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라이를 꿈꾼 '대일본제국 최후의 군인'
"집무실에 들어갔더니 박 대통령은 일본군 장교 복장을 하고 있더라고요. 가죽장화에 점퍼 차림인데 말채찍을 들고 있었어요. 박 대통령은 가끔 이런 옷차림을 즐기곤 했지요. 만군 장교 시절이 생각났던 모양이에요. 다카키 마사오(박정희의 일본 이름) 소위로 정일권 중위와 함께 말 달리던 시절로 돌아가는 거죠. 그럴 때 보면 항상 기분이 좋은 것 같았어요"19)
*정일권 : 박정희 정권시절 국회의장,국무총리,외무장관등 요직을 거친 인물
"그는 일본에서 만들어지는 사무라이 영화는 거의 대두분 들여와서 보곤 했었다. 궁정동에 있는 독서실에도 일본 무협소설이 많았다. 대통령이 된 후에 읽게 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천하통일 스토리「대망」은 특히 그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을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동일시해서 「대망」에 나오는 에피소드를 직접 생활에 적용시키거나 곧잘 비유를 들곤 했다. …그는…일이백 년 전을 배경으로 하는 일본 사무라이 영화에나 나오는 통치술을 그대로 우리 정치에 적요시켰다. 특히 일본식의 '요정 정치'는 한국 정치를 더욱 후퇴시키고 부패 속으로 끌어넣는 결과를 가져왔다."20)
당시는 일본영화를 수입할 수 없었던 때이다. 그래서 일본에 파견되어 있던 중앙정보부 요원들이 외교 행낭편으로 청와대로 보내곤 했다. 한 중앙정보부 간부는 "일본에 근무할 때 사무라이 영화나 메이지유신 전후를 소재로 한 영화·TV드라마는 거의 다 사 모아 고국에 보냈었다"라고 증언한다. 한국에서 근무한적이 있는 한 일본인 외교관은 자신의 저서에서 박정희의 죽음에 대해 "대일본제국 최후의 군인이 죽었다"라고 평했다."21)
19) (김진, [청와대 비서실1]. 중앙일보사, 1992 203쪽 재인용)
20) (김교식 [다큐멘터리 박정희 3]. 평민사, 1990 221-222쪽 재인용)
21) (노재현, [청와대 비서실2]. 중앙일보사, 1993 23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