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이 살짝 열려 있는지 새어 들어오는 바람에 생각이라는 것이 전부 날아가 버린 듯 했다. 위안이 한숨을 포옥 내쉬면서 서랍을 열어 이것 저것 챙기는 제 애인을 바라 보며 몸을 떨었다. 몸에 걸린 트리용 전구와 뒤를 채우고 있는 바이브레이터 끝의 방울 소리가 심히도 거슬렸다. - [ 형! 크리스마스 이븐데 어디 안 가는 거 다 알아요 ㅋㅋ 저희 숙소 와서 크리스마스 트리나 만들고 갈래요? ] 모처럼 주어진 크리스마스라는 휴식에 전기 장판을 켜 놓고 침대에 누워 패럴 윌리엄스의 해피를 듣고 있었다. 얼마 전 녹화할 때 발전한 영어 발음에 스스로 자랑스러워 하던 차에 애인인 타쿠야에게 문자가 왔다. 연말이라 연습량이 늘었다며 통 연락이 없었던 것은 고사하고 잠깐 잠깐 통화를 할 때에도 피곤하다는 말이 반이었던 타쿠야가 난데없이 밝은 어투로 문자를 보냈다는 것이 뭔가 수상했지만 아무렴 어떤가. 사랑스럽다 못해 가끔은 때려 주고 싶은 바쁜 애인이 먼저 만나자고 약속을 잡는데. 손을 뻗어 전기 장판을 끄고 침대에서 내려와 타쿠야에게 답장을 보냈다. [ 저녁은 족발 먹고 싶어 ] - "형, 왔어요? 보고 싶었어요!" 일전에 타쿠야가 알려 준 크로스진 숙소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자 마자 현관 문 앞에서 기다리던 타쿠야에게 순식간에 안겨버렸다. 지난 녹화 때 만났으니 고작 사흘밖에 안 지났건만 타쿠야는 꼭 한 달 이상은 못 본 사람 마냥 행동했다. 한 마디 해 주려고 입을 여는 순간 타쿠야가 얼굴 이곳 저곳에 뽀뽀를 해대는 탓에 얼굴을 밀어내고 숙소 안으로 들어 갔다. "...우리 지난 주 일요일에도 만났어." "하지만 우리끼리만 만난 건 되게 오랜만이잖아요." 그건 그러구나... 다른 멤버들은? 다 휴가 갔어요, 저 빼고. 질문을 해 놓고도 괜히 물어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쿠야가 숙소에 멤버들이 진을 치고 있는데 나를 부를 이유가 없다는 게 왜 하필 대화가 끝나고 나서 생각이 났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타쿠야와 사흘 전에도 물었던 안부를 묻고, 저녁도 먹으며 근 한 달 만에 즐기는 둘만의 시간을 가졌다. 거기까진 아주 좋았다. 저녁을 먹고 집에 갔어야 했다. "형 먼저 씻을래요?" "으응? 응. 그래. 나 옷 없어, 빌려 줘." "그래요, 그래요. 얼른 씻고 나와요!" 내가 정말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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