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익숙한 목소리에 뒤를 돈다
그가 그리워져 걷고 있던 마포대교 밑,
너도 날 기억 했던 걸까
눈물이 왈칵 나와 버렸지만
모른 체 하고 너에게 달려가 안겼어
찌는 듯한 날씨에
땀을 닦고 선크림을 바르기를 수차례.
이미 난 지쳐 있었어
아크라 시내의 코토카 공항에서 4km 남짓 떨어진 그 건물이
내가 기억하고 있는 가나의 첫번째 모습이었어
아버지는 외교관들 중에서도 촉망받는 사람이었고
그로 인해 여러 나라로 자주 발령나 다녀오시곤 했었어
하지만 아버지는 동료의 전산 실수로 가나에 발령 났고,
유럽이나 북미만이 세계에 끝인 줄 알았던 나는,
가나로 툭 떨어졌고
그때 내 나이 열여섯
흑인이라고 하면 막연히 어릴적 한인 타운에 불을 지르고 도망가곤 했던 사람들을 떠올렸고
난 그곳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다른 사람들과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나에게 어쩌면 너는 큰 행운이었을거야
첫 등교날 내가 본
너는 성격이 좋은 탓에 친구들도 항상 많았고
공부도 잘하는 착한아이였어
그래서 미쉘 선생님이 너를 내 옆에 앉혔겠지
너는 서툰 영어로 나에게 인사를 했고
그 모습에 나는 너를 좋아하게 됬는지도 몰라
사실 너의 집은 아크라에서도 유명한 집이었어
대사관이나 관공서에서도 도움을 청할정도로.
그래서 아버지는 너에게 나를 맡겼고
나는 너와 등,하교를 같이 하고 너의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어
나를 위해 같이 한국어 공부를 하고 학교 공부를 도와주고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면 한국 드라마에서 항상 봤던 마포 대교를 같이 가자며 떠들었지
그렇게 행복했던 5년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어
나는 한국에 잠시 돌아갔다 가나의 교환학생으로 들어왔지만
너는 없었어
너도 한국으로 갔다더라
1년의 외로운 타지 생활 후, 제 2의 고향이 되버린, 이미 내 마음을 까맣게 태운 가나의 생활을 끝냈어
한국에 가면 너를 만날 수 있을거야, 라며
하지만 한국에서도 너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없었어
공항에서 너의 어머니의 이메일 주소를 잃어버렸고
나는 너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놔버렸어
그맘때 너는 한 프로에 출연하며 인기를 끌고 있었고
나는 백방으로 널 만날 기회를 찾았지만
나는 미친 사생팬 취급이나 받았어
널 너무 보고 싶어서 마포대교밑으로 뛰어갔어
너의 냄새가 나는 것 같아 눈물이 났어
그런데 이렇게 내 앞에 나타나면 어떡해
-정말 보고 싶었어.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