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돌돌 말아 청한 저 새우잠
누굴 못잊어 야윈 등만 자꾸 움츠리나
욱신거려 견딜 수 없었겠지
오므렸던 그리움의 꼬리 퉁기면
어둠 속으로 튕나가는 물별들,
더러는 베개에 떨어지네
-박성우, 초승달
사랑의 온기가 더욱 더 그리워지는
가을 해거름 들길에 섰습니다
먼 들 끝으로 해가
눈부시게 가고
산그늘도 묻히면
길가의 풀꽃처럼 떠오르는
그대 얼굴이
어둠을 하얗게 가릅니다
내 밖의 그대처럼
풀벌레들은
세상의 산을 일으키며 웁니다
한 계절의 모퉁이에
그대 다정하게 서 계시어
춥지 않아도 되니
이 가을은 얼마나 근사한지요
지금 이대로 이 길을 한없이 걷고싶고
그리고 마침내 그대 앞에
하얀 풀꽃
한송이로 서고 싶어요
-김용택, 해지는 들길에서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물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유치환, 그리움
사랑했다 한들 당신이 믿으시겠습니까
내 마음 반의 반만큼이라도
당신이 이해하시겠습니까
밤 새워 그리워한 그 많은 밤
당신이 헤아려 주시겠습니까
당신을 다시 만나고
내 슬픈 세월 넋두리한들
당신이 울어 주시겠습니까저는 그만입니다
당신이 이해하지 않아도
내 슬픔 헤아리지 않아도
내 눈물 슬퍼하지 않아도
당신이 살아 계시기에
그만입니다
그만입니다
당신을 사랑했기에
그만입니다
살아서 당신 앞에
내 눈물로 쓴 시를 읽어드릴 수 있기에
그것만으로도 벅차
이젠 행복합니다
-박성빈, 그만입니다
저 고운 단풍 보고 있으면그냥 당신이 그립고 좋습니다
당신을 생각하는 이 삶의 청정함과 애련함을
보듬어 안아다가
언제라도 당신에게
보여드리고 싶어요
흩어지고 사라질 내 시간들이
당신 생각으로
저 산 단풍처럼
화려하게 살아 오르고
고운 산 하나
내 눈 아래 들어섭니다
당신,
당신만 생각하면
그냥 당신이 그립고
한없이 세상이 좋아집니다.
-산 하나, 김용택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보내기 위해서
종은 더 아파야 한다
-이문재, 농담
밤이면 나는 별에게 묻습니다
사랑은 과연 그대처럼 멀리 있는 것인가요.
내 가슴 속에 별빛이란 별빛은 다 부어놓고
그리움이란 그리움은 다 일으켜놓고
당신은 그렇게
멀리서
멀리서
무심히만 있는 겁니까
-이정하, 별에게 묻다
우리 서로 멀리 있기 때문에
더 사랑하는 겁니다.
우리 이렇게 떨어져 있기 때문에
더 그리운 겁니다.
마주 보고 있으나
늘 내 안에서 서성이는 이여
-이정하, 별8
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찬비에 젖어도 새잎은 돋고
구름에 가려도 별은 뜨나니
그대 굳이 손 내밀지 않아도 좋다
말 한 번 건네지도 못하면서
마른 낙엽처럼 잘도 타오른 나는
혼자 뜨겁게 사랑하다
나 스스로 사랑이 되면 그뿐
그대 굳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이정하, 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그리운 날은 그림을 그리고
쓸쓸한 날은 음악을 들었다.
그리고도 남는 날은 너를 생각해야만 했다.
-나태주, 사는 법
지금
내 마음은 불길입니다
불이어서 타는 두려움을 모릅니다
혼신을 다해 탈 뿐입니다
잡지 못하는 이 불길이 두렵습니다
우리에겐 불이 아니고
언 강 밑으로 흐르는 물이 되어도 좋을 것을.
내 물길은
언 강 밑으로 흐르지 못하고
강둑에서 불로 타 오르며 번져가니
아, 아
나는 당신을.
이 불길을 당해낼 재주가 없어요
-김용택, 불길
상처 없는 사랑은 없어라
상처 없는 희망은 없어라
네가 가장 상처 받는 지점이
네가 가장 욕망하는 지점이니
그대 눈물로 상처를 돌아보라
아물지 않은 그 상처에
세상의 모든 상처가 비추니
상처가 희망이다
상처받고 있다는 건 네가 살아 있다는 것
상처받고 있다는 건 네가 사랑한다는 것
순결한 영혼의 상처를 지닌 자여
상처 난 빛의 가슴을 가진 자여
이 아픔이 나 하나의 상처가 아니라면
이 슬픔이 나 하나의 좌절이 아니라면
그대, 상처가 희망이다
-상처가 희망이다, 박노해
눈 앞에 열명의 사람이 푸른 손을 흔들며 지나가도
백 명의 사람이 흰 구름을 펼쳐 보여도
내 눈엔 그대만 보이는
그대에게만 가서 꽃히는
마음
오직 그대에게만 맞는 열쇠처럼
그대가 아니면
내 마음
나의 핵심을 열 수 없다는
꽃이,
지는,
이유,
-꽃, 이라는 유심론, 김선우
이왕이면 소금같은 이야기 몇 줌
가슴속에 묻어두게나
당장에는 견딜 수 없는 아픔이겠지만
지나고 나면
그것도 다 추억이 된다네
우리네 삶이란 참으로 이상한 것이
즐거웠던 일보다는 쓰리고 아팠던 시간이
오히려 깊이 뿌리 내리는 법
슬픔도 모으면 힘이 된다
울음도 삭히면 희망이 된다
정말이지 소금 같은 이야기 몇 줌
가슴에 품고 살게나
세월이 지나고
인생이
허무해지면
그것도 다 노리갯감이 된다네
-소금같은 이야기 몇 줌, 윤수천
이왕이면 소금같은 이야기 몇 줌
가슴속에 묻어두게나
당장에는 견딜 수 없는 아픔이겠지만
지나고 나면
그것도 다 추억이 된다네
우리네 삶이란 참으로 이상한 것이
즐거웠던 일보다는 쓰리고 아팠던 시간이
오히려 깊이 뿌리 내리는 법
슬픔도 모으면 힘이 된다
울음도 삭히면 희망이 된다
정말이지 소금 같은 이야기 몇 줌
가슴에 품고 살게나
세월이 지나고
인생이
허무해지면
그것도 다 노리갯감이 된다네
-소금같은 이야기 몇 줌, 윤수천
▒ 짝사랑 시, 사랑의 시 모음|작성자 정성김치한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