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거창한 거 아니고 현역이면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고, 난 아직 입시 그런 거 맘 먹고 할 준비도 안 돼 있고, 벌써 무얼 했어야 한다, 누군 어디까지 했다더라, 이미 늦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 엄청 많이 들고 말 몸도 아프고 힘들고 할텐데 난 결국 우울증이랑 무기력함에 작년 입시 망치고 재수하거든 재수학원 비싸서 그냥 시간 관리해주는 독서실 다니고 있는데 성인들 다니는 곳이라 중고등학생은 아예 없고 대입 준비하는 사람들보다 공시, 고시, 공인회계사 이런 수능보다 훨씬 다음 단계의, 어려운 시험들 준비하는 분들이 엄청 많더라고 당장 내 옆에 앉은 언니도 고려대생인데 매일 몇시간씩 앉아서 막 엄청 어려운 회계공부하고 그런 거 보면서 느낀게 수능이 절대 쉽다는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너무 어려운 시험은 아니라는 거야 내가 인생 살아가면서, 수능 다음으로 볼 수많은 시험들에 비해선 애기공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냥 내가 학교라는 우물 안에 개구리도 아니고 올챙이 였던 거지 인생에 더 어려운 시험이 많음에도 수능과 대입을 크게 인식하는 이유는 아직 미성년인 나이에 인생 처음으로 맞이하는 초현실적인 사회적 잣대한테 조져짐이라 그런 거 아닐까 생각해 표현 너무 저급하지만 내가 느끼기엔 딱 조져짐이었어 ㅋㅋㅋㅠㅠㅠ 많이 힘들 거야 진짜 내가 생각하는 대학 가려면 얼마나 성실해야할지도 가늠이 안 가고 자존심도 상하고 자괴감도 많이 들건데 쫄지마 결국엔 해낼 거고 어떻게든 해낼 거고 다 지나갈 일이고 지나고 보면 별 거 아니지만 남는 건 많은 소중한 시간들일 거야 갑자기 막연햐지고 조급해지고 덜컥 겁이 날 때 그냥 심호흡 한 번 하고 머리 좀 식히고 차분하게 다시 차근차근 하면 돼 공부하는 시간도 양도 조금씩 늘리면서 우리 부모님, 주변 분들은 다 이만큼, 아니면 이것보다 더 성실히 살아서 삶을 일구어 가셨구나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 이런 거 느끼면 돼 결과를 보면서 울기도 울고 자존감도 떨어지고 자격지심도 들긴 하는데 그래도 결국엔 괜찮았던게 꼭 공부가 어디서 무슨 일을 어떻게 하더라도 다들 되게 열심히 노력하면서 살고 있었던 거구나 그리고 나도 그냥 그렇게 하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까 수능 다시 공부해도 될 것 같더라고 줏대없고 횡설수설했지만 그냥 다들 공부도 할 땐 하고 쉴 땐 쉬면서 본인한테 맞는 워라밸 조절하고 잠도 낮에 졸지 않을 만큼 밤에 푹 자고 재수얘기를 하자면 솔직히 재수 하기 싫기는 한데 만약 시간 더 투자해서 본인이 원하는 대학 가고 싶으면 하면 되는 거야 주변에 30살에 대학 졸업하신 분 있는데 취업하고 결혼하는 데 아무 문제 없으셨고 다만 좀 걱정되는 건 벌써부터 재수 생각하고 나태해지면 안돼!! 수능은 지금부터 시작해도 11월까지 매일 책상에 엉덩이 붙어있으면 해볼만한 시험이야 굳이 1년 더 안 해도 되는 시험이니까 다들 올해 끝내고 내년엔 놀아 슬슬 새내기 친구들 flex 하는 거 못 보는 중 ㅋㅋㅋㅋㅋㅋ 다들 파이팅 해 내년에 캠퍼스에서 같이 학식이나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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