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내가 너를 처음본 그때는 너는 놀이터 미끄럼틀 아래서 울고있었다
마치 자신이 아끼던 인형을 잃어버린 아이처럼 너는 그렇게 울고있었다
나는 그런 너를 보았고 고개를 돌렸다
"아저씨, 세워주세요"
어느새 버스에서 내려 너에게 다가갔다
나도 모르게 혼자 중얼거리며 너에게 할 말을 생각해냈다
"야...너 어느학교야?"
나의 바보같은 질문에
아직도 서글픈지 글썽이는 눈으로 너는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봤다
[2]
"곧 비가올꺼에요"
뒤에서 너의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뒤돌아 너의 작은 손에 들려있는 노란 우산을 받아들고 아무말도없이 교문을 나섰다
네게 내 붉어진 얼굴이 보일까봐 더 빠르게 교문을 나섰다
다시 만났을때는 너는 젖은모습으로 대문앞에 서있었다
너는 아무말없이 그렇게 있었다
"바보니?"
딱히 할말이 없어서 그런건 아니다 그애가 그렇게 서있는모습이
바보같았다 너와 내가 놀이터에서 처음봤던 그때보다 더 바보같았다
아무말 없는 너를 나또한 아무말없이 안아주었다
[3]
내가 처음으로 보는 너의 낮설은 모습에 괜시리 심통나 너의 옆에 엎드려 누워있었다
"놀아줘"
조용히 너를 바라보기만 하다 처음 건넨 그말에 너는 고개만 젓다 이내 써내려가던 글을 마저 적기 시작했다
뭐, 이런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잠든척 눈감고 있는 나에게 너는 당황스러운듯
손을 들어 내눈앞에서 흔든뒤 다시 공부에 열중했다
나는 내 속으로 시험이나 망쳐라 하고
"귀여워"
갑작스런 말에 나도 모르게 헛기침이 나왔다
다시 자는척 고개를 돌리지만 이미 너는 내가 깨어있는걸 아는듯이 내 등을 두드려주었다
[4]
처음봤을때 그 눈빛으로 너는 나를 보았다 마치 들으면 안될것같은 말을 할듯이
"미안해"
나는 그말을 다 듣기도 전에 방을 뛰쳐나왔다
처음 그때처럼 나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나도 모르게 그렇게 울고있었다
네가 아무렇지 않은듯 웃자 나도 너를 따라 웃었다
마치 내가 예전에 너를 그렇게 본듯이 너도 나를 위해 그렇게 웃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