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새벽 5시야'
어제는 경훈과 사귄지 3주년이 되는날, 현민은 경훈과 함께 있을 생각에 약속시간보다 20분 빨리 경훈의 집에 도착했다. 경훈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현민은 아까 미리 사놓은 케이크를 꺼내놓고 경훈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약속시간이 지나고 밤 12시가 넘었는데도 경훈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현민은 늦게까지 집에 안들어오는 경훈이 걱정되서 경훈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연결음만 들려올뿐 끝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렇게 전화를 걸었던 것만 30번이 넘었고 시간은 새벽 2시가 되었다. 케이크에 장식되어있던 생크림은 거의 녹아서 없어질 지경이었고 기다리다 지친 현민은 마지막으로 거는거라 생각하고 경훈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때 통화연결음이 멈추고 핸드폰에서 경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지금 어디야?'
-친구집
친구집은 무슨... 작게 들려오는 비트소리와 깔깔대며 웃는 여자목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경훈이 지금 클럽에 있다는 것쯤은 간단하게 알 수 있는 현민이었다. 경훈이 클럽에 가는 일은 한두번이 아니지만 이런 중요한 기념일에 옆에 여자를 끼고 클럽을 간 경훈이 미워지는 현민이었다. 화난척 연기라도해볼까 하며 전화를 끊을까 말까 고민하던 현민은 한숨을 내쉬며 경훈에게 언제 오냐고 물어봤다. 하지만 들려오는 답변은 차가웠다.
'나 오늘 집에 못들어가. 친구가 좀 아프대'
-친구 누구?
'그냥 친구'
아무래도 오늘 만나기는 글러먹은것 같다. 3주년이라 일부러 경훈이 좋아하는 생크림 케이크를 사왔건만... 이 케이크는 갖다 버려야 할것같다. 오늘이 3주년인건 아는걸까...갑자기 머리가 아파진 현민은 경훈의 침대에 누워서 온갖 잡생각을 하다가 새벽 4시쯤이 되어서야 잠에 들었다.
'끼익'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귀가 예민한 현민은 잠에서 깨어났다. 시계를 보니 새벽 5시였다.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니 눈앞에는 경훈이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이와중에 경훈은 현민이 일어나든지 말든지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현민이 일어나서 경훈을 빤히 바라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훈은 현민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말한마디 건네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자신이 입었던 와이셔츠의 단추를 풀고 있었다. 사실 현민은 경훈이 집에 오자마자 자신에게 무릎꿇고 빌 줄 알았다. 경훈이 자신에게 사과를 하면 현민은 화난척을 하고 밖으로 나가는 액션을 취하고 경훈은 자신을 붙잡고 사과를 하면 해피해딩. 이렇게 되길 바랬것만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경훈이 너무 미웠다. 결국 그 정적을 깨고 현민이 먼저 말을걸었다.
'지금 새벽5시야'
'말했잖아. 친구가 아팠다고'
'술마셨어?'
'뭐?'
'술냄새 나잖아'
아 씨x. 경훈이 작게 내뱉은 욕설을 들은 현민은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우리 어제 3주년이었던거 알아? 현민의 말을 들은 경훈은 고개를 떨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현민의 눈꼬리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던 눈물이 하나둘씩 떨어지고 경훈은 아무 행동도 할 수 없었다. 현민은 눈물을 닦으며 이미 녹아버린 케이크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그대로 집을 나왔다. 현민이 나간 후 집에는 고요한 정적이 흘렀고 경훈은 쇼파에 앉아 마른 세수를 했다. 잠시후 경훈은 실소를 터뜨리며 나지막히 말했다.
'어차피 다시 올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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