녁엔 저녁을 먹고 이내 살그머니 사랑에 나가 보니까, 아저씨는 그때야 저녁을 잡수셔요.
그래 가만히 앉아서 진지 잡숫는걸 구경하고 있노라니까 아저씨가
"승욱이는 어떤 반찬이 제일 좋더냐?"
하고 묻겠지요.
그래 삶은 달걀을 좋아한다고 했더니, 마침, 상에 놓인 삶은 달걀을 한알 집어주면서 나더러 먹으라고 합디다. 나는 그 달걀을 벗겨 먹으면서,
"아저씨는 무슨 반찬이 제일 맛나요?"
하고 물으니 아저씨가 한참이나 빙그레 웃고 있더니,
"나두 삶은 달걀." 하겠지요.
나는 좋아서 손뼉을 짝짝 치고, 가서 아버지께 말씀드리려 했지요.
"아부지 아부지, 사랑 아저씨두 나처럼 삶은 달걀이 제일 좋더래요"
"떠들지 말어라."
하고 아버지가 눈을 흘기십니다.
그러나 사랑아저씨가 달걀을 좋아하는 것이 내게는 썩 좋게 되었어요.
고다음 부터는 아버지가 달걀은 많이씩 사게 되었으니까요.
아저씨가 사랑에 와계신지 벌써 여러밤을 잔 뒤입니다. 아마 넉달쯤 되었지요. 나는 거의 매일 사랑에 놀러갔습니다.
아버지는 나더러 그렇게 가서 귀찮게 굴면 못쓴다고 가끔 꾸지람을 하시지만, 정말이지 나는 조금도 아저씨를 귀찮게 굴지는 않았습니다.
도리어 아저씨가 나를 귀찮게 굴었지요.
"승욱이는 눈이 아버지를 닮았다. 고 고운 코도 아버지를 닮았지, 고 입하고! 응, 그렇지?"
아저씨도 우리 아버지가 멋있다고 생각하나봐요. 하루에도 열댓번씩 저렇게 물어보는 아저씨 탓에 이제는 눈 얘기만 나와도 온몸에 진저리가 칩디다.
"그러지말고 아저씨, 우리 아버지보러 갈까요?"
했더니, 아저씨는 눈이 개구리 마냥 커져가지곤,
"아니, 아니, 안돼. 난 지금 분주해"
그런데 정작 그리 분주하지도 않아보입니다.
"고 저고리는 아버지가 골라주신거니?"
"밤에 아버지랑 한자리에서 자니?"
하는 등 자꾸만 쓸데없는 말을 물었지요.
"에에- 몰라요 몰라. 하나두 몰라요. 근데 근데 아저씨는 이름이 뭐에요?"
"내 이름?"
"네!"
"탁재. 김탁재야."
"아- 탁재아저씨!"
왠지 한번쯤 불러보고 싶었습니다. 김탁재. 참으로 고왔던 아저씨의 손마냥 이름도 참 어여쁘덥니다.
오늘은 유치원에 가는 날이였습니다.
오늘은 유치원근처에 노오란 꽃이 잔뜩 피어있더랍니다.
동무친구들과 같이 열댓송이를 뜯어 아버지께 가져다 드려야지, 싶었습니다.
"아버지! 이거 좀 보셔요!"
"그 꽃은 어디서 났더냐? 참 곱구나"
그런지 왠지 나는 내가 가져왔다고 말하기가 부끄러워,
"아저씨가, 아저씨가 아버지 가져다 드리라 하셨어요!"
그만 아저씨가 가져다 주셨다고 거짓부렁을 했습니다.
아버지는 왠일인지 목에서 부터 시뻘건 다홍치마마냥 붉어졌습니다.
그러고는 큼큼 목을 두어번 가다듬으시고는
"방에다 가져다 놓거라."
그날 밤이였다지요,
아버지가 혼자 서재에 들어가시고는 흐느끼시던 모습을 본 것은요.
' 김탁재 '
아버지 뒤로 보이는 잔뜩 구겨진 종이뭉텅이들 사이사이에 보이던 글자를 나는,
나지막하게 김탁재, 하고 읖조리는 아버지의 모습을 나는, 똑똑히 보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아버지는, 아까 그 노오란, 샛노란 그 꽃을 손에 꼭 쥐고 계셨습니다.
아버지는 무엇이 그리 슬프길래 아저씨의 이름을 그리도 슬프게 불렀던 것일까요.
그날은 쉬이 잠들기가 어려웠던 밤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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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렸던 정들은 없겠지만... 시험이여서 근 삼주간 들어오지도 못했엇어... ㅠㅠㅠㅠㅠ미안할따름이뮤ㅠㅠㅠ 잘읽었었으면 좋겠고 혹시 시간이 된다거나 반응이 좋다면 외전도 쓸생각이야 사실 여기서 그냥 끝내는게 뒷부분의 정들의 생각으로 채워졌으면하고, 그리고 씽크빅이 안터져서니까......ㅁ7ㅁ8
정말 고마워! 댓글도 많이 달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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