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타쿠야 X 인간 장위안
-시점이 변화할거예요ㅠ *로 구분해서 옆에 괄호로 누구 시점인지 써 놓았으니 읽으시면 될 것 같아요!-
글 시작 전에 알아둘건 여기에서도 뱀파이어 세계관이 트와일라잇에 나오는 뱀파이어들과 비슷하다는 거(뱀파이어 되기 위해 굉장히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침, 일반인에 비해 힘이 셈, 사람 피를 가장 좋아하지만 차선책으로 동물 피 흡입 가능, 뱀파이어는 드물게 특정한 능력을 가짐 같은 것들이요!)
나머지 제가 설정한건 뱀파이어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다음 생에(인간은 수명이 짧으니까) 경제적으로 풍족하거나 좋은 환경에서 살게 해 주기 위해서는 뱀파이어가 될 때 느꼈던 고통을 다시 겪어야 한다는 것 정도예요. 좋은 글은 설명해주는 글이 아니라고 했는데ㅠㅠ 똥손은 웁니다ㅠㅠㅠㅠ 그럼 빙의글 시작할게요ㅠㅠ
*(장위안)
머리가 아팠다. 속이 뒤틀렸다. 고소공포증을 가진 주제에 가파른 절벽 끝에 서면 거의 죽을 만큼 두렵다는 걸 알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몸이 느끼는 것은 또 달라서, 아직까지 평평한 땅 위에 두 다리를 단단히 붙이고 서 있는데도, 벌써 몸이 저 나락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숨이 턱까지 차도록 힘겹게 뛰어왔던 지난 날들이 모두 거짓말같은 거다. 여지껏 해 왔던 것에 비하면 이깟 것쯤 아무 것도 아닌데, 나는 마지막 한 발을 떼지 못해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그렇게 힘겹게 살아왔는데, 결국은 여기라니. 그래, 한 발짝만 떼면 되는데, 그게 그렇게 어려웠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내 인생은 왜 이렇게 힘든 걸까 원망한 적도 있었다. 물론 남들이 들으면 코웃음칠 이야기였다. 좋은 집안에서 금수저 아닌 다이아몬드 수저 물고 태어나 부족할 것 없이 자라 남들은 하고 싶어도 못 하는 낙하산 인사로 고고하게 사는 네가 뭘 알아. 차가운 목소리들이 머리를 휘돌아 윙윙거렸다.
마음이 조용할 날이 없다. 사방에서 사정도 봐 주지 않고 나를 밀어붙였다. 밖에서는 밀어붙이는데, 내 안에서는 수많은 감정이 밖으로 나가려고 아우성이었다. 밖과 안에서 벌어지는 줄다리기에 위안은 제가 반으로 갈라질 것만 같았다. 좋은 집안으로 포장되어 있었던 제 집안은, 알고 보니 공금과 횡령이 난무하는 콩가루 집안이 되어 있었고, 엄마 아빠의 사랑스러운 아이여야 할 자신은, 알고 보니 아버지가 화류계 여자와 만나 낳은 아들이었다. 그걸 부모의 입에서 듣는 것도 쓰러질 마당에, 저는 그것을 방송과 뉴스, 신문 기사를 통해 전 국민과 함께 떠들썩하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몫은, 모조리 내가 가져가야 할 짐이 되었다.
그렇지, 과거라는 게 이렇다. 숨긴다고 숨겨지는 것도 아니었고, 없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알았든 몰랐든, 그게 오롯이 내 몫의 짐이 된다는 게 기가 찰 뿐이었다. 위안은 그냥 모든 것이 귀찮았다. 스스로를 그냥 버리고 싶은데, 뭐가 하고 싶을까. 믿었던 친한 친구들은 모두 떠나갔고, 사랑했던 여자친구마저도 그의 집이 무너지자 굳이 붙이지 않아도 될 구질구질한 이유들을 주절거리며 떠나 버렸다.
"여기서 뛰어내리면, 진짜 끝일까..."
아마도 끝이리라, 위안은 그렇게 생각했다. 말이 통하는 곳도 아니었고, 절벽 또한 매우 가파랐으므로, 떨어지자마자 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위안은 발을 떼었고, 끝없이 추락하는 자신의 속도가 생각 외로 느리다고 생각하면서, 정신을 놓았다.
온 몸이 불에 덴 듯 아팠다. 하루에도 몇 번씩 정신을 놓았다가, 차렸다가 했다. 너무 아파서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수천, 수만 번은 더 생각했다. 눈을 떴다. 그 정도 아팠으면 몸이 이렇게 가볍지는 않을 텐데, 하고 위안은 생각했다. 이상하게도 모든 게 너무 잘 보이고, 가볍고, 잘 느껴졌다. 아, 난 죽지 않았구나. 하여간, 내 삶이 그렇지. 뭐 하나 바라는 대로 쉽게 흘러가는 게 없는 삶이라서, 이번에도 나는 다시 살아났구나. 눈을 뜨고서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앞에 서 있던 남자가 기척을 느끼고 나를 향해 홱 돌아보았다. 화가 난 듯한 빨간 눈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꽤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는데도, 이상하게 그의 눈은 확대되어 시뻘겋게 보였다.
"..."
"눈 떴어?"
의외로,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한국어였다. 내가 마지막으로 떨어진 절벽은 남미에 있던 이상한 이름 모를 나라였는데, 거기서 나를 살려 준 사람은 한국어를 하고 있다니. 그럼 이 남자도 내가 누군지 알까, 내가 어떤 상황인지 알까.
"..."
"말을 못 하는 건가, 아님 말이 안 나오는 건가."
그가 내 쪽으로 걸어왔다. 그의 걸음걸이는 기묘했다. 걸음걸이가 이상했다는 뜻이 아니었다. 그는 키가 아주 큰 편이었고, 다리도 곧고 쭉 뻗어 있었다. 단지, 속도가 좀 달랐던 것 같다. 그의 걸음걸이는 주체할 수 없는 듯, 빨랐다가, 느렸다가 했다.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곧 내가 방금 의식을 차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내 탓이려니, 하고 눈을 다시 감았다.
"왜 거기서 뛰어내렸어?"
"..."
"아니야, 말하지 마. 사정이 있겠지."
"...감사...합니다."
나는 포기하고 버린 내 목숨을 뭐 좋은 거라고 구해 준 남자에게 감사하다고 말해야 할까. 남 일에 오지랖 부리지 말고 죽게 내버려 두지 뭐 하러 살려 두었느냐고 하고 싶긴 했다. 그래도 날 위해 수고한 건 있으니 일단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붉은 눈동자로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다시 이렇게 물었다.
"정말 감사해?"
"...네?"
"내가 널 구한 게, 진짜 감사할 일이야?"
"..."
"내가 널 어떻게 할 줄 알고?"
"...그럼 전 왜 구하셨는데...요?"
*(타쿠야)
피를 보충하기 위해 사냥을 나갔다가 절벽에서 희미하게 불어오는 인간의 냄새를 맡았다. 절벽이라니. 구미가 당기는 냄새에 입꼬리가 씨익 올라가면서도, 불안감을 감출 수 없었다. 한 몇 년간 사람 냄새 안 나던 절벽에서 왜 도대체. 타쿠야는 그렇게 생각하며 그 쪽으로 몸을 날렸다. 아래에서부터, 맛있는 냄새가 나던 것이 절벽에서 발을 떼지 못하고 주저주저하던 모습이 보였다. 저 인간은 도대체 왜 또 떨어지려는 걸까. 누구는 죽고 싶어 거의 백 년 가까이 빌어도 될 수 없는 인간인데. 타쿠야는 혀를 쯧쯧, 찼다. 복에 겨운 새끼 같으니. 지가 가진 게 어떤 건 줄 알고 감히 버려.
그리고 그렇게 남자는 발을 떼었다. 지가 알아서 죽어 줬으니 나는 그냥 감나무에서 감 떨어지는 것 기다리듯 입만 벌리고 누워 있으면 되는 건가, 하고 타쿠야는 생각했다. 짙은 밤색의 어두운 머리칼이 팔랑팔랑, 떨어지는 걸 보며 타쿠야는 그가 밤송이 같다고 생각했다. 온 몸에 가시를 가득 세우고, 나무에서 떨어지듯 뚝, 떨어지는 밤송이. 그가 궁금해진 타쿠야는, 한 번 그 잘난 얼굴이라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타쿠야 또한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서 자신의 손을 부서져라 쥐었다. 네가 왜, 여기서.
이건 쓰레기 드라마고, c급 영화다. 비슷하게 생긴 놈이라도 찾아보려고 그렇게 여기저기 다닐 때는 없더니, 뱀파이어가 되고 나서 사냥을 떠난 곳에서, 나는 너를 다시 만난다. 물론 너는 몇 번씩이나 환생했을 테니 그 때의 네가 아니겠지만. 우연이 지나치고, 결과는 어이없다. 그러니까 이건 쓰레기 드라마에 c급 영화다. 게다가 잘 살고 있는 것도 아니고, 자살하려고 절벽에서 떨어지는 아이가 바로 너였다니. 내가 너의 환생 때마다 너에게 좋은 환경을 심어주려고 어떠한 희생을 치렀는지 알기나 해. 타쿠야는 그를 안고 자신의 집으로 달렸다. 한 시가 급했다.
새하얀 얼굴, 흑갈색 머리카락, 우뚝 솟은 코와 입까지. 너는 어디 하나 변한 구석이 없구나. 물론 입술은 색이 바랬고 볼은 생기를 잃었지만, 그 정도쯤이야. 타쿠야는 일어나 이불을 꺼내 조용히 위안의 몸 위에 덮어 주었다. 갑작스럽게 덮인 이불 때문이었을까, 위안의 이마가 약간 찌푸려지며 앞머리가 흩어졌다. 그리고 잠깐 드러난 그의 이마에서부터 튀어나온 논썹 뼈, 우뚝 솟은 코, 그리고 입술과 턱 같은 것들을 타쿠야는 천천히 눈으로 훑어내렸다. 곧게 뻗은 목에서 빙빙 돌던 눈길을 조금 더 아래로 내리자, 얇은 티셔츠와 쇄골이 보였다. 그리고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타쿠야는 어떠한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의자를 바짝 당겨 몸을 기울여 심장이 있는 왼쪽 가슴 쪽으로 가만히 얼굴을 댔다. 너무 느리게 뛰는 심장소리가 마음이 아팠다.
"망할 새끼, 그렇게 힘들게 태어났으면 행복하게나 살던가. 이게 뭐냐."
그리고 인터넷을 켰다. 위안의 얼굴과 똑같은 남자가, 그리고 그의 부모가, 온통 신문 1면을 차지하고 있었다. 기사를 읽던 타쿠야는 욕을 하며 오른쪽에 있던 컵을 냅다 집어던졌다. 고작 이런 삶을 주려고 나한테 그렇게 큰 희생을 강요했다니. 아니, 내가 받은 것 따윈 아무렇지 않았다. 아픈 건 좀 참고 견디면 나아지니까. 참고 견뎌도 나아지지 않는 게 얼마나 많은데,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고통 같은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단지, 위안이 받았을 상처가 너무 아파서였다.
그리고서 타쿠야는 한참을 고민했다. 나는 너와 영원을 함께하고 싶었다. 이번 생은 운이 좋아 환생이 빨랐지만, 다음엔 얼마나 더 기다려야 네가 살아날지 알 수 없었다. 다시 태어나지 않을지도 몰랐다. 결국 나는 이번에도 내 욕심 때문에, 너의 목을 물었다. 미안해, 위안. 아프더라도 조금만 참아. 며칠이면 끝날 거야. 며칠 뒤에는, 영원히 내가 네 옆에서 죄값 갚으며 살게.
이 며칠 간 타쿠야의 정신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위안의 고통은 생각보다 심했다. 삼 일 내내 비명을 지르며 자신의 아픔을 표현했다. 타쿠야는 그런 위안을 볼 때마다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다. 네가 이렇게 아플 줄 알았으면 그냥 내가 얼마를 더 기다리더라도, 내가 아플 걸 그랬다고. 위안의 비명에 타쿠야는 귀가 찢어질 것 같았다. 타쿠야는 자신이 괴물인 건 알고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자신이 진짜 괴물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네가 이렇게 아플 리가 없다. 도대체 나 같은 새끼를 네가 용서해 줄 수 있을까.
위안이 눈을 떴다. 한걸음에 달려가 괜찮냐고, 몸은 어떠냐고, 혹시 그럴 일은 없겠지만 나를 기억하느냐고, 묻고 싶었다. 마음은 급한데, 사람처럼 걷느라 그게 마음대로 잘 안 됐다. 내 마음대로 걸음걸이가 빨라졌다가, 느려졌다 했다.
"눈 떴어?"
위안은 말이 없었다. 아마도 나를 보고 놀란 것이겠지. 아까까지만 해도 미친듯이 아팠는데 이상하게 가뿐한 몸 상태에, 남미에서 자기를 구해 준 사람은 아시아인인데다, 한국어를 해. 충분히 혼란스러운 상황일 수 있겠다 싶었지만, 그래도 괜히 네가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게 화가 났다.
"말을 못 하는 건가, 말이 안 나오는 건가. 왜 거기서 뛰어내렸어?"
결국 이런 미운 말이나 내뱉는다. 거의 백 년간 사람과 섞여 살지 못했다고 하기에도 너무 딱딱한 내 말투와 목소리에 위안에게 미안해졌다. 결국 너는 입을 닫아 버렸다. 그게 어떤 일인데 네가 내뱉고 싶겠냐마는, 그래도 나는 네가 말해 줬으면 좋겠다는 이기심을 가졌다. 난 널 위해 거의 100년을 기다리고, 또 그 맞은 시간들을 보내왔고, 아까까지만 해도 온 세상이 지옥이었는데, 너는 나를 보고 한 마디도 않다니.
"아니야, 말하지 마. 사정이 있겠지."
"...감사...합니다."
그제서야 네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를 듣고, 세상이 멈춘 듯했다. 확실히 너였다. 그게 뭐라고, 고맙다는 네 목소리를 듣는 순간 지금 이 순간이, 갑자기 꿈 같아졌다. 영원히 깨고 싶지 않은 꿈. 그런데 넌 정말 감사할까. 네가 원하던 죽음을 내가 가져갔고, 이제 너는 너를 언제 잡아먹을지 모르는 뱀파이어와 함께 전전긍긍하며 살아야 하는데도? 너는 이제 인간들의 피를 마시며, 죽을 자유도 없이 영원히 살아야 하는데도, 지금처럼 감사할 수 있어?
"정말 감사해?"
"...네?"
"내가 널 구한 게, 진짜 감사할 일이야?"
"..."
"내가 널 어떻게 할 줄 알고?"
"...그럼 전 왜 구하셨는데...요?"
그래, 네가 날 기억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눈 감은 모습이 예쁘길래, 눈 뜬 모습은 어떤가 해서 구해 봤다. 왜, 안 되냐?"
*
원래는 빙의글로 썼던 거였는데, 타쿠안도 어울릴 것 같아서 가져왔어여ㅠㅠㅠㅠㅠ 떡도 찧으려고 했는데... 그저께 글 하나 쪄 올렸더니 기빨렸던게 아직 회복이 안돼섴ㅋㅋㅋㅋㅋㅋㅋㅋ 똥 투척했으니 도망가야겠네여ㅠㅠㅠㅠㅠ 타쿠야와 장위안 뎨동합니다ㅠ 이쁜 짤을 이쁘게 쓰질 못했어여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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