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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걱서걱

내 머리카락이 잘려  나간다

길었다면 길었고

짧았다면 짧았을 나의 12년이 그렇게 끝나버렸다




12년 전 5살의 나는

시타 가문의 영광이 되기 위해

위원회가 열리는 곳으로 갔었다

'엄마 여기는 뭐하는 곳이예요?'

'오. 정상아 나는 네가 행복해 지길 바란단다.'


엄마는 나를 낯선 사람들 앞에 앉히고는 뒤를 돌아 어깨를 들썩이셨다

보지 못했지만 아마 우셨겠지.


낯선 사람들은 내 눈과 머리를 차례로 살펴보고

발가벗은 내 몸을 차례로 살펴보기 시작했다


내 치아와 눈썹, 허벅지를 찬찬히 살펴보고

들고 있던 종이에 무언가를 기록했다


'시타부인, 이 아이는 국왕과의 궁합도 아주 좋고 몸의 조건도 아주 좋습니다.'

'그럼 이제 그 관문만 통과하면 되는 건 가요?'

'예. 힘드시겠지만... 가문을 위한 일이니...'


낯선 사람들과 몇마디를 나눈 엄마는

나를 안고 밖으로 나갔다


그날 이후 나는 동물의 피와 머리가 있는 어두운 방에서 하루를 버티기도 했고

마지막 날에는 전 쿠마리의 소지품을 가려내는 시험을 보기도 했다


운이 좋았던건지 나빴던건지 나는 쿠마리로 선택 되었고

나는 10년 동안 걷지도 못하고 말하지도 못하는 삶을 살았다


그 아이를 처음 본 것은 내가 12살때의 일이었다

쿠마리는 전통적으로 하루에 3번 창 밖을 내다 보아야 하는데

내가 창문 밖을 내다 볼때마다 그는 항상 똑같은 자리에 앉아 나를 바라보아 주었다

웃을 수도 말을 할 수도 없었지만

그 아이는 처음으로 나를 신이 아닌 인간 그 자체로 생각해준 사람이었다

 

나는 말도 하지 못하고 바닥에 발도 디딜 수 없었지만

쿠마리가 끝나 그 아이를 만나게 될 날만을 생각하며 늦은 밤 몰래

걸음마를 연습하기도 했고 그 아이에게 할말을 연습하기도 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다

축제 날. 국왕이 내 앞에 절을 하고

축제가 시작 되었다

시끄럽고 정신없는 축제 행렬 속에서

내 눈은 그 아이 만을 찾고 있었다


그때 나는 그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사람들은 내가 어떤 사람을 보고 웃거나 울거나 눈을 비비기만 해도 안 좋은 일이 생긴다고 생각하기에

감정을 숨기고 그 아이와 눈을 마주 치고 있었다

그는 인파를 뚫고 행렬에 가까이 다가와 소리쳤다


'내 이름은 수잔이예요! 수잔 샤키야! 언제 쿠마리가 .....'


시끄러운 노랫소리에 묻혀 뒷말은 들리지 않았지만

그의 이름은 수잔. 수잔 샤키야 였다


그래. 너의 이름은 수잔.

잊지 않으려고 몇번이나 되뇌었다

빨리 초경이 시작되어 너를 만날 수 있기를

너를 보고 너와 말을 하고 너와 웃을 수 있기를


하지만 안타깝게도 초경은 빨리 시작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은 초경을 너무 늦게 시작한다며 수군거리고

몸에 부정이 탄 것이 아니냐며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기도 했다


언제쯤 너를 만날 수 있을까.

16살을 맞은 봄, 너의 모습은 전처럼 보기 힘들어졌고

나도 점점 의지를 잃어갔다

사람들을 보고 일부러 웃고 눈을 비비고 음식을 마구 집어먹어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었다


너의 이름은 무엇이었는지 부모님의 얼굴은 어땠는지

내 이름은 무엇인지

점점 기억이 흐려져가고 있었다

신의 저주인가.

눈물을 흘리다 잠들었다


어. 느낌이 이상하다

전과 같은 느낌이 아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보니 이부자리에 혈이 묻어있었다

드디어 시작되었다.


어릴때 보았던 낯선사람들은 내 머리카락을 잘라내었고

나는 순식간에 신에서 인간으로 떨어졌다


짐을 싸 12년 동안 살았던 그곳을 걸어나오는데

저 멀리 그가 보였다

수잔.


'정상!' 기억보다 훨씬 커버린 그가 나를 보며 웃어 주었다



-fin-



--------------------------------------------------------------------------


#Pray for Nepal

이런 상황에 이 글을 올려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워낙 오래전 부터 써온글이라 그냥 지금 풀게..

똥글망글이지만! 재밌게 봐주면 좋겠어

그럼 마지막으로 수잔 워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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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1
다음내용 너무 기대된다ㅠㅠㅠㅠㅠㅠㅠㅠ쓰니 고마워!!
8년 전
글쓴정
어어ㅓ어ㅓㅇㅇ유ㅠㅠㅠㅠㅠㅠ 댓글 달아줘서 고마워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정2
(말없이 추천을 누른다)
8년 전
글쓴정
아뭐야ㅠㅠㅠ 정2 워더!!
8년 전
정3
슼슼~
8년 전
글쓴정
어엉어어융유ㅠㅠㅠㅠㅠㅠㅠㅠ 뭐야 정 진짜 사랑 먹어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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