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y Christmas. 타쿠야 x 장위안 타쿠야는 손에 들린 종이를 한참이나 내려다 보았다. 하얗고 깨끗한 종이 위에는 아주 깔끔한 글씨로 '청첩장' 이라고만 쓰여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정말 익숙하고 낯익은 이름 석 자가 보였다. 타쿠야는, 그 이름을 한참이나 보았다. 자신이 잘못 봤나 싶어 또 보고, 잘못 본 게 아닌가 싶어 다시 보고, 그렇게 한참을 바라봤다. 자신이 익숙하다고 느꼈던 이름 석 자는 아무리 바라봐도 변함이 없다.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던 타쿠야는 다른 쪽 손을 뻗어 그 이름을 쓸었다. 야속하게도 잉크 하나 묻어 나오지 않는 이름에 그는 고개를 떨궜다.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는 게, 꼭 눈물이라도 떨어질 것 같았다. 곁에서 그를 묵묵히 바라보고 있던 줄리안이 말 없이 그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타쿠야에게 청첩장을 건네 준 건 그였기에 그는 자신이 잘못이라도 한 것 처럼 가슴이 먹먹 해 졌다. "타쿠야." "…이거, 위안 형이 직접 전해 주라고 했어요?" "응. 위안 형이 오려고 했는데-." 타쿠야는 고개를 저었다. 그 덕에 줄리안의 말이 끊겼고, 그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네 얼굴을 볼 수가 없대. 줄리안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제게 청첩장을 내밀던 그가 떠올라서 줄리안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덜덜 떨리던 손, 금방이라도 울 것 같던 얼굴, 물기에 젖은 목소리. 그리고 타쿠야. 줄리안은 그의 어깨에서 손을 스스륵 내렸다. 타쿠야는 청첩장을 자켓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날씨가 추워 입김이 허옇게 나오는 날씨였지만 타쿠야는 자켓 하나만 걸친 상태였다. 그의 코 끝과 귀가 빨개졌다. 하지만 타쿠야는 개의치 않았다. 줄리안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옆에서 보는 자신에게까지 그 아릿함이 전해져 오는 데, 본인들은 오죽할까. 줄리안은 괜히 코 끝이 찡해져 어깨만 으쓱였다.
혼자 사는 오피스텔에 도착 한 타쿠야는 자켓을 벗어 걸어놓으려다 멈칫, 하더니 주머니에서 청첩장을 빼 내었다. 자켓은 의자 위에 걸쳐 놓고 소파에 몸을 묻은 그가 청첩장을 만지작거렸다. 아직 외부만 살펴 본 것 뿐인데도 안을 볼 엄두가 나질 않았다. 안에는 뭐라고 쓰여 있으려나. 행복하게 잘 살테니 빌어달라고 써 있으려나. 아니면 결혼식장에 와서 축복을 빌어달라고? 우스운 얘기였다. 설령 자신이 식장에 간다고 한들, 타쿠야는 진심으로 축하 해 줄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겉치레에 불과 한 축복 따위는 다른 사람들까지 곤란하게 만들 게 뻔했다. 타쿠야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청첩장을 열었다. 그리고 그는 할 말을 잃었다. 하얀 종이 위에는 행복을 빌어달라는 말도, 축복을 빌어달라는 말도 쓰여 있지 않았다. '타쿠야, 미안해.' 정갈한 필체로 쓰여 진 여섯 글자는 충분히 타쿠야의 가슴을 쑤시고도 남았다. 영락 없는 그의 글씨체였다. 왜 그는 자신에게 사과를 했을까. 청첩장을 보내서? 어쩔 수 없이 결혼하게 되어서? 자신을 두고 다른 여자와 혼인을 맺게 되어서? 타쿠야는 지끈 거리며 아파오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울리는 것만 같은 환청이 들렸다. 타쿠야, 미안해. 미안해. 미안…. "…도대체 뭐가." 그는 왜 그토록 자신에게 미안해 했었는지. 본론부터 말 하자면 타쿠야는 25일, 식장에 왔다. 대기석에 앉아 로빈과 담소를 나누던 줄리안이 그를 보고 놀라 한걸음에 달려왔다. 검은 양복을 차려 입고 머리를 단정하게 내린 타쿠야는 어색하게 웃었다. 타쿠야, 왔네? 로빈이 줄리안의 옆에서 그를 툭- 치며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타쿠야는 괜히 뒷머리만 긁적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다 보니…. 뒷말을 흐리며 시선을 돌리는 타쿠야에게 줄리안이 속삭였다. "위안 형은 저-기." 줄리안의 손길이 닿는 곳에는 늘 그렇 듯 무덤덤한 표정의 위안이 서 있었다.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아야 할 오늘 같은 날, 그는 웃지 않았다. 타쿠야는 멀찍이서 그를 바라보다 인상을 작게 찌푸렸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 의무적으로 뻗어 나가는 하얀 장갑을 낀 작은 손. 아주 어색하게 웃는 입가. 한 눈에 봐도 이 결혼식을 기다리고 바라던 사람의 태도가 아니었다. 타쿠야는 자신이 참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위안의 모습에 잠시나마 안심했으니. 줄리안은 타쿠야에게 글라스 하나를 내밀며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식, 보고 갈거지?" "네. 그냥…, 위안 형 식 올리는 것만 보고 가려고요." 이렇게 멀리서. 타쿠야는 차오르는 뒷말을 꾹 꾹 눌러 담으며 애써 웃어 보였다. 그 미소가 전혀 진실하지 않아서 줄리안은 고개만 저었다. 참, 이래 저래 고생이 많은 인연이다. 그렇게 생각하던 줄리안은 제 팔에 매달려 칭얼거리는 로빈에 이끌려 어딘가로 사라졌다. 혼자 우뚝 서서 위안을 한참동안 바라보던 타쿠야가 등을 돌렸다. 그는 행복하지 않다. 그저 어쩔 수 없이, 집안의 반 강제적인 강요에 의해 맺어지는 관계일 뿐이다. 자신이 질투해야 할 필요는 없다. 위안은 그 여자에게 마음도 없을 뿐더러…, 자신에게는…. 타쿠야는 말문이 턱 막혀 당황했다. 지금 그에게 나는 뭐지? 쉽게 정의내릴 수 없는 관계에 타쿠야는 가슴이 답답해 짐을 느꼈다. 목을 꽉 조이고 있던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 헤친 타쿠야가 글라스를 테이블 위에 내려 놓고 흐트러진 옷깃을 정리했다. 그리고 막 고개를 돌렸을 때, 위안과 눈이 마주쳤다. 잠깐 동안 시선을 교환하던 둘 중 먼저 피한 것은 타쿠야였다. 그의 눈을 마주하는 순간 심장이 쿵 내려 앉으며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두려움이 그를 엄습헀다. 그리고 그의 행복을 빌어주지 못 하는 자신을 질책하며 비상 계단으로 걸음을 옮겼다. 위안이 따라오는 게 느껴져 발걸음은 더욱 빨라져갔다. 비상 계단의 문을 열고 열댓 개 정도 내려가자 문이 벌컥 열리며 다급한 그의 목소리가 비상 계단에 울려 퍼졌다. "타쿠야!" 그 목소리에 타쿠야는 걸음을 우뚝 멈췄다. 가볍게 계단을 내려가던 발이 순식간에 무거워져 한 걸음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계단을 급하게 내려 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타쿠야의 앞에 위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타쿠야를 올려다 보며 손을 꼼지락거리던 위안은 그의 소매 끝을 조심스러운 손길로 쥐었다. 그제서야 타쿠야는 위안을 내려다 보았다. 잔뜩 긴장한 그의 모습에 타쿠야는 허망하게 웃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그의 새로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전혀 기쁘지 않았다. 이런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는데. 자신을 묵묵히 내려다 보는 타쿠야에게 위안은 우물 쭈물 거리며 더듬더듬 말을 건넸다. "오, 오늘- 와, 줘서 고마워…." "…." "그, 이, 이거, 결혼은," "형." 자신의 말을 자르는 다정한 목소리에 위안은 울컥 눈물을 터트렸다.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을 뚝뚝 떨구어 내는 위안의 얼굴을 따뜻한 손으로 감싸 올린 타쿠야는 입술로 그의 눈물을 머금었다. 펑펑 흘러 내리는 눈물에 당황한 위안이 고개를 돌리려 애를 썼지만 타쿠야는 놔 주지 않았다. 바지 주머니에서 하얀 손수건을 꺼내 화장이 망가지지 않게 조심히 닦아내는 손길이 너무 다정해 위안은 결국 펑펑 울음을 쏟아 내었다. 그 동안 참았던 것이 한꺼번에. "전 괜찮아요." "흐, 타쿠야…." "아직 나를 좋아하잖아요." "응, 흑…. 타쿠야, 아직- 좋아, 흐으, 해…." "그럼 됐어요." 위안을 살짝 끌어 안은 타쿠야는 그의 손에 자신의 손수건을 쥐어 주고 허리를 살짝 숙여 시선을 맞췄다. 우리 형 화장 다 망가졌네. 오랜만에 예쁘게 했는데. 형- 자꾸 울면 눈 부어요. 평소와 다름 없는 그의 말에 위안은 더욱 더 서럽게 울어댔다. 그치질 않네. 이러다 형 결혼 식 하다가 쓰러지게 생겼어요. 걱정스러움이 뚝뚝 묻어 나오는 목소리에 위안은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자신의 소매를 아직도 꾹 쥐고 있는 작은 손 위로 자신의 손을 겹친 타쿠야가 마른 입술만 핥짝거렸다. 이렇게 서럽게 울어대는 것을 보니 당장이라도 데려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둘만 살고 싶었지만 그건 그저 헛된 상상일 뿐이었다. 타쿠야는 한숨과 함께 말을 꺼냈다. "형." "…타쿠야." "Marry Christmas." "타쿠야아…." "행복하게 살아요." "그런 말 하지 마…, 왜 해, 그런 말-." "…사랑했어요. 지금도 사랑하고, 앞으로도 사랑 할게요." 그리고 타쿠야는 떠났다.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지만 위안은 그 자리에 주저 앉아 그의 손수건을 끌어 안고 눈물만 펑펑 흘려댔다. 결국 그를 찾아 나선 사람들에 의해 떠밀리 듯 결혼식을 올린 위안은 식이 끝나자 마자 타쿠야에게 연락을 했지만, 받을리가 만무했다. 안절부절 해서 발만 동동 구르는 위안의 곁으로 다가 온 줄리안은 안쓰럽다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보는 사람 마저도 가슴이 찢어지는 사랑이다. 줄리안은 그에게 말을 붙였다. "위안 형." "줄리안, 타쿠야 어디 갔어, 응? 타쿠야 왜 전화 안 받아? 타쿠가…." "타쿠야 없어요." "…무슨 소리야. 타쿠가 왜 없어. 아까가지도 나랑-." "돌아간대요." "…." "일본으로." 아. 위안의 입에서 탄식 섞인 한숨이 터져 나왔다. 그는 그렇게 떠났구나. 그게 마지막 이었구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를 이해 할 수가 없었다. 행복하게 살라고 했는데. 사랑한다고 했는데. 앞으로도 사랑 한다고 했는데. 그런 그가 자신을 두고 떠날 리 없다. 위안은 줄리안의 팔을 붙들고 수 십 번이나 되물었다. 어디? 일본? 왜? 진짜야? 타쿠야가 왜? 언제? 오늘? 벌써 갔어? 왜 갔어? 그런 그를 볼 때 마다 안쓰러워 줄리안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종국에는 위안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애타게 그를 부르는 위안을 볼 용기가 차마 나질 않던 줄리안은 고개를 돌려 위안을 외면했다. 그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줄리안, 대답 좀 해 봐. 타쿠야가 왜 갔어?" "…형이 행복하길 바란다고 했어요." "그럼 가면 안 되잖아. 여기 있어야 하잖아." "자기가 있으면 형이 행복 할 수 없대요." "아니야. 타쿠야가 없으면 안 돼. 나는, 나는…." 위안은 또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넓고 넓은 식장,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간 광활한 예식장 한 가운데에 주저 앉은 위안은 하얀 장갑을 낀 손으로 입을 틀어 막으며 눈물만 흘려댔다. 줄리안은 그런 그를 지켜 볼 수가 없어 조용히 그 곳을 나섰다. 위안의 귓가에 타쿠야의 목소리가 맴돌았다. Marry Christmas. 행복하지 않아. 이런 크리스마스는 원하지 않아. 타쿠야가 없는 크리스마스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 크리스마스에 열리는 결혼식도, 이 말도 안 되는 혼약도, 그가 아니면 다 소용이 없어. 부질 없는 것들이야. 땅을 치며 울부짖던 위안은 결국 힘없이 쓰러졌다. 그가 소란스럽게 병원으로 옮겨지는 사이, 높은 하늘로 비행기 한 대가 구름을 가르며 지나갔다. 12월의 어느 크리스마스, 하늘에는 먹구름이 가득 했지만 눈은 한 송이도 내리지 않았다. Marry Christmas. END 원래 어제 올렸어야 하는 건데 장염 걸려서 오늘 급하게 올린당_ㅠ 배 아파서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겠고 그냥 막 써 봤어... 재미 없으니까 짜짐 소금소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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