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작곡가에게 '이 곡 제가 썼어요. 저 이만큼 씁니다. 저에게 맡겨주세요'라고 프로듀서들에게 알릴 수 있는 곡을 뜻합니다.
궁 ost
이 곡의 의뢰는 참 희한하게 들어왔다. 놓칠 뻔한 기회였다. 그때도 나는 직장에 다니고 있었다.
퇴근시간이 넘어서 슬슬 일을 정리하려던 중이었다.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박근철 작곡가였다. 한시간 뒤에 녹음을 부조건 시작해야 하는데 아직도 픽스된 가사가 없는 상태다. 혹시 작업이 가능하겠느냐고 물어왔다.
"당연하죠, 빨리 쓰겠습니다.">
<궁>이라는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라는 정보만 받고, 나는 작업을 시작했다.
나는 그 만화를 본 적이 없었다. 대략의 시놉을 파악하니, 많은 드라마의 러브라인이 그렇듯이 '이 사람과 사랑에 빠질 줄이야' 하는 것이 감정의 골자였다.
OST이니만큼 이 노래가 깔릴 장면을 상상했다. 아마 서로 문득 들어온 낯선 감정에 혼란스러워하는 장면에서 나오겠지, 오해와 어긋남에 힘들어하며 과거를 회상하는 몽타주 신에도 들어가겠지, 결국엔 사랑이 이루어지는 장면에도 들어가겠지.
후렴구는 확정적인 말투보다는 의문형이 좋을 것 같았다. 각 주인공이 혼자 상념에 빠진 장면에 들어가도 어색하지 않도록.
-김이나 저, 김이나의 작사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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