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의 퍼포먼스 VS 방탄소년단의 퍼포먼스
세븐틴과 방탄소년단은 전혀 다른 스타일의 소년을 보여준다.
쾌활하고 다정하지만 여전히 사랑에 수줍은 소년의 얼굴은 세븐틴의 것이며,
사랑이든 무엇이든 저돌적으로 뛰어들어 상처 입고 방황하는 소년의 얼굴은 방탄소년단의 몫이다.
그리고 두 팀은 무대 위에서 정반대의 퍼포먼스로 각자의 캐릭터를 그려낸다.
최근 공개된 세븐틴의 ‘예쁘다’와 방탄소년단의 ‘불타오르네’ 무대를 놓고 음악평론가 김윤하와 황효진 기자가 두 그룹의 퍼포먼스에 대해 평했다.
방탄소년단 ‘불타오르네’, 청춘의 증명
[화양연화 Young Forever]의 에필로그, ‘Young Forever’의 티저 이미지와 뮤직비디오는 그야말로 앨범의 충실한 예고편이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걸친 반바지와 니삭스·베레모·블라우스 등은 굳이 따지자면 청년보다 소년의 스펙트럼에 가까운 복장이고,
‘Young Forever’에서 이들은 “영원히 소년이고 싶어 난”이라고 외친다. 미로에 따로따로 갇혀 방황하는 방탄소년단의 모습은 [화양연화] 시리즈의 전작인
‘I NEED U’와 ‘RUN’ 뮤직비디오 속 몇몇 장면들과 교차되어 등장하며, 결국 ‘Young Forever’의 뮤직비디오는
멤버들이 다 함께 어딘가를 향해 걸어가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청춘의 시절은 지나가지만, 그 기억과 습성은 버리지 않은 채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겠다고 선언하는 듯한 엔딩.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는 ‘불타오르네’의 무대 위에서 더욱 구체화된다.
데뷔곡 ‘No More Dream’과 ‘N.O’, ‘상남자’까지 이른바 ‘학교 3부작’에서 방탄소년단은
거친 소년 특유의 제어할 수 없는 혈기를 담아냈다. 하나로 묶기 어려울 것 같은 힙합과 칼군무는
처음부터 이들의 특기였으며, 단순히 흐트러짐 없는 안무 소화력을 넘어 아크로바틱에 가까운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했다.
‘No More Dream’에서 지민이 가벼운 몸놀림으로 멤버들의 등을 밟고 공중돌기를 하거나
‘상남자’에서 뒤에 있던 제이홉이 점프하며 앞으로 튀어나오는 동작 등은 폭발력을 더하기 위한 장치였다.
하지만 이러한 퍼포먼스는 언제나 댄스에 특화된 멤버들의 몫이었고,
부분적으로 가사의 내용을 현대무용처럼 풀어낸 [화양연화] 시리즈의 무대는 팀의 강점을 새삼 덮어버리기도 했다.
‘불타오르네’는 방탄소년단이 마침내 찾아낸 해답이다.
넘치는 에너지는 여전하지만 비트와 바운스에 따라 안무는 적절하게 완급 조절된다.
목과 어깨, 팔과 무릎, 손가락 하나까지 신체의 거의 모든 부분을 활용하면서도
묘하게 힘과 여유 전부 돋보이는 무대가 되었으며, 덕분에 이전처럼 춤 잘 추는 특정 멤버 몇 명을 부각시키지 않고도
압도적인 분위기를 연출해낸다. 건방진 포즈를 취하다가 군무를
맞추며 다 함께 앞으로 다가오는 인트로, 그리고 멤버들 각자 다른 동작을
보여주다 순식간에 안무를 통일해내는 후렴 직전의 파트는 방탄소년단의 현재를 한눈에 증명하는 것이다.
게다가 카메라를 회전시킨 후 갑자기 나타난 수많은 백댄서들과 호흡을 맞추는 부분은,
꼭 KBS [가요대제전] ‘Intro performance Trailer’ 같은 특별무대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스케일을 확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처럼 보이기도 한다. 여전히 소년인 채로, 방탄소년단은 앞날에 대한 힌트를 슬쩍 공개했다.
이것은 아이돌이 가장 사랑받았던 순간의 흔적을 굳이 지워내지 않고도 어떻게 성장을 증명할 수 있는지에 대한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글. 황효진
세븐틴 ‘예쁘다’, 보이 그룹 퍼포먼스의 새로운 패러다임
지난 연말, 매해 그렇듯 ‘올해의 순간’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세븐틴 ‘만세’의 하이라이트 안무를 꼽았던 기억이 있다.
좋아하는 소녀를 “잠깐 소녀야”라 불러 세우고는 터질 것 같은 심장 그대로 양팔을 뻗어 카메라로 주저 없이 돌진하는 13명의 남자아이들.
그 기운은 그대로 ‘기세’가 되어 세븐틴을 2015년 가장 주목받는 신인으로 만들었다.
아이돌 퍼포먼스계의 패러다임을 바꾼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의 발차기 안무에 비견해도
손색없었던 그 짜릿한 순간 뒤, 소년들은 ‘예쁘다’로 돌아왔다.
이들의 첫 정규 앨범 타이틀곡이기도 한 ‘예쁘다’는 한마디로 ‘무대가 다 하는’ 노래다.
곡에 담긴 스토리를 퍼포먼스에 그대로 담아내는 기존의 개성 넘치는 안무 구성 방식은
그대로인 채 완성도가 더해졌다.
잘 훈련된 한 무리의 소년들이 숨 쉴 틈 없이 뛰어다니는 무대는
마치 구김살 하나 없는 2시간짜리 청춘 뮤지컬을 3분 40초로 압축한 듯하다.
남자 기숙사 거실 중앙에 놓여 있을 법한 소파 하나를 중심으로 차례로 쏟아지는 소년들의
달곰쌉쌀한 사랑 고백은
1에서 13까지 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숫자의 조합을 통해 초 단위로 차곡차곡 쌓인다.
기존 가요 구성과는 조금 다른, 멤버들의 개성에 따라 극의 막이나 장처럼 분절된 구조를 가진 노래는
이 놀랍도록
높은 효율을 자랑하는 레이스의 누구보다 믿음직한 밑거름이다.
그리고 이 모두는 결국 세븐틴이 지닌 가장 큰 장점, 찬란한 청춘의 한때로 소급하며 대중을 설득한다.
좋아하는 대상에게 고백하려는 마음을 담은 가사는 그대로 무대 위의 동작으로 이어지고,
표정 연기는 이야기 속의 감정들을 그대로
전달한다.
세븐틴은 무대 위에서 그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청춘 로맨스를 전달하고,
그것은 고스란히 청량한 소년들이라는 세븐틴의
정체성으로
이어진다.
퍼포먼스가 하나의 완결된 세계를 만들고, 그것이 어떤 설명 없이도 팀의 색깔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예쁘다’는 세븐틴이 데뷔 이후 개척해나가고 있는 보이 그룹 퍼포먼스의 새로운 영역을 보여준다.
이들의 퍼포먼스는 한동안 아이돌신을 주름 잡았던 칼군무나 ‘00춤’ 등의 별명으로 유행하는 각종 포인트 안무, 무대 위에서
최대한 자유롭게 ‘즐기는’ 류의 퍼포먼스 등 과거의 그 어떤 것과도 궤를 달리한다. 대형 그룹만이 실행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타고난 ‘청춘력’으로 폭발시키면서도 승관의 4단 고음을 둘러싸고 점차 솟아오르는 원형 대형이 주는 직관적 즐거움이나
정한과 조슈아 등 ‘예쁜’ 두 멤버에게 곡의 하이라이트인 ‘예쁘다’ 파트를 분배하는 등의 섬세함을 잃지 않는 것.
이것이 바로 세븐틴이라는 그룹과 그들의 퍼포먼스가 갖춘 가장 큰 매력이자,
아이돌 음악에 있어 퍼포먼스를 비평의 영역에 넣을 수 있는가 하는 지난한 물음에 대한 세븐틴 식의 청량한 대답일 것이다.
글. 김윤하(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