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쿠안] 장비서 written by. ㅇㅁㅈ "위안!!! 위안!!" 또 시작이다. 위안은 벌써부터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걸음을 옮겼다. 무려 15살이나 어린 도련님은 한시도 저를 가만두지 않았다. 위안, 위안, 그 흔한 형이라는 호칭도 없이 제 이름을 부르는 얇은 목소리에 넌더리가 날 지경이였다. 도련님의 방 앞으로 급하게 걸음을 옮겼다. 덜컥-, 문을 두번도 채 두드리기 전에 급하게 문이 열렸다. 안달이 난 도련님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제 뜻대로 되지않아, 잔뜩 심술이 묻어난 얼굴을 한 9살 도련님은 입술이 부루퉁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도련님은 몸을 물리고 들어오란 듯 고개짓을 했다. 거만하게 움직이는 턱을 보자니 자연스레 피어오르는 한 대 콱, 쥐어박아주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도련님의 방안으로 몸을 들였다. 나름 성실한 도련님은 벌써부터 교복을 갖춰입은 채였다. -도련님이 비싼 등록금을 내고 다니는 사립초등학교에서는 교복을 입었다.- "위안." "네, 도련님." 부름에 고개를 들자니, 눈 앞으로 체크무늬 넥타이가 내밀어졌다. 자연스레 받아들고 한 쪽 무릎을 바닥에 대고 앉아, 작은 도련님과 키를 맞췄다. 넥타이를 들어올리자 자연스레 숙여지는 도련님의 고개 뒤로 그것을 넘겼다. 익숙한 손길로 넥타이를 매준 뒤, 도련님의 긴 목을 감싸고 있던 하얀 셔츠깃을 내려 옷차림을 정리했다. "다 됐어요." "아침인사." 됐다, 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도련님이 한껏 웃는 얼굴로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익숙하게 도련님의 입술로 입을 가져가 짧게, 입을 맞췄다. 사장님과 사모님의 잦은 출장으로 외로움을 많이 타는 도련님이 안쓰러워 시작한 인사는 어느새 습관이 돼버렸다. 둘 모두에게. 처음에 해줄때만 해도 괜히 민망해, 자주 망설이곤 했다. 도련님의 잔뜩 붉어진 얼굴을 마주했던 게 엊그제같은데, 도련님은 이제 당당하게 인사를 요구했다. 시도때도없이. "아침 준비해뒀어요. 내려가요, 도련님." "응." 몸을 펴고 일어나 도련님에게 손을 내밀었다. 미워도 내 도련님인 것을 어쩌겠는가, 잘 모셔야지. 냉큼 제 손을 잡아채 저를 끌어당기며 앞서 가는 도련님의 뒷통수를 보며,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참, 귀엽다. #01. "주그지마! 주그지마 위안!!" "도련, 콜록!, 도련님. 주그지마가 아니라 죽지마.." "위아안-!" 띵, 한 머리를 부여잡고 도련님의 어눌한 한국어를 정정해주는 와중에도 기침이 터져나왔다. 커다란 제 기침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위안의 손을 더 세게 부여잡고 목놓아 울기 시작하는 도련님때문에 두통이 더 심해지는 듯했다. 학교도 가기 싫다, 며 제 옆에서 떨어질 생각을 않는 도련님때문에 두통이 더 심해지는 느낌이였다. "감기, 감기 옮는데.." "내가 위안 대신 아플게. 위안, 아프지마. 응응?" 저 대신 아프겠다는 도련님이 기특해서 웃음이 나왔다. 웃는 와중에도 목이 아파, 위안은 표정을 잔뜩 구긴 채로 웃어야했다. 그 괴이한 모습을 보고 도련님이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위안 표정이 이상해-, 으어엉-." 위안의 표정이 굳어졌다. "아유, 도련님. 학교 가셔야지요." "안갈, 안갈, 흐엉, 안갈커야아-." 결국 유모가 도련님을 데리러왔다. 아침 일찍부터 시달린 위안은 제발, 도련님을 데리고 가달라고 유모에게 눈빛으로 텔레파시를 마구 발산하는 중이였다. "장비서님 아프신데 푹-, 쉬어야죠." "내가, 내가, 흐엉, 옆에서, 위안 지켜줄커야!!!" "도련님, 비서님 귀찮게 하시지 마시고 얼른..." "킁, 위안, 킁, 내가아-, 내가, 귀찮아?" 유모 그렇게 말하시면..! 눈빛으로 말해요, 를 열심히 해나가던 위안이, 저를 돌아보는 도련님의 촉촉한 눈에 할 말을 잃었다. 유난히 아련한 도련님의 눈에 약한 위안은 결국, 백기를 들 수 밖에 없었다. "당연히 아니죠, 도련님. 유모님, 그냥 나가보세요." 미안하다, 는 유모의 눈빛을 받으며 위안은 저를 향해 눈을 떼지못하는 도련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애절한 그 눈에서 무언가를 느낀 위안이, 잠시 갈등했다. 제 옆에 눕고 싶다는 강력한 도련님의 눈빛을 무시할만큼 모질지 못한 위안이 결국 벽쪽으로 몸을 옮겼다. "올라오실래요?" 이불을 살짝, 걷은 채로 묻는 말에 도련님은 망설임없이 침대로 뛰어올랐다. 위안은 저를 마주보고 누운 도련님 위로 이불을 꼼꼼히 덮어줬다. 평소보다 굼뜬 손을 확인한 도련님이 인상을 찡그렸다. "도, 도련님?!" 위안은 저도 모르게 큰 소리를 냈다. 제 목 밑으로 도련님의 팔이 들어왔기 때문이였다. 헐, 이게 뭐람. 당황스러운 마음에 채 말을 이어나가지도 못한 채로 위안은 입만 벙긋거렸다. "위안 아프니까, 내가 토닥토닥 해줄게." 팔배게를 해주듯 들어온 팔때문에 위안은 도련님의 작은 가슴팍에 안긴 꼴이 돼버렸다. 남은 팔로 제 등을 살살, 두드리는 도련님때문에 위안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로 몸을 굳혔다. "위안, 코오- 해야지" 머리 위에서 들려온 도련님의 목소리가 낯설었다. 도련님이 아플때마다 위안 자신이 해주던 것을, 똑같이 당하고 있으니 기분이 묘했다. 규칙적인 토닥거림에 위안은 저도 모르게 도련님의 품에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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