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은 허공이 집이지만 허공엔 그의 집이 없고
나무는 구름이 밟아도 아파하지 않는다
바람에 쓸리지만 구름은 바람을 사랑하고
하늘에 살면서도 마을 샛강에 얼굴 묻고 웃는다
구름은 그의 말을 종이 위에 쓰지 않는다
꺾여 흔들리는 갈대 잎새에 볼 대어 눈물짓고
낙엽 진 가지 뒤에 기도하듯 산책하지만
그의 유일한 말은 침묵
몸짓은 비어 있음
비어서 그는 그리운 사람에게 간다
신성한 강에 쓰고 나비 등에 쓰고
아침 들꽃의 이마에 말을 새긴다.
구름이 밟을수록 땅은 깨끗하다.
이성선- 구름
공사 중인 골목길
접근금지 팻말이 놓여있다
시멘트 포장을 하고
굳어지기 직전,
누군가 그 선을 넘어와
한 발을 찍고
지나갔다
너였다.
문숙 - 첫사랑
대체 기억이란 얼마나 되새겨야 흙으로 돌아가며
상처란 얼마나 고개 숙여야 순해지는 것일까
나희덕 - 반통의 물
내리는 비에는
옷이 젖지만
쏟아지는 그리움에는
마음이 젖는군요
벗을 수도 없고
말릴 수도 없고
윤보영- 비
자다가 눈을 떴어
방안에 온통 네 생각만 떠다녀
생각을 내보내려고 창문을 열었어
그런데
창문 밖에 있던 네 생각들이
오히려 밀고 들어오는거야
어쩌면 좋지
윤보영- 어쩌면 좋지
그대에게 보낸 말들이
그대를 다치게 했음을
그대에게 보낸 침묵이
서로를 문 닫게 했음을
내 안의 숨죽인 그 힘든 세월이
한 번도 그대를 어루만지지 못했음을
김재진- 새벽에 용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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