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당신과 같이 찍은 사진 속에 남겨져 있을 나의 향기를,
당신의 공간에 남겨져 있을 나의 숨결을.
당신이 그간 무심히 지나쳤던 봄날을 보내듯 나를 잊지 말아줘요.
제발, 이런 날 한 번만 구해줄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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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된 지도 한참이었다. 첫 눈이 내리고, 또 눈이 내려 쌓인 눈이 나의 발목을 삼킬 동안 나는 그 곳에서 당신과의 기억을 찾았다.
눈과 당신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었다. 너무나 이중적이라는 면에서.
여전히 펑펑 쏟아지는 눈은 시릴만큼 하얗고 깨끗했다. 항상 맑게 웃던 당신이 그랬듯이.
허나 그 눈 속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그것은 나를 차갑게 삼켰고, 곧 나의 발을 마비시킬 듯 덮쳐왔다.
당신과 나의 마지막 순간, 당신이 나에게 그랬듯이.
손이 얼었던 탓인지 손에 들고 있던 당신과 나의 사진이 밑으로 떨어졌다. 떨어진 사진은 땅에 닿기도 전에 바람에 날려 보이지 않는 곳으로 날아갔다.
굳이 그 사진을 찾고 싶진 않았다. 그저 그 사진이 나와 같다는 생각이 들어 실소가 터졌을 뿐이었다.
당신이 버린 나의 마음이 다시 제자리로 찾아와 장착하기는커녕 계속해서 당신과 함께 했던 그 곳으로 날아가는 것처럼.
일을 마쳤는지 당신이 건물 밖으로 나왔다. 당신은 건물 근처에 서 있던 여자의 허리에 자연스럽게 손을 감고, 다른 한 손으로는 여자의 가방을 받아들었다.
꽤 멀리서 보는 당신의 얼굴이라 정확히 보이지 않았지만, 웃고 있다는 것은 잘 알 수 있었다. 십수년간이나 보아 왔던 당신의 얼굴을 내가 구별하지 못할 리는 없었다.
구해달라고 애원하는 나의 마음을 끝내 당신은 내쳤다. 내가 이런 선택을 한 것은 오롯이 당신에게서 비롯된 것이다.
오랜 기간을 당신을 위해 바쳐왔던 나의 마음을 위해 나의 마지막의 이유도 당신으로 만들고자 했다. 이기적이지만 마지막만은 당신이 아닌 내가 중심이 되고 싶었다.
높은 곳에서 보는 아래는 꽤 이질적이었다만, 망설임은 없었다.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왠지 쌓인 저 눈이 폭신할 것만도 같았다.
무섭게 몰아치는 바람이 나의 얼굴을 스쳐가고, 빠른 속도 탓에 온 몸이 짓눌리는 느낌이 들었지만 마음은 홀가분했다.
내가 땅에 닿았을 때는 꽤 큰 소리가 났다. 뜨여지지 않는 눈을 떴을 땐 당신과 여자의 얼굴이 눈에 가득 찼다.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이렇게 당신의 마지막에 각인될 생각은 없었는데, 되도록이면 웃는 얼굴로 남고 싶었는데…
당신이 구하지 않은 나의 마음이 끝내 비틀려 절망적인 결과물을 토해냈다.
무섭도록 내리는 눈이 나를 덮었다. 두 눈을 꼭 감은 당신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여자를 감싸안고 나를 지나갔다.
끝내 나를 구하지 않았지만 괜찮았다. 당신이 구하지 않아도 이제 내가 놓을 것이기에.
이제 안녕. 나의 당신, 나의 사랑.
…
마지막으로 부르는 당신의 이름.
사랑해, 장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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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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