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우리 둘만의 일
겉으로 보기엔 없었던 것 같은데
없었던 일로 하기에는
너무나 있었던 일
이생진 / 있었던 일
이별 앞에 서면 알게 된다.
더 사랑했던 쪽이 덜 아프다는 것을.
마음껏 아파하면서 후회없이 사랑한 사람은 이별앞에서 오히려 담담하다.
다시 만나 똑같이 시작해도 지금보다 더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에게 더 좋은 옷을 입혀주고 더 맛있는 음식을 요리해주고
더 좋은 곳을 함께 여행했더라면 이별도 오지 않았을 텐데, 하는 미련도 없다.
귀찮다고 생각하지 않고 비 오는 날에도 만났더라면,
부끄럽다고 빼지 않고 거리 한복판에서도 안아주었더라면,
아깝다고 주저않고 더 좋은 걸 사주었더라면, 하는 후회도 없다.
연애라는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감정을 아꼈던 승자들은 깨닫게 될 것이다.
사랑은 승자와 약자로 나뉘는 게임이 아니라,
마음을 비우고 떠나는 사람과 후회하며 남겨진 사람으로 나뉘는 게임이라는 것을.
조진국 / 고마워요, 소울메이트
잠든 그의 가슴에 귀를 대고
심장 박동 느끼기.
잠든 그의 얼굴 가까이에서
숨소리 듣기.
잠든 그의 등을
가만히 쓸어내리기.
뜨거운 밤만큼 소중한
침대위의 순간들.
곽정은 / 우리는 어째서 이토록
어쩌면 우리 기억 속의 첫사랑이 이런 모습일지도.
오직 잔상으로만 남아 있는,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물안개 같은 풍경.
추위 때문인지, 아니면 추억 때문인지 잠시 콧등이 시큰하다.
최갑수 / 당신에게, 여행
네가 아니면 나는 어쩌지
내가 아니면 너는 어쩌지
삶은 이렇게 간절한데
어떤 이름에 기대어야 하지
마음은 이토록 한순간에 무너지는데
영원같은 시간 동안 누구를 기다려야 하지
내가 아니면 너 홀로 어떻게 살지
네가 아니면 나 홀로 어떻게 죽지
나는 꽃처럼 흔들리고 안개처럼 흐린데
너를 어떻게 사랑해야 하지
황경신 / 네가 아니면 나는 어쩌지
당신의 부재가 나를 관통하였다.
마치 바늘을 관통한 실처럼.
내가 하는 모든 일이
그 실 색깔로 꿰매어진다.
윌리엄 스탠리 머윈 / 이별
수영이 영혼이 가는 길을 따라가고 싶었다.
스물 다섯 살, 힘든 공부를 막 끝내고 사회에 첫걸음을 딛던 내 딸.
내 눈에는 아직도 아기같은 어린 딸이 홀로 저 세상을 가야 하다니.
그 길이 얼마나 무섭고 힘들까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머리카락을 잘라서 딸의 몸과 함께 태웠다.
그렇게 해서라도 딸이 가는 길을 지키며 영원히 같이 있고 싶었다.
수영아, 고생했다. 수고했어.
이제 편히 쉬렴.
이로써 엄마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최숙란 / 4월이구나, 수영아
"아니, 그러니까 네가 어제 말한 그것 말이야. 오늘도 지속되고 있느냐고?"
그렇게 말하고 나서 필용은 자신이 긴장하는 걸 느꼈다.
왜 긴장하나? 필용은 그런 자신이 어처구니없었다.
"그렇죠, 오늘도."
양희는 어제처럼 무심하게 대답했는데
그 말을 듣자 필용은 실제로 탁자가 흔들릴 만큼 몸을 떨었다.
"오늘도 어떻다고?"
"사랑하죠, 오늘도."
김금희 / 너무 한낮의 연애
나도 한 시절 당신에게 호되게 빠져 휘청거린 적 있었네요.
그때 나를 누군가 번쩍 들어 다른 곳으로 옮겨놓았다면,
아마 그사람을 증오 했을 거에요.
누가 사랑에 빠진 자를 말릴 수 있겠어요?
운명론자는 아니지만, 나는 사람마다 각자 경험하고 지나가야 할
일정량의 고유 경험치가 존재한다고 믿거든요.
다 겪지 못하면 다음으로 못 넘어가는 거죠.
당신을 사랑하고, 또 헤어지던 순간은 꼭 필요한 경험이었어요.
그 일을 나는 긍정합니다.
박연준 / 소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