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더 주제에 나보다 나이가 많았다. 서른 한 살이라고 했다. 무려 나보다 아홉 살이나 많은 위안이었지만 위안은 키워진다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사실 신경 쓸 줄을 모르는 듯 했다. 귀여운 팬더는 그저 함께 있을 주인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 기뻐 보였다. 그것은 사람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다가도 입혀 준 주황색 니트 소매를 죽 죽 잡아 내리고 눈이 마주치면 배시시 웃어 보였다. 그런 위안을 보면 따라서 웃음이 났다. 저 작고 귀여운 팬더가, 자신이 연구 대상으로 이 집에 왔다는 사실을 영원히 몰랐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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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 늘어진 위안의 배를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반대 쪽 손을 들어 발바닥도 꾹 꾹 눌러 주고 배를 콕 콕 찌르며 간지럽히니 금새 얼굴에 웃음이 서린다. 사람의 나이로 서른 한 살이면 어른 팬더의 모습이어야 맞는 것인데 위안은 작은 아기 팬더 정도의 크기에 불과했다. 팬더의 모습으로 사람과 나이를 비교할 수 없는 것이 맞지만 어떻게 이 팬더가 자신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혹시 먹을까 싶어 준비해 둔 대나무 잎 몇 장을 손에 쥐어 줘 봤다. 손에 들고 멀뚱멀뚱 쳐다보더니 이내 입에 가져다 대고 오물오물 씹는다. 귀여워. 특히 더 부드러운 머리를 쓰다듬으니 잎을 물고 배시시 웃는다. 으, 진짜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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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11월 26일
이름 장위안 (본인 입으로 말함)
나이(사람 나이로 기재) 31세
종 팬더(중국)
팬더의 모습일 때 주식인 대나무 잎을 물려 주면 맛있게 잘 먹음. 사람으로 변했을 때는 입에 물고 장난만 치다가 뱉어버림. (= 먹지 않음.) 내일은 팬더일 때 밥과 과일을 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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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이라고 했던가? 에네스가 데려갔던 재규어에게 물려 심하게 다쳤다고 들었다. 나와 위안 못지않게 돈독했던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 했더니 폭력성에 대해 연구하던 중 다니엘의 심기를 잘못 건드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급하게 연락을 받은 줄리안이 마취제로 다니엘을 재운 뒤 에네스를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고 했다. 이번 일로 연구소의 몇몇 사람들이 다시 반기를 들고 일어섰다. 토끼를 데려간 주제에 앞니에 긁힐 것 같다느니 종달새에게 쪼일 것 같다느니 하는 말들을 들으면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들 중 늑대나 재규어를 데려간 사람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에네스 외에도 상처를 입은 적 있었지만 연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참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 나타났다. 곧 연구원 대다수가 연구를 반대할 기세였다.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 나는 위안과 헤어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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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물오물. 꿀꺽.
잘게 씹힌 크림빵이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위안의 입가에 묻은 크림을 닦아 주었다. 다시 한 입 크게 베어 무는 것을 보고 일어나 부엌으로 갔다. 동그란 두 눈이 나에게 고정되어 움직였다. 위안이 좋아하는 분홍색 컵에 우유를 따라 건넸다. 꿀꺽. 다시 빵을 삼키는 소리가 들리고 이번엔 우유가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벌써 두 개째 빵을 해치우는 위안을 보고 있으면 마주 보며 배시시 웃어 온다.
위안이 형, 맛있어요?
으응.
얼마나?
마니.
크림빵 좋아요?
응.
나보다 더 좋아요?
...
크림빵이 좋아요, 내가 좋아요?
두 눈이 크림빵과 나 사이를 번갈아가며 쳐다 보았다. 바로 대답이 나올 것이라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내심 서운한 마음이 고개를 들고 일어났다. 살짝 실망한 표정을 짓고 소파로 자리를 옮기니 얼른 빵을 내려놓고 나를 따라오는 발걸음이 느껴진다. 무릎을 끌어안고 아예 고개까지 파묻으니 위안이 팔을 콕콕 찔러온다. 웃음이 새어나왔지만 애써 참았다.
타쿠야.
...
타쿠야아.
왜요, 왜 불러요.
나는 크림빵보다 타쿠야가 더 좋아.
진짜요?
으응. 근데 크림빵 사 주는 타쿠야가 조금 더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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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월 일
이름
나이(사람 나이로 기재)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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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위안과 외출을 했다. 계속해서 내 옷을 입히기엔 위안에 비해 옷이 너무 길어서 위안에게 맞는 옷을 사러 가는 길이었다. 장롱 한 구석에 박아 둔 중학생 때 입던 청바지와 주황색 니트를 입혀 주었다. 첫날과도 마찬가지로 소매 끝을 늘리는 위안의 손을 잡고 걸었다. 걸으면 걸을 수록 신이 나는지 팔을 앞뒤로 흔드는 위안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백화점에 도착해 이것 저것 위안에게 입혀 보고 위안이 마음에 들어하는 옷 위주로 구매하다 보니 어느새 양 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있었다. 배고프다며 칭얼대는 위안에게 크림빵을 하나 사 주니 금새 조용해졌다. 버스를 기다리며 쇼핑백을 잠시 내려 놓으니 그 중 몇 개를 가지고 가려는 위안이 보인다. 나 모르게 가져가려 했는지 흘끔거리는 모습이 사랑스러워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어 주었다. 넋 놓고 귀여운 위안을 보고 있는데 누군가 어깨를 툭 툭 건들기에 고개를 돌리니 줄리안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서 있었다.
줄리안 형, 여긴 어쩐 일이에요?
그냥. 옆에 장위안이지?
네. 로빈은 잘 있어요?
그렇지, 뭐. 그것보다도 조심하는 게 좋아. 에네스 일 때문에 위에서 명령이 내려올 것 같아.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나.
...
아직 확실한 건 아니지만 너무 정 붙이지는 마. 괜히 힘들어지는 건 우리야.
...알았어요.
줄리안이 멀어지고 나서 위안을 쳐다 보았다. 길어지는 줄리안과의 대화에 지루했는지 쇼핑백 끈을 손톱 끝으로 뜯으며 놀고 있었다. 지나가는 택시 한 대를 잡았다. 운행 텀이 긴 버스는 이미 줄리안과 대화를 할 때 지나가버렸다. 위안이 가지고 있는 쇼핑백을 뺏어 들고 택시 문을 열었다.
타요, 형. 우리 얼른 집 가요.
나름 어제 쓴 부분은 마음에 드는데 오늘 쓴 데랑 고친 부분은 영 마음에 안 든다 ㅂㄷㅂㄷ 싹 지워버리고 싶지만 참았음
타쿠야 줄리안 에네스는 반인반수 연구원 장위안(팬더) 로빈(토끼) 다니엘(재규어)은 반인반수
연구원들은 각자 반인반수를 한 명씩 데려다가 키우면서 연구를 진행하는데 타쿠야가 장위안한테 폴인럽 물론 에니엘도 줄로도 근데 줄리안은 본인 상처 받는 게 싫어서 애써 부정만 하는 중ㅇㅇ
혹시 이해 안 된다거나 수정했음 하는 부분 있으면 말해 주라 TT 먼 훗날 길게 풀어서 ㄱㅈ에 올려 보고픈 의향이 다분한 글 뭐 누가 읽어주겠냐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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