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졌다는 일기예보에 아끼던 코트를 꺼냈다. 하얀 셔츠 위에 단정한 니트. 그가 좋아하는 옷까지 완벽하게 갖춰 입었다. '오늘 저녁에 같이 저녁 먹자. 역 앞으로!' 예상치도 못했던 그의 문자에 온 몸이 삣뻣해지는 듯 긴장이 되었다. 오늘은 너무 갑작스러운데. 지갑과 열쇠를 챙기며 집을 나서려는데 갑자기 또 그의 문자가 생각이 났다.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타자를 쳤을 귀여운 모습이 생각나서 웃음이 베시시 나왔다. 빨리 가야겠다, 우리 형 기다리겠네. * "타쿠야!" "어, 형. 왜 먼저 나왔어요, 추운데." "배고파서." 나를 올려다보며 헤-, 하고 생글생글 웃는 얼굴에 뽀뽀를 해버리려는 충동을 가까스로 참았다. 뭔 사람이 저렇게 예뻐? 저 예쁜 얼굴 손가락으로 찔러도 보고 싶고 볼살도 만져보고 싶은데. 매번 날 낙심시키는건, "타쿠야는 내가 쩰! 좋아하는 동생이니까! 오늘 알바비 받은 걸루 고기 사주께, 꼬기. 가자!" "그래요." 나는 그냥 동생. 오늘도 허탈감에 너털웃음을 보였다. 사실 신난 모습 때문에 나도 덩달아 신난 것도 있었지만. 왜 꼭 동생 앞에 '좋아하는' 따위의 수식어를 붙여서 괜히 희망고문을 하는 지 모르겠다. 정말 미워도 미워할 수 없는 사람. 씁쓸함을 감추려 애써 미소를 지으며 왁자지껄한 골목을 들어섰다. "타쿠야." "어?" "오늘 내가 좋아하는 옷 입고 나왔네?" "아, 그, 네. 형이 좋아하는 줄은 몰랐네요." 순 거짓말. 내가 형 때문에 보이지도 않는 양말까지 신경써서 신고 나온 건 모르지? "멋이써." 내 팔을 꼬옥 잡으며 쑥쓰러운 듯 말하는 그의 모습에 그만 확 돌아서서 끌어안아 버릴 뻔 했다. 진짜 미운 사람. 은근히 눈웃음 치고 자연스럽게 스킨쉽 하는 모습이 꼭 계집애들 여우짓 같다. 거기에 미치는 내가 더 문제리라. 계속 되는 희망고문에 내 속 다 타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그나마 지금이 방학이라 이렇게 간간히 만나는 정도지만 학기 중이었다면 매일 차가운 눈빛으로 한 쪽 턱을 괴고 강의를 듣는 그의 옆모습을 보며 내 아랫도리를 잠재우느라 정신 없었을 거다. 참기 힘든 날은 집에 가서 그 모습을 떠올리며 자위하는 것도. 아마 이 사실을 형이 알면 놀라 기절하겠지? "어우, 춥다. 빨리 아무데나 들어가요." "타쿠야, 손 줘 봐." "에?" 뭐라 생각할 틈도 없이 그의 손 안에 들어가 내 오른손에 화들짝 놀랐다. 타쿠야 손 많이 차갑다. 아무렇지도 않게 내 커다란 손을 조그만 두 손으로 감싸고 만지는 그의 모습에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는 듯 했다. 어어, 타쿠야! 그의 손목을 붙들고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그를 끌고 왔다. 이성을 잃은 지는 한참 되었다. 옆 식당에서 고기 굽는 아저씨들의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를 바라보는 내 뜨거운 눈빚과 그것에 대응하는 그의 왠지 모르게 여유 넘치는 놀란 눈빛, 그것만이 중요했다. "저, 타쿠야..." "형." "어?" "하지 마요, 진짜." 내가 손 만지는 거 싫어? 천진하게 묻는 물음이 나를 더 미치게 했다. 진짜 몰라서 물어? "싫어요." "......" "형이 나 동생으로만 보는 것도 싫고, 아무렇지 않게 내 팔 잡고, 손 잡고 하는 것도 싫어요." "......" "그럴 때 마다 난 떨려 죽을 것 같은데. ...너무너무 안아버리고 싶은데." "......" 갑자기 내 허리를 감싸는 그의 두 팔에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당혹함에 갈 길을 잃은 내 두 팔이 이내 그를 꽉 안았다. "타쿠야는 바보야." "......" "왜 인제 말해주는 거야, 내가, 내가 얼마나..." 갑자기 투명한 막이 차오르는 그의 두 눈에 어쩔 줄 몰라 안절부절했다. 혹여나 흐를까 닦아주려 했지만 내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내 허리를 더욱 조여오는 그의 팔에 움직일 수도 없었다. "형, 잠깐..." "내가 그동안 네이버 찾아서 그거, 끼도 막 부리고!" "......" "방학인데도 맨날 만나자 그러구, 했는데, 흐엉!!" "......" "눈치 없어, 바보 타쿠야..." 내 팔을 퍽퍽 치며 투정을 부리는데, 그게 또 얼마나 색기 넘지던지. 이 형이 진짜, 끝까지 가지가지 한다. 도롱도롱 맺힌 눈물방울이 예뻐 죽을 것 같다. "그랬어요? 일부러 끼도 막 부린 거였어요?" "말하지 마..." "참지 말 걸 그랬네." "......" "저녁이고 뭐고, 빨리 우리집 가요." "어? 왜?" "내 속 태운 형 벌 주러." 턱 끝에 아슬아슬하게 맺힌 눈물을 핥아주자 또 눈을 크게 뜨며 화들짝 놀란다. 이 귀여움은 정말, 말로 표현하지 못해 미칠 지경이다. "나머지는 우리집에서." 내 인생 가장 따뜻한 겨울이다. 갓세븐 하지하지마 듣다가 타쿠안 생각이 계속 나서.. 결국 또 똥을 싸고 말았네요...☆ 그렇게 위아니형은 벌을 받았다고 합니다 (음흉)

인스티즈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