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your pants!
타쿠야 장위안
- 또 그러구 있네.
- ......
- 밥 먹어. 내려와서.
도대체 이번 것까지 쳐서 몇 번째지?
- 이러길 벌써 열 번째야.
- ......
- 제발 자위같은건 모두 잠든 새벽에 할 수 없는 거야?
마치 타쿠야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듯 딱 떨어지는 대답이 자존심 어딘가를 쿡 찌른다. 열기로 뒤덮인 방에서는 그의 일침이 방 이곳저곳에 눌러붙어 지글지글하게 타들어가는 중이었다. ㅆ발, 진짜 ㅆ발. 타쿠야는 급히 끼워넣은 고가의 트레이닝 바지의 안감이 투둑, 제법 명확한 소리를 내며 튿어지는 것도 몰랐다. 그의 시선은 무심했다. 무심한 시선의 종착역은 부풀어오른 타쿠야의 바지 한 가운데였다. 타쿠야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의 앞에서든 멋드러지고 꽤 섹시하게 마스터베이션을 할 수 있었다. 그것은 십 수년간 타쿠야가 나름대로 야무지게 다져온 똘끼를 근간으로 했다. 하지만 무심하다 못해 한심에 가까운 시선은 사람의 절정 - 그것이 어떤 절정이든 간에 - 을 밑바닥까지 끌어내렸다. 타쿠야는 지금 그 하강을 경험하고 있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이지 누구에게나 탑재되어 있다는 원시적인 피지컬적 욕구가 없는 사람을,
- 손은 씻고 와.
무성애자, 혹은 장위안이라고 부르던가.
- .........악!
아니, 그렇지 않다. 장위안은 단지 타쿠야의 자위를 지금 것까지 꼭 열 번째 목격하고 있는 한 남자의 이름일뿐이었다. 장위안이 무성애자에 속할 순 있어도, 무성애자와 장위안을 동일선에 놓고 보는 것은, 이 반복된 적발에 지친 타쿠야의 개인적 응어리가 만들어낸 거짓이다. 타쿠야는 위안이 닫고 나간 앙 다물어진 방문을 노려보았다. 조금 있다 타쿠야는 등 떠밀려 토해내듯 외마디 악 소리를 내질렀다. 순식간에 기세가 꺾인 자신의 성기를 다시 어쩔 생각도 못하고 미리 뽑아놓은 휴지에는 마른 침을 뱉었다. 윗옷을 입기도 귀찮은 타쿠야는 트레이닝 바지를 한 차례 바짝 당겨 입고는, 방문을 열었다.
오래되어선지 밟을 때마다 딱딱한 토스트 밟는 느낌이 물씬한 계단은 언제 내려앉아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다만 이상한 것은 계단의 상태를 감지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렇지 않게 계단을 이용하고 있는 집안의 구성원들이었다. 당장이라도 조금만 무게를 주면 폭삭 내려앉을 것 같은 계단에 대해서 아무도 조금이라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들은 텃밭의 사랑스러운 배추를 벌레 따위가 갉아먹은 사실에 더 경악할뿐이지, 실질적으로 그들의 생사와 직결되는 문제에 관해서는 조금도 관심이 없던 것이다. 타쿠야는 이 곳에 온 지 어느덧 2주 차인, 적응력이 뛰어난 축에 속하는 열아홉이었지만, 놀랍게도 이 곳의 단 한 가지의 것에도 적응하지 못 하고 있었다.
- 잘 먹겠습니다.
본가에선 배운 적도 들은 적도 없던 밥상머리 앞 인사를 터득한 자신이 나름 대견하게 여기기가 무섭게, 젓가락을 집으려던 타쿠야의 손을 쳐내는 또다른 젓가락이 있었다. 타쿠야는 반사적으로 눈을 치켜 떴다. 이번엔, 또, 왜,
- 손 씻고 와.
- ......
- 난 그 손이 수저 드는 꼴은 못 보겠어.
타쿠야 쪽은 외면한 채, 젓가락으로 나물 한 가닥을 고상하게 집어 밥 위에 올려놓은 위안이 느릿느릿, 그러나 끝까지 말했다. 타쿠야의 손을 쳐낸 용도로 쓴 젓가락은 세균이 무성한 불청결한 것으로 전락했는지, 어느새 수저통에서 새 젓가락을 꺼내드는 위안을 보고 타쿠야는 허, 하고 어이없는 탄식을 토해냈다. 이 사람 눈에 난 그저 성욕에 눈이 먼, 가장 원시적인 인간의 초기 단계로 밖엔 보이지 않는 것일까? 뭐 그런 회의감 같은 것을 느끼며, 타쿠야는 어쨌든 손을 씻었다. 기어이 화장실 가서 손 씻고 오라는 위안에게 조금의 반항이라도 부려 보겠다고 씽크대에서 손을 씻은 것이 남은 용기의 전부였다. 물기 묻은 손을 트레이닝 바지에 슥슥 닦는 것까지 지켜본 위안은 우겨넣은 밥을 마지막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겨서 죄송합니다. 아주머니께 대단한 잘못이라도 저지른마냥 인사를 올리고 방으로 들어가버리는 조그만 뒷태가 미련없다. 타쿠야는 순식간에 집안 구성원들이 제일 혐오하는 농작물 갉아먹는 벌레만도 못한 기분이 되어 밥을 먹는둥 마는둥 씹고는 역시 방으로 올라갔다.
크기는 한 평 남짓, 든 거라곤 고물상에 팔아도 헐값을 받을듯한 컴퓨터와 침대, 책상과 의자가 다였다. 애초부터 난쟁이용으로 제작된건지 타쿠야의 사이즈를 다 감당하지 못하는 침대에 몸을 뉘였다. 발목부터 발 전체가 침대에 속할 수 없었다. 늘 허공에 떠 있어야하는 제 두 발의 시려움도, 이제는 견딜만한 타쿠야였다. 식사 때는 늘 클래식이 있어버릇했던 전과는 달리, 말 한마디 없이 밥알 씹기에 바쁜 삭막한 식탁도, 뭐 어떻게든 적응하면 된다. 하지만 타쿠야가 죽어도 적응하지 못할 예감이 드는건 사람에게서였다. 변변한 잠금장치 하나 없는 방문을 벌컥벌컥 열어제끼며 밥 시간을 알려오는, 고고한 무성애자. 이름은 장위안.
- 엄마아........
나이 같은건 모른다. 다만 학생일 것이다. 타쿠야보다 나이는 많아 보이니 어림잡아 대학생쯤. 아주머니 아저씨와는 무슨 관계인지 모른다. 타쿠야 본인처럼 사정이 있어 특정 기간동안 얹혀사는 것이겠거니 짐작할뿐. 위안은 밥 알림 짓을 하지 않을땐 좀처럼 방에 틀어박혀 나오는 법이 없으니까. 뭘 하는진 몰라도 자위는 안할 것이다. 자위하다 들킨 타쿠야를 보는 눈빛은 싸늘하기 그지 없으니까. 소변을 배출하기 위해 존재하는 곳을 주물러대는 행위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듯한 - 그러나 타쿠야를 통해 하도 많이 본 탓에 적응은 된 - 눈은 언제나 타쿠야의 자존감을 제로 퍼센트로 급감시켰다.
사실 열아홉의 타쿠야가 끼고 놀 여자도 없는 마당에 하루라도 자위를 거른다는건 말도 안 되는 지론이었다. 그는 딱 남들만큼 성욕이 있었지만, 남들만큼 자제하는 법은 원래부터 배우지 못 했기때문에 늘 열심히 분출만 했다. 여자들은 자신의 분출을 좋아했다. 적어도 타쿠야가 느끼기에는 그랬다. 성욕이 솟을 때마다 배출하는 것, 타쿠야에게 그보다 자연스러운 행위는 없었다. 갑작스레 틀어막힌 성욕의 수도꼭지는 타쿠야를 반쯤 미치게 만들었다. 남이 만져줘서 세웠던걸 이제는 자신의 손으로 쓰다듬고 있다. 불현듯 정신을 차려보면 바지를 끌어내리고 있다. 지잉.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컴퓨터를 켜고 가까스로 다운 받아낸 동영상을 또 재생시키고 있다. 그러다 도출된 결론적 상황은 늘 장위안에게 덜미를 잡혀, 그 무심한 시선을 받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일한 배출로인 그 짓을 멈출 순 없었다. 그랬기에 반복되서 걸렸던 것이고. 위안이 자신을 욕구에 미친, 인간 되다 만 나부랭이로 봐도 솔직히 할 말이 없긴 하다. 하려고 시도하는 족족 걸리기 일쑤니까. 하지만 성욕도 식욕과 닮은 부분이 있어, 밥 때만 되면 제깍 달아오르는 자신의 몸을, 타쿠야는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 새벽에 그 짓을 하라고?
말도 안 돼. 무경험자라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는 위안의 충고였다. 자고로 새벽은 타쿠야에게 있어, 그나마 붙어있던 성욕도 모조리 수면욕의 구역으로 흡수돼버리는 시간 대였다. 어떻게든 깨어있다해도 새벽 공기는 이상하게 사람 마음을 뒤숭숭하게 했다. 야한 것으로 뿌옇던 정신 세계가 또렷해지고 맑아져온다. 머릿속을 점철하던 욕망은 사그라들고, 고물 컴퓨터의 부팅 속도는 늦어도 한참 늦는 것이다. 오늘은 날이 아닌가보다 하고 마음 접은 타쿠야가 잠을 자려 뒤척이면 그제서야 윈도우 시작음이 귓방맹이를 때렸다. 타이밍이 엇나가도 너무 엇나간다. 이렇듯 타쿠야는 새벽 자위 실패의 쓴 맛을 꽤 여러번 경험한 유경험자였다. 그러니까 확신하는 것이다. 위안은 분명 무경험자일 것이라고. 암 것도 모르니까 말이 그렇게 쉽게 나오는 거라고.
- 결벽증 무성애자 새끼.
나직하게 뇌까린 타쿠야가 그런 수식어로 치장된 위안의 얼굴을 떠올렸다. 조금이라도 웃는 낯짝을 본 적이 없다. 집안의 어른들에게도 무뚝뚝하기는 매한가지. 뭘 위해 사는거지? 사실 뭘 하면서 사는지조차 알 길이 없으니, 그런 개인적인 삶의 목표까지는 한 치 예상할 엄두도 못 내는게 당연하다. 타쿠야는 정량을 채우지 못해 주린 배를 오른 팔로 감싸며 생각의 꼬리를 이어갔다. 언제나 같은 복장. 상의는 단색의 맨투맨, 하의는 곤색 주위를 맴도는 칠부 바지. 한몸인냥 차고 다니는 염주 팔찌, 그리고 까만색 손목 시계. 심심한 차림에 하나의 특이점이라곤 집 안에서도 늘 신고 다니는 흰색 발목 양말 정도? 그마저도 이젠 붙박이 풍경같이 느껴진다. 타쿠야가 아는 위안은 정말 딱 그 정도였다. 차림새의 특징 파악 외엔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사람. 사실 무성애자인 것도 어디까지나 타쿠야의 치졸함이 부른 섣부른 판단이었다. 장위안이란 사람이 실은 알고보면 남들 두 배 이상으로 성욕이 많은 사람인지, 때리는걸 좋아하는 새디스트인지 알게 뭐람. 타쿠야는 머리를 휘휘 내저었다. 그래도 떨쳐지지 않는 이미지, 자신을 바라보는 흐리멍텅한 회색빛 눈.
- 진짜 ㅈ같다니까, 그 눈. 천박한 인간들 보듯하는 그 눈. 자긴 뭐 씨 안 뿌릴 것도 아니면서. 꼭 그런 것들이 뒤에선 더 한다고.
꼭 그런 것들이 뒤에선 더 한다고.
꼭 그런 것들이 뒤에선 더 한다고.....?
벽에 부딪친 말이 이 벽 저 벽을 오가며 돌림노래를 부르는 것 같았다. 한 평 남짓한 방 안에서 메아리가 될 리는 없고. 타쿠야는 귀에서 반복재생되는 자신의 음성을 의아하게 여겼다. 그리곤 뭘 어떻게 해볼 새도 없이, 머리는 그에 상응하는 장면을 슥삭슥삭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그 곳은 싸구려 주황 불빛이 감도는 작은 방 안이었고, 지금 자신이 있는 방 구조와 모든 것이 비슷했다. 침대 위에 누워있는 것은 타쿠야 자신이었다. 자신은 흥분에 잔뜩 지배된 표정으로 무언갈 보고 있다. 거의 대 자로 뻗은 타쿠야의 중심부 쯤에 앉아 허리를 열심히 흔드는 조그만 뒷태가 보였다. 찌그러져 더욱 탱탱한 그의 엉덩이를 주무르는 자신의 손길마저 섹스 그 자체였다. 타쿠야는 곧 자신의 손이 제 집 찾아가듯 트레이닝 바지 속으로 향하는 것을 느꼈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거의 뭉그러지고, 타쿠야는 그의 허릿짓에 도취되어 사정감이 빠듯하게 닥쳐옴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의 손인지, 그의 구멍인지 모를 것이 점점 빠르게 움직임에 박차를 가했고, 어느 한 부근에 다다라서 눈 앞에 섬광같은 것이 번쩍이더니 짧은 순간, 뼈 끝에서 끝을 타고 올라오는 원시적인 활력이 팔딱 튀었다.
- 아........
그리고 사정이었다.
- ..........................
타쿠야는 삽시간에 준비도 없이 달아올랐다가 절정까지 찍은 자신의 몸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더욱 이해가 안 가는 것은 그 따위 상상을 만들어낸 자신의 뇌였다. 언제부터 뇌가 내 관할이 아니고 남의 컨트롤 아래 움직였던가? 타쿠야는 근 2주만에 느껴보는 절정의 행복감에 허우적대면서도 자신이 그어놓은 상식선 밖에서 놀고있는 자신을 계속 목격해야 했다. 상상 속 남자의 발에는 흰 발목 양말이 신겨져 있었다. 얼마나 행위에 집중했던지, 남자의 양말은 반쯤 벗겨져서 톡 튀어나온 복사뼈가 완연하게 보일 정도였다. 남자의 마른 등줄기에서는 땀이 흘렀다. 그 허릿선을 타고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방금 전 상상에서 분명 보았다. 그리고 타쿠야는 사정하기 직전 보았던 그 영상을 잊을 수가 없다.
그것은 스스로를 내던지고 부수면서 동력을 얻는 자기파괴적인 흥분에 젖은, 장위안의 얼굴이었다.
- 나, 진짜,
반쯤 벗겨져 같이 달랑달랑 흔들리던 흰 반양말의 존재가 결코 엉뚱한 것이 아님을 반증하게 했다.
- 나 진짜 돌았구나.
타쿠야의 자그만 행동에도 추한 것 보듯 반응하며 밥을 더 먹지 않고 방으로 들어가던 자그만 뒷태와, 자신의 위에서 흔들리던 그것이 너무 닮아있었다. 너무 닮아있는 것으로도 모자라 복제였다. 그 모습에서 절묘하게 옷만 오려내 상상 속에 갖다붙인 것 같았다. 그것은 다른 누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니고, 바로 자신이, 방금, 저지른 짓이었다. 자신의 뇌가 한 일이었다. 모르는 척 은폐하기엔 너무도 많은 양의 흔적이 타쿠야의 손에, 옷에, 흥건했다. 당장 쇼크사해도 이상하지 않을 법한 상황에서 너무 또렷하게 점층적으로 돌아오는 의식이 싫었다. 이성은 바람 불면 날아가는 종잇장 취급해버리고 개막장 스토리를 찍어내 재생시킨 뇌에 심의 규정 따위가 걸려있을리 만무하다. 타쿠야는 딱 죽고만 싶었다. 난 지금 누굴 갖고 사정한거지? 내가 이렇게 극한의 상황을 즐기는 답 없는 변태였나?
귓가엔 여전히 상상의 잔재가 심드렁하게 되풀이 되었다.
꼭 그런 것들이 뒤에선 더 한다고.
-
과연 팬츠를 벗길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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