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근질거리는데 고3이라서 글을 쓸수가 읍따....(눈물을 삼킨다)
원래 오늘 최종 결과 나와서 붙으면 연재물 쓸라 그랬는데 경☆축 탈락 에라이 대학놈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떡썰 찌고 싶어요ㅠㅠㅠ떢떠ㅓㄲ떠꺼떠ㅓ꺼떠꺼떠꺼떠꺼떠꺼떠꺼떡 (나정, 19세, 욕구불만)
ㅠㅠㅠㅠㅠ이렇게 일본에 간 타쿠야는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쉬운대로 예전에 쓴 글 투척!
연재는..음....어...어..언젠가 될지도 모릅니다?
거리에 불이 켜졌다.
붉은빛과 푸른빛의 화려한 연등이 환하게 불을 밝힌다. 거리의 노점들은 슬슬 저녁장사를 준비하기 시작하고, 저자에는 점점 인파가 몰려들었다.
길을 걷던 한 여인이 어딘지 부족한 거리의 풍경에 인상을 쓰더니, 가볍게 허공을 향해 손짓 했다. 순식간에, 거리의 중심에 우뚝 서있는 궁상나무에 수 만 무리의 별들이 날아왔다. 별들은 궁상나무 주위에서 유유히 춤을 추더니, 궁상나무에 과실이라도 되려는 듯 데롱데롱 매달려버렸다. 환한 빛으로 수놓아진 궁상나무가 마치 전등이라도 달아놓은 듯, 아니 그것보다 더욱 아름답게 은은히 빛난다. 여인의 행동에 주위 사람들이 칭찬하는 듯 나지막한 환호를 건넸다. 그러자 여인은 어깨가 으쓱해져서는, 매달린 별 하나를 불러내어 어깨에 슬쩍 올리고는 위풍당당하게 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오랜만의 축제였다. 사실 오랜만이라고 해봤자, 이곳에서는 두 달에 한 번씩은 꼭 축제가 벌어지지만. 이번 축제는 옥황상제의 처이신 총명부인의 생신을 축하하는 축제ㅡ가 주목적이었겠지만, 지금은 총명부인은 이런 건 지루하다며 내궁에서 주무시고 옥황상제님과 오랜만에 조우하는 죽마고우 해모수님의 시끄러운 회포의 현장이자 술을 좋아하는 장군들의 남자다움(?) 자랑의 장으로 변질되어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물론 대부분의 천인들에게는, 단순한 <시끄러운 장군님들 구경하는 날>...이겠지만.
아무튼, 본래는 엄연히 멋과 예술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총명부인을 위한 잔치가 되어야 마땅하겠으나. 어느 새 밤새도록 술 마시고 즐기는 유희의 축제가 되어버린 이 정체불명의 축제엔, 한 가지 꼭 지켜야 할 불문율이 있었다. 바로, 이 날 밤만은 아이를 밖에 내보내서는 안 된다는 것. 그것에 거창한 이유가 있기 보다는, 이 축제 자체가 하루 간 모든 이성과 생각을 내던진 채 본능에 마음을 맡긴다 하는 주제 아래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섣불리 아이들에게 공개되어서는 안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날은, 밖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아이들이 모르도록 온 집 안의 불을 켜두고, 아이들에게 일찍 자도록 어르는 것이 관습이 되어 있었다. 물론 관습이란 것이 으레 다 그렇다시피,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그런다고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는 건 아니겠지만.
오늘도 매년 그랬듯이, 밤이 되자 색색의 연등이 켜지고, 집에는 아이들만이 남고, 거리에는 하룻밤의 유희를 즐기기 위해 천인들이 모여들었다. 거리에는 술집들과 노점들이 불을 밝히고, 평소에는 구석진 곳에서 뒷거래 장사를 하던 이들이 자유롭게 활개를 치기 시작한다. 오늘따라 하늘하늘 춤을 추는 여인네들의 천자락이 곱다.
소년, 위안은 창가에 걸터앉아서, 바깥을 꼼꼼히 살피고 있었다. 밖에서는 아버지가 어머니가 나갈 채비를 하고 계셨다. 이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려 온 순간인가! 위안은 눈을 빛내며 부모님들이 나가시기를 참을성 있게 기다리다가, 부모님이 출타하시는 문소리에 자기도 창가에서 일어났다.
달이 예쁜 밤이다. 실로 이 위대하고 원대한 자신의 계획을 실행하기에 이상적인 밤임에 틀림없다.
먼저 위안은 커다란 자신의 옷장을 열어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고작 하룻밤의 일탈이란 걸 알고는 있었지만, 생각하지 못한 모험과 마주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쿵쿵 뛰었다. 어쩌면 칼을 써야할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불쌍한 아랫 세계의 인간들을 괴롭힌다는 나쁜 들짐승이라도 나타난다면, 매일 연습한 무술로 모두 무찔러버릴 수 있을텐데. 사실 자신은 검술에는 영 재능이 없었지만, 세상사 어찌 될지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이럴 때를 대비해 그 흔한 검 하나 사주시지 않은 아버지가 야속했다.
위안은 서둘러 옥대를 고쳐둘렀다. 옥경에 다가서자, 단정한 이목구비가 드러난다. 이 정도면 성내 제일 미남이라고 할 만하다. 물론 아직까지 자신 외에는 아무도 긍정해주지 않은 발언이었지만. 제가 봐도 만족스러운 제 모습에 어깨가 들썩였다.
사실 위안이라고 말 없이 집을 나서도 싶은 건 아니었지만, 그 꽉 막힌 아버지가 보내줄 것 같지가 않다. 어쩔 수 없는 거야, 이건.
위안은 애써 스스로를 위로하며 길을 나섰다.
“와아…….”
정말이지 입이 저절로 벌어질 정도로 호화로웠다. 이곳저곳에서 파는 맛난 음식들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듯 한 이상한 외모의 사람들도 있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염라국에서 온 사람도 보게 되었다. 애초 목적은 이게 아니었지만, 이대로 여기서 놀다가 몰래 들어가는 것도 좋을.. 것 같지만, 그건 절대로 안 된다. 오늘이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위안은 고개를 붕붕 휘젓고 자신의 목적지인, 하늘 사다리 문 쪽을 향해 힘차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사실 위안은 천상 백옥경 내에서도 나름 귀한 집 자제시다. 그의 아버지는 옥황상제의 왼팔로(그러니까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으로), 문선왕과 함께 옥황상제의 최측근 중 한 사람이라고들 한다. 물론 위안에게는 그냥 아버지, 아니 정확히는 꽉 막힌 아버지일 뿐이지만 말이다. 그것도 가끔은 좀 한심한. 사실 오늘, 위안이 몰래 집을 나온 이유도 그 아버지에게 있었다.
원래 천손들은 꼬박 16살이 되면 처음으로 지상으로 내려갈 기회가 생긴다. 위안도, 올해 막 16살이 되었다. 그러니 당연히 친구들과 그의 생일 날 다 같이 지상으로 내려가 그렇게 예쁘다는 아랫 세상의 폭포를 구경가기로 약조를 했었다. 그런데 그 망할 과잉보호 아버지 때문에! 지상에 못 가보게 생겼다 이 말이다. 그 후, 친구들은 자신을 내버려 둔 채 자기들끼리 인간 마을로 놀러 가버렸다. 그 후에도 아버지의 엄한 단속은 계속 되었고, 당연히 위안은 지상에 내려갈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나이의 소년들이 어디 잡아둔다고 해서 잡히는 성미들이던가? 무슨 일이 있어도 가고 말리라는 강한 의지를 계속 마음속에 담아두던 위안은 얼마 전, 곧 이 총명부인의 생신축하 축제가 벌어지는 날이라는 것을 알고, 이 기회다! 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하여 나름 온실 속의 도련님으로 자라온 위안은, 태어나서 처음 몰래 집을 빠져나와 버리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또래 중에서도 나름 배포가 큰 위안은 용감하고 씩씩하게 하늘 사다리 문을 향해 가고 있었다. 물론 가끔 걷게 되는 어두컴컴한 샛길이 무섭기도 했지만, 어찌 그런 것에 굴할쏘냐!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사다리를 내려가리라고 다시 한 번 다짐하며, 더욱 걸음을 빨리하는 위안이었다. 물론 힘을 사용하면 더 빠르게 갈 수 있겠지만, 오늘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섣부르게 힘을 사용할 순 없었다.
얼마 안 가, 위안의 눈앞에 하늘 사다리 문이 나타났다.
하늘 사다리 문은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통로였다. 늘 사시사철 피어있는 진달래 숲을 지나 일 조년 된 소나무를 지나치면 있는 곳으로, 보는 이를 절로 주눅 들게 만드는 커다란 문이 떡하니 버티고 있고, 문지기인 도수문장이 늘 그곳을 지키고 있다. 하늘 사다리 문이라면 전에 친구들과 함께 와본 적이 있다. 혹시 모를 자들을 위해, 천리를 보는 새가 늘 이 근처를 지키고 있다고 들은 것 같다. 괜히 가슴이 떨린다. 도수문장은 여러 번 만난 적이 있긴 하지만, 아무튼 이런 무시무시한 곳은 별로다. 하지만 위안은 목을 가다듬고 허리를 꼿꼿이 편 후 당당하게 걸어갔다.
“도수문장 아저씨! 오랜만이에요.”
위안이 빙그레 웃으며 먼저 말을 건넸다. 도수문장은 꽤나 놀란 눈치였다.
“어, 서수왕 댁 아들 아니냐. 여기는 무슨 일로.”
또, 여기서도 자신은 누군가의 아들이다. 대부분 천계의 사람들은 아직 지위가 정해지지 않은 이름으로 부르는 것은 안 될 일이라며, 위안을 아버지의 이름인 서수로 부르곤 한다. 그리고 엄연히 있는 누님의 이름 또한 항상 서수애기씨로 대체하는 것이다. 부모님 조차도 애기야, 아들아 하며 부르실 뿐 자식의 이름을 직접 불러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실 그다지 맘에 들진 않는다. 한 번 쯤은 자기 자신을 다른 게 아닌, 위안이라고 불러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저기, 제가 지금 아래로 내려가고 싶은데요, 안 될까요?”
“하지만...오늘은 총명부인의 생신일이 아니냐. 아이들은 밖에 나오면 안 될 텐데?”
“괜찮아요. 아버지가 어차피 밖에 나와서 놀지도 못하니, 이 기회에 한번 인간계에 가보라고 하셨거든요. 달빛이 예뻐서 안성맞춤이라시면서요. 어떻게, 안 될까요?”
도수문장이 인상을 잔뜩 썼다. 당연히 화가 나거나 불만스러워서는 아닐 거다. 분명히 보내주긴 하겠지만, 그냥 보내주면 자기를 우습게 알까봐 일부러 인상을 한번 쯤 써보는 것이다.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한 아저씨이니까. 저번에는 <문지기 따위 그냥 문을 지키고 있는 거 아냐?>라고 한 망나니 천인을 죽어라 때린 일도 있었다.
“뭐,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흐흐. 내가 네 앞에서 뭔 힘이 있겠냐―. 그냥 가라, 가. 아, 그리고 너희 아버지한테 언제 술 좀 같이 마시자고 전해드려라. 오랫동안 못 마셨더니 근질근질하네~♪ ”
위안은 늘 호쾌한 도수문장을 보며 크게 미소 짓고 뒤, 문 앞에 섰다. 양 옆에 있는 병사들이 천천히 문을 열기 시작한다. 눈앞에, 처음으로 보는 광경이 펼쳐졌다.
저게 그림책에서 나오던 산이구나. 구름이구나. 초가집이구나.
이상도 하다. 별도 하늘도 달도 매일 보던 건데, 이 풍경과 함께 보니 더 없이 새로워 보였다. 초가집에서 나오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는 인간이다. 위안은 미칠 듯이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이 있었다니.
그는 태어나 처음 보는 인간계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발을 내딛었다.
잠깐, 뭔가 잊고 있었던 것 같다.
발밑은 텅 비어있다. 생각해보지 못했다. 늘 위안은 법에 대해 배워왔고, 날아본 적도 있지만...이건 전혀 느낌 자체가 다르다. 이건 진짜 나는 것이라는 실감이 확실히 났다. 순간, 위안은 가볍게 하늘 위에 떴다.
“ㅡ으, 으악!”
확실히 난다기 보다는 붕 떴다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듯하다. 오랫동안 연습한 성과가 있긴 있나 보다. 위안은 푸른 공단을 펼쳐놓은 듯이 예쁜 빛깔을 띤 밤하늘 한 가운데에서, 발밑으로 인간계를 내려다봤다.
이렇게 몰래 빠져나온 보람이 있을 만큼 아름다웠다.
위안은 왜인지 모를 흥분에 몸을 부르르 떤 뒤 부드럽게 당초의 목적지였던 폭포가 있는 곳으로 비행했다.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은 뒤, 배운 데로 정신을 집중해서 천천히 몸의 중심을 잡았다. 여러 번 간이 비행을 해봤지만, 이렇게 밤하늘의 한 가운데에서, 바람결을 느끼며 비행을 하는 건 처음이다. 바람결이 위안의 귓가를 간질였다. 위안이 눈을 크게 떴다. 세계를 내려다보는 게 이런 기분일까. 점점 물이 오르는 시장, 큰 소리로 흥정을 하는 장사꾼들, 일을 끝낸 일꾼들, 노래를 부르며 술을 마시는 젊은 남정네들, 줄을 지어 걸으며 장난을 치는 아이들. 모두 다 보인다. 이곳이 지상이다. 내가 그토록 가보고 싶어 하던 곳. 나와 다른 사람들이 사랑하며 살아가는 곳.
볼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이 마치 갓 피어난 여인의 손길같이 부드럽다. 보드라운 살결로 뺨을 간질이더니, 사람을 애타고 약 오르게 만들려는 듯 끝에는 날카로운 손톱으로 슬쩍 긁곤 지나간다. 이곳이 마치 세상의 시작인 곳인 것처럼-맑은 기운이 전해져 온다. 이 세상을 그냥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순수한 기운.
위안이 찬 바람에 달아오른 얼굴로 저 아래를 응시했다. 흥분 탓인지 가슴이 울렁거렸다.
그런데 그 때, 잠시 위안이 딴 곳을 본 사이, 갑자기 무언가가 그의 시야 앞을 가렸다. 커다란 새 한 마리와 충돌을 해 버린 것이다.
당황한 위안의 집중력이 흐트러지자, 기가 깨지면서 파열음이 나기 시작했다. 필사적으로 정신을 집중하려고 노력했지만, 눈앞에 보이는 건 새의 커다란 날개뿐 이었다. 떨어진다! 라는 어찌보면 너무나 늦어버린 생각을 하며- 위안은 추락했다.
*
“아야야야...”
위안이 천천히 눈을 깜박였다. 그리곤, 다시 깜박였다.
눈 앞에 펼쳐진 것은 믿을 수 없는 절경이었다.
그는 그저 멍하니 숲의 광경을 바라보았다. 달빛이 은은히 비추는 숲ㅡ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은백색의 호수. 일렁이는 달빛이 호수에 반사되어 호수는 마치 날이 밝은 날의 해가 뜨기 직전처럼 자연의 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 꽃잎이 떨어져 내릴 때마다 호수에 가볍게 내려앉아 예쁜 동그라미를 만들었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또 너무나 아름다워서, 위안은 정신없이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쉬이익, 옅은 산들바람이 불자 진달래 꽃잎이 원을 그리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호수의 정령이 하늘 위를 날아다니기라도 하는 것처럼, 꽃잎이 하늘에서 하늘하늘 춤을 추었다. 봄을 맞아 잔뜩 만개한 꽃나무가 서로 잎사귀를 부닥치며 슉, 슉, 슉 하고 퉁소 부는 소리를 냈다. 푸른 호수 빛이 꽃잎에 비쳐 예쁜 제비꽃 빛깔을 띤다.
ㅡ아름답다. 위안은 생각했다. 물론 천계에도 이런 아름다운 광경은 수도 없이 많지만, 한 번도 와본 적 없는 아름다운 장소에 대한 본능적인 떨림이 손끝에 전해져온다. 바람이 다시 한 번 가볍게 불자 수많은 꽃잎이 다시 한 번 하늘을 날았다. 위안의 부드러운 머리칼이 바람에 흐르듯이 날렸다. 눈물이 날 정도로...아름답다.
“아, 이럴 시간이 없는데.”
정신을 차리고자 고개를 흔들며 위안이 두 뺨을 툭툭, 하고 가볍게 쳤다. 그래,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인간계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수없이 많을 테고, 나는 오늘 그 곳을 속속들이 가볼 작정이니까. 그가 가볍게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 때였다. 호수에서 첨벙하는, 조심스런 소리가 났다. 그리고 그 곳에는...
한 남자아이가 있었다. 마치, 물줄기로 짠 실 같은 고운 흑단의 색을 띠는 머리칼을 가진, 새까만 눈의 소년. 달빛이 반사되어 순은처럼 빛나는 머리칼과 검은 눈이 이상하리만치 잘 어울려서, 소름이 돋았다. 소년이 그 깊은 눈으로 유오를 응시했다. 천천히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그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위안은 숨을 멈췄다. 물소리와 바람소리 외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소년의 눈동자는 꼭 유오를 그대로 삼킬 것 같았다. 언젠가 서책에서 본 적이 있는, 고래라는 커다란 물고기 입속 같은ㅡ... 도망가고 싶지만 빨려들어 가는 그런 눈. 그러면서도 그저 캄캄하지 않고 달빛을 받아 창공처럼 빛나는 눈.
인간의 아이가 아니다.
그건 확실하다. 인간계에 저런 강한 흐름을 가진 사람이 있단 얘기는 어디서도 들어본 적이 없다. 마치 물이 그대로 사람이 된 것 같은 형상. 손으로 톡 건들이면 수만 방울의 물방울이 되어 터져버릴 것만 같다. 그래서 겁이 나서, 건들이면 사라져 버릴 것 같아서, 그를 부를 수도 숨소리를 낼 수도 없었다. 하늘 위로 날아올랐던 진달래 꽃잎이 하늘하늘 눈 내리듯 내린다. 그리고 꽃잎 사이로 그 소년이 자신을 바라보는 게 보였다.
“너는 누구지?”
그 소년이 위안에게 물었다. 이상할지도 모르지만, 그 순간 위안은 소년이 말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신기했다. 그는 그 풍경과 너무나 조화로워서 마치 말을 하지 못하고 조금의 파동만 있어도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 다음에는 소년의 목소리에 감탄했다. 흔히들 멋진 목소리를 말할 때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가 난다고들 하지만, 이 소년의 목소리는 뭐랄까-물의 소리가 났다. 빠르게 흐르다가 느리게 흐르는 물처럼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소리.
“저, 나는...”
위안은 자신에 대해 소개하려다가 멈췄다. 이 아이가 혹시나 천신의 아이라면, 자신의 아버지를 알지도 모른다. 괜히 아버지 이름을 말했다가 도로 끌려가는 불상사가 생기는 건 사양이다. 그럼 뭐라고 말해야 할까? 옥황궁의 무사? 아니지, 애초에 이렇게 비실비실한 어린애가 상제를 지킬리가 없잖아. 금방 들통 날거야. 게다가 이렇게 화려한 옷이라니. 분명 옥황궁에서 가장 낮은 직급이면서 화려한 옷을 입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는다고 했어. 그렇다면 궁에서 일하는 천인이 아닌 선인 중에 화려한 옷을 입는 사람이 누가 있지? 아, 그래.
“나는 옥황궁에서 옥황상제님의 시중을 드는 시동이야. 어, 음. 직속 시중 같은 거라고 할 수 있지!”
그냥 시동이라고 하려다가, 스스로 생각해도 지나치게 현란한 옷차림에 뒤늦게 덧붙이는 위안이었다.
“흐음, 그래? 그런데 여기는 무슨 일로.”
...다행히 잘 넘어간 것 같다. 하지만 여기에 무슨 일로 왔냐는 질문에는 또다시 말이 막혀버렸다. 그러게? 옥황궁의 시중이면 천지왕(옥황상제님)을 모셔야할 텐데. 난 왜 여기 있는 거지?
“아, 어... 그래, 옥황상제님이 나에게 휴가를 주셨거든. 그래서 짬을 내서 아랫 세상에 와봤어.”
“옥황궁의 시중이라면 어차피 인간이었을 텐데 왜 다시?”
“그, 오랜만에 살던 곳에도 다시 가보고 싶어서 말이야! 하하하.”
애써 크게 웃으며 어물쩍 넘기자 소년의 경계가 조금 풀어진 것 같았다.
“그렇구나. 너도 내 또래인 것 같네.”
“어, 어. 그렇겠지.”
어색하게 답변을 하고 나니 위안은 문득 저 소년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마치 물이 사람이 된 것처럼 신비하고 이상한 소년. 그러면서도 왠지 얼굴에는 자기 또래 아이들 특유의 악동 같은 미소가 서려있는. 기를 보아서는 분명 인간은 아닐텐데, 천손 중에서 인간계의 폭포에 사는 천손이 있다는 얘기는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저 소년은 대체 누굴까? 말로만 듣던 물귀신?
“저기, 근데 있잖아, 그럼 넌 누구니?”
조심스레 묻자, 소년이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나? 나는 교룡이야.”
교룡? 순간 위안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런 단어는 들어본 적이 없는 거 같은데. 잠깐만, 교룡이라고?
“이무기?”
“ㅡ아니야!!”
...어라, 엄청 웃긴 표정이다.
*
“근데 왜 이무기라고 부르지 말라는 거야?”
“이무기라고 하지 말랬지!”
“아, 미안. 싫어한댔지.”
위안은 어느 새 그 남자애 옆에 바짝 붙어 앉아 모닥불을 쬐고 있었다. 위안의 그 천진난만한 ‘이무기’ 발언으로ㅡ그 후로 그 남자애가 교룡을 이무기로 바꾸어 부르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는 걸 알게 됐다ㅡ그 둘은 순식간에 경계심을 풀어버린 것이다. 그러니까, 더 정확히는 그 절대로 표정이 안 바뀔 것 같았던 남자애가 그 말 때문에 조금(사실은 꽤나) 웃긴 표정을 지었고, 그 때문에 위안이 박장대소를 해버림으로서 둘이 완전히 정신을 놓고 그 야밤의 숲속에서 새들이 깜짝 놀라 달아날 정도로 크게 웃었달까. 그 다음에 둘이서 눈이 마주쳤을 때 다시 웃은 건 당연지사고.
위안이 도저히 궁금증을 참을 수가 없던지 다시 남자애 쪽으로 돌아섰다.
“그러니까, 왜 그렇게 부르지 말라는 거냐고, 어?”
“촌스럽잖아! 이무기라니. 무슨 꼭 닭 이름 같아.”
나름 굉장히 멋진 명사일 텐데, 순식간에 <이무기>라는 신비스러운 말을 닭 이름으로 만들어버린 남자아이였다.
“있잖아, 근데 너. 내 또래 같은데 어떻게 옥황궁의 직속 시중이 된 거야?”
“시중? 내가? 아, 그래…….내가 시중이었지. 맞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자신이 상제님의 시동이라는(정확히는 시동을 사칭했다는) 사실조차 망각하고 위안이 더듬거리자, 남자아이가 인상을 찡그렸다. 유오가 숨을 훅 들이켰다. 들켰나? 들킨 건가? 이대로 잡혀가는 건가? 아버지한테 줄기로 적어도 수십 대는 종아리를 맞을 텐데. 으악! 머릿속으로 온갖 생각을 다하며 식은땀을 흘리는데, 남자애가 얼굴을 가까이 대며 위안을 유심히 쳐다봤다.
“여인도 아니니 성은을 입었을리도 없고…….”
성은! 그래, 성은을 입었다는 게 있었구나. 성은을 입었다는 누님들은 젊은 나이에도 옥황상제님을 바로 옆에서 모시는 직속 시종이 되곤 했었던 것 같다. 분명히 옥황상제님이 밤에 시험을 해보고, 다음 날 아침에 마음에 드시면 직속으로 만들어주셨었지. 밤에 보는 시험이 뭔지는 모르지만, 얘도 하늘에 올라가 본 적이 없을 테니 나보다 모르면 몰랐지 더 알지는 않을 테다.
“그래 성은! 난 옥황상제님께 성은을 입은 몸이야.”
“.........남자가, 성은을 입는다고?”
“음, 당연하지! 여자든 남자든 누구나 입을 수 있어!”
필사적으로 우겨대자 남자아이가 심히 얼굴을 찡그렸다. 믿기 어렵다는 듯 한 표정이었다. 정말, 진심으로? 의심하는 눈빛에 그럼 내가 왜 거짓말을 해! 말뚝을 박자 표정이 심히 망가지는 모습이었다. 그러고서는 슬쩍 뒤를 돌아서더니 옥황상제님이 그런 취미가 있으셨다니ㅡ상제님 맙소사ㅡ같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했다. 하지만 일단 자신의 말은 믿는 것 같으니 안심이었다.
“...근데 넌 그렇게 잘 할 것 같지도 않게 생겼는데. 신기하네.”
“잘 할 것 같지 않다니. 지금 날 무시하는 거야? 그, 옥황상제님이 아침에 되게 만족하시면서 가셨다고!”
자신이 비실비실해서 일을 잘 못하게 생긴 건 인정하지만, 어떻게든 우겨야 한다. 이대로면 잡혀가 아버지께 호되게 혼이 나고 한 동안 바깥 출입을 금지당할 지도 몰랐다. 위안은 그렇게 생각하며 닥치는 대로 말을 지어냈다. 뭐 될 대로 되겠지! 어차피 한번 보고 말 사이인데. 설마 무슨 일이라도 나겠어.
“그, 그리고는 앞으로는 매일 매일 옆에서 일을 해달라고 하셨단 말이지!”
“.........소문인 줄만 알았는데, 정말 그런 취미가 있으셨구나......."
뭔가 내가 알지 못하는 이야기를 하기는 하지만, 뭐 어때. 아무튼 속아 넘어간 것 같다.
한동안 머리를 부여잡고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던 소년이, 한 번 자신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더니,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상제님 개인의 취향이니까........ ”
“그러는 너는, 원래는 인간이었어?”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묻자,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아니. 나는 원래부터 반신(半神)이었어. ...아, 아직 통성명을 못했네. 내 이름은 테라다, 타쿠야야.”
낯선 이름에 눈을 동그랗게 뜨자, 타쿠야ㅡ라는 어딘지 어색한 이름을 가진 소년이 머쓱하게 웃었다.
“이름이 좀 신기하지? 날 낳은 어머니가, 이 나라 사람이 아니라서.”
그 말을 하는 그의 분위기가 어딘지 복잡해서. 위안은 한동안 입을 다물었다. 잠깐 동안, 폭포가 떨어지는 소리만 숲 속을 울렸다.
정적을 깬 것은 위안의 목소리였다.
“...저기, 나는 위안이야.”
“...어, 어어.”
“사실 내 이름을 부르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그냥 네가 알고 있었으면 해서...”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는 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할 틈조차 없이. 그렇게 아랫 세상에서 처음 만난 정체불명의 소년에게 겁없이 이름을 알려주고 만 위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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