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쿠야. 나 결혼, 해.”
“형 장 봐오셨어요? 어제 같이 간다는게 깜빡했네. 안 갔으면 오늘 같이 가요.”
제 말을 바람 스치듯이 흘려듣는 타쿠야에 위안의 눈썹이 꿈틀, 했다 이내 八자로 축 처졌다. 요리도 못하면서 괜히 그릇만 달그락거리는 타쿠야의 뒷모습을 가만히 보던 위안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결혼 날짜에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며, 자녀 계획 따위까지 모두 일방적으로 정해지고서 벌써 2주나 지난 것이 현재였다. 처음 일주일 동안은 타쿠야가 받을 상처를 생각해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혼식 날짜는 점점 다가오고 타쿠야는 저에게 점점 의지하고 있었다. 언젠간는 알게 된다. 말해야만 했다. 그래서 말한 것이 그 주 일요일 저녁이었다. 타쿠야가 좋아하는 음식을 차려주고서 어렵사리 꺼낸 말에 타쿠야의 답은 음식을 좀 더 가져다 달라는 것 뿐이였다.
그 뒤로 타쿠야는 위안에게 평소와 다름없이 대했다. 기분이 심하게 좋을 때면 입술이고 뺨이고 수도 없이 하는 입맞춤도, 요리나 설거지를 하고 있을 때면 자연스레 하던 백허그도, 잠들기 전 낮게 말하는 사랑한다는 말도 모두 그 전과 같았다. 하지만 그걸 받아내는 위안은 이러면 안되는데, 싶으면서도 가슴 한 켠이 아려오는 것을 무시할 수 없었다.
“나도,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결혼, 아니야. 그런데 타쿠야, 난 해야 돼.”
“설거지는 제가 할게요.”
“타쿠야, 난 엄마, 소원 이뤄드리고 싶어. 아들 둘에, 딸 하나. 엄마는 계속… 원하셨어. 그런데 우린, 못해.”
위안의 마지막 말에 타쿠야가 슥슥 비누칠을 하던 그릇을 내려놓았다. 다소 부드럽지만은 않은 그릇 소리에 위안이 움찔, 했지만 물러설 수 없었다. 어머니께서 원하시는 아들 둘에 딸 하나. 그것은 위안이 성인이 되고서부터 세뇌라도 받듯 죽 들어왔던 어머니의 바램이였다. 어머니의 바램을 제 바램인 양 떠들어대곤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핑계라도 대지 않을 수 없었다.
타쿠야의 표정이 어떨지 알만 했다. 아마 지금까지 봐온 것 중 가장 딱딱한 표정일 것이였다. 보이지 않지만 보였다. 화를 꾹 참듯 다시 그릇을 집어올려 비누칠을 하는 수세미 소리가 뻑뻑했다.
“…계속 얘기했지만, 나 결혼, 중국 가야돼. 우리나라에서 해야돼. 그럼 나, 타쿠야랑 헤어져야 돼.”
“…….”
“어쩔 수 없어 타쿠야.”
타쿠야가 그릇을 다시금 내려놓았다. 아까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의 고개가 푹 숙여져 있다는 것이였다. 일방적으로 말을 쏟아내던 위안도 그제서야 타쿠야의 눈치가 보였다. 싱크대를 짚은 타쿠야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 떨림은 곧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울고 있으리라. 온갖 어른스러운 척은 다 하면서도 이런 면에서는 약한 것이 타쿠야였다. 위안이 떨리는 입술 새로 작은 한숨을 토해내다 고개를 돌려버렸다.
안아주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현실을 받아들이고, 마음을 떨쳐내게 해야했다.
“…결혼,”
“…….”
“나랑은 안 되는거예요?”
돌린 고개가 그대로 굳어버린 느낌이였다. 지금껏 들어본 적 없는 애절한 목소리가 제 옆통수를 강타했다. 가슴이 아려오다 못해 쑤신다. 물기 어린 타쿠야의 목소리에 저까지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저라고 타쿠야와 결혼하고 싶지 않을까. 저도 타쿠야와 함께 살면서 평생 행복하게 살고 싶다. 아들 둘에 딸 하나는 제게 의미 없는 것이였다. 타쿠야와 함께 있다는 전제 하에서는 아이가 하나든 둘이든 혹은 아예 없든 아무 상관 없는 것이였다.
하지만 어머니의 바램이 있다. 저는 타쿠야와 결혼할 수도 없고 아이를 가져 낳을 수도 없다. 저나 타쿠야나 둘 다 남자니까. 굳이 어머니의 바램이 아니더라도 저는 나이를 먹고, 언젠가는 여자와 결혼해서 가정을 꾸려야 했다. 타쿠야도 그래야 할 것이다. 타쿠야와는 애초에 평생동안 이어질 수 없는 관계였다.
이게 현실이였다.
“나라고, 형 닮고 나 닮은 아이 안 갖고 싶은 줄 알아요? 아들 둘에 딸 하나, 나라고 안 원하는 줄 알아요? 나도 아이 갖고 싶고, 육아도 해보고 싶고 다 해보고 싶어요.”
“…타쿠야.”
“근데 그 전제가 형이랑 같이 있는거라고요.”
형이랑 같이 우리 닮은 아이도 키우고, 아이 유치원도 보내고 학교도 보내고, 아이 밥도 먹이고, 나도 하고 싶다고요.
그건 우린 못해, 라고 말이 툭 튀어나가려던 것을 꾹 눌러 참았다. 타쿠야의 목소리는 분명 떨리다 못해 메이고 있었다. 그러다 머지 않아 툭, 하는 소리가 들렸다. 툭, 툭하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렸다. 타쿠야의 목구멍에서 억눌리는 울음소리가 끓었다. 그에 위안은 다리에 힘이 풀려 무너져내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형.”
“…….”
“…정말 어쩔 수 없는거예요?”
우리 헤어지는 거. 정말 어쩔 수 없는거예요?
…난 형이랑 평생 같이 살면 안 되는 거예요?
* * * *
아들 둘 딸 하나를 원하는 어머니의 소원을 이루어드려야 한다는 강박 비슷한 것 때문에 반강제로 결혼하는 장위안이랑 애인 타쿠야..
장위안이 결혼을 하는 이유라면 그냥 어머니의 소원을 이뤄드려야 한다 그뿐이랄까..
어머니의 소원이 아니였더라도 언젠가는 가족 내 누군가의 주도 하에 결혼해야 했을 장위안과 그와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만 했을 타쿠야
슬픈걸 써보고 싶었으나 망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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