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은 25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단체 활동에 대해 어떤 좋은 감정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꼭 학교 과제에서만이 아니라 사냥을 할 때도, 회의를 할 때도 그랬다. 개인주의적이라는 말이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사람, 아니 존재였다. 애초에 이 정도 생겼으면 그냥 직장에 다니게 할 것이지, 왜 준석이 자신을 향해 고등학교에 들어가 고등학생 행세를 하라고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여튼 칠판에 써져 있는 대로라면 자신은 3조였고, 이 조에는 자신 말고도 네 명의 사람이 있고, 이들과 함께 무언가를 해야 했다. 그냥 죽일까. 이런 생각을 대체 누가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을까. "야 그럼 우리 조장은 현민이가 하는 거고, 각자 나눠서 조사하고 발표는 그때 제비뽑기?" "난 빼고 해라." 활기차게 말하는 여학생을 향해 유현은, 허기 때문에 하얗게 올라오는 손목을 책상 밑으로 숨기며 말했다. 억지로 차오르는 눈웃음을 지어 보이면서 말하니 여학생은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그, 그럼 유현이 몫까지는 내가 뭐... 라며 빨개진 볼을 제 양손으로 가렸다. 별거 없네. 유현은 그런 그녀를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고는 그나마 요즘 관심이 생긴 영단어장을 꺼내려고 했었다. 귀에 꽂히는 목소리 덕에 꺼내지는 못했지만. "그런 거 우리 조에서는 없어. 김유현 넌 네 몫 똑바로 해." "어? 아냐 현민아! 나 괜찮, 진짜 괜찮은데?" "왜 떠넘겨? 그리고 점수만 가져가려는 거면 진짜 민폐야. 수재가 이러면 더더욱 안 되지." "... 야, 너 이름 뭐였지." "이상한 데로 말 돌리려고 하지 마." "맞네 오현민. 현민아." 명찰에 정갈하게도 쓰여져 있는 ‘오현민’ 세 글자를 확인한 유현이 괜찮다고 안절부절을 못 하는 지인을 무시하고는 다시 현민의 이름을 불렀다. 소름이 올라오는 목소리에 모두가 긴장 상태가 되었지만 정작 당사자는 아무렇지 않은 듯 유현을 쳐다보고 있었다. "네 계획에 아무 차질 없어. 윤지인이 해 준다는데 왜 난리는 네가 피워. 너 얘 좋아하냐?" "주어진 할당량이 있는데 우리 스스로 해야 하는 것에 대해 왜 너는 시비를 거는데?" "그렇게 완벽하게 사는 애가 왜 성적은 나보다 낮아? 내가 혹시 뭐 네 자존심이라도 건드렸나 봐. 아~ 이제 보니까 네가 왜 오씨인지 알겠다." "......" "오지랖이 너무 넓네. 어차피 안 될 거면 그냥 애초부터 포기해, 히스테리 부리지 말고." 자신보다 더 많이 매달리지만 성적이 항상 조금씩 낮다는 건 무엇보다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유현은 이겼다는 듯 여유롭게 웃었지만, 점점 더 올라오는 손목과 이빨에 표정을 굳혔다. 이름을 써서 유현민 렌즈 강제 장착일수도 ^^.... 유현민 괜찮나????

인스티즈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