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는 사람은 다 아는 살인인데
별관심없이 그냥저냥 아는 사람들은
자살이나 마약으로 아직도 알고있는 사람도 많을듯...ㅜ
불쌍한 사람...
죽기전날.
이렇게 밝고 신나있던 사람이 자살할 이유가 없는...
어머니 글 중.
생각난다(20)
1995년 11월 20일
생각해도... 생각을 거듭해봐도...
그저 어리석었던 일들.
이 세상에 태어나 너무 놀란 나머지
그저 모든 것이 '無' 였던 날.
누가 뭐라해도 안 들렸다. 누가 인사를 해도 누군지 몰랐다.
분간키 어려운 얼굴, 얼굴들...
지금에 와서 누가 와주었던지 흐릿...
그 영안실 앞에서
보고싶은 자식 얼굴을 기다려도 기다려도 안 보여 주던...
무슨 그렇게 복잡한 절차들이 필요하다는 건지...
과학이 주는 괴로움으로 원망만 늘었던 그 시간들.
초조하고, 아프고, 괴로웠던 ...
이유를 모른다거나 왜? 라는 의문조차 희미햇다.
그저,
어젯밤에 활기찬... 성공으로 치닫던 목소리였던것만 기억에서 맴돌며
벌떡 일어나, 씨~~익 웃으며, 내 앞으로 걸어 나오라리는 희망만 펄펄 끓었던...
그 기대로 오히려 마음 한 구석은 편안을 찾으려 애썼었지...
무슨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엄마역활을 하는듯 어이없고...기가막혔고,
그 와중에 성욱이가 왔을 때, 흐느껴우는 성욱이 등이 그렇게 아파 보일 수가...
정말 간 거로구나아... 정말 성재가 이 세상을 등진 거로구나아...
아직도 나는 어안이 벙벙해지며 그대로 내 기억이 엣날로 한달음에 내 닫을때가 있다.
성재의 해맑은 웃음 띈 얼굴이. 늘 그랬듯이 슬쩍 아픔은 뒤로 감추고,
웃음만 보여주던 성재.
그 눈 깊은 뒤안 쪽에 혼자 외로워하더니... 눈물을 안 보이려고.
그럴려면 무조건 새하햫게 웃어야 하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던 ...
어머니 글 중...
종교를 떠나, 나는 모든 걸 다 맘내키는대로 하는 여자가 되어버렸다.
미사도 넣고, 절에도 가고... 또 밤마다 기도를 한다.
무엇을 얼마큼 해야 마음이 찰까... 늘 고프다.
동서남북 돌아가면서 부처님도, 하나님도 마리아님도 나에게는 의지 할 대상이다..
11월이 오면서는 더 더욱 그러한 마음에 가슴이 터져버릴 것만 같아진다.
보고싶어도 볼 수가 없고, 얘기도 나눌 수가 없는 아들에게 대한 애통함.
곁에 있어도 모든 걸 다아~ 지켜줄 수가 없는 안타까움에 타는 가슴으로 멍이 들어간다.
허허롭게 비우려해도 비워지지 않는 두 자식에 대한 그리움과 연연한 사랑은
나 자신을 질리게 한다.
내 이 마음이 다 타들어가면 자지러들려는지...
아직도 내겐 실날같은 정열의 불씨가 남아 있는건지...
.
동경에 살 던 어느 봄.
봄꽃들이 만발했던 계절에...
몇 십년 만에 오는 폭설이라며 우리 집 계단 마저도
푹푹 빠지게 쌓여 있던 눈. 정말 겁나게 많이 왔었지...
온 세상이 정말 뽀얬었다.
나랑 성재, 성욱인 와~~아~~
집 가까이에 있던 공원으로 가 봤다.
뛰어 간 곳, 그 널은 곳이 눈으로만 덮여있었는데...
그리고는 눈사람을 만드느라 둘이서 ...
정말 그때.
이런 슬픔에 빠져 살거란 생각이 한 점이나 있었을까?
설마 아무리 죽는 건 순서가 없다고는 했지만 성재가...
그 건강하고, 명랑하고, 귀엽던 성재가 먼저...
나랑 성욱에게서 가장 소중하고 귀한 것을 빼앗아 갈 일이...
일어나다니... 일어날 수가...
우리 집에서 오로지 한 명.
온 집안을 풍요롭게 즐거움으로 채워주던 성재.
우리 집 구석구석 성재로 인해 산다는 걸 알게 해주었는데...
조용함이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성재의 부산스러움.
엄마, 성욱아~~ 를 불러대며,
가정이란 울타리 속에서 줄겁게 지낼 시간을 만들어 내던 성재.
학교에서 가정시간에 배운,
경단을 자기 용돈으로 재료를 몰래 사와서 만들어 가지고는
한 쟁반 들고 찌자짠~~ 하며 즐거워 했지...
성욱이가 왼손잡이라 왼손으로 바느질 한 헝겊지갑을 보고는 칭찬, 칭찬!!
자긴 왼손으로 아무 것도 못하는데 내 동생 성욱인 바느질을 했다며. ㅎㅎ...
늘 우리 집안은 성재가 있어 조금은 시끄러웠고, 삶의 잡다한 향기가 풀 풀 났었다.
지금은 나도, 성욱이도 동적이질 못한 성격으로 조용~
성재는 부담은 될지 모르지만,
다같이 즐거워야 한다는 마음이 더 강해서 그게 틀린 거 같다.
집에 오면, 셋이서 뭔가를 같이 할 일을 만들고, 찾고...
그리곤 우리가 싫다하면 우격다짐으로 압도 하고, 낄낄대던 성재.
마지못해 하는 우릴 계속 웃기려고 애쓰고,
그러다가 웃어버리면 휴~우 하던 성재.
뭔가를 하고자 맘 먹은 일은 기어코 해야 하는 성재였던 거다.
우린 거기에 끌려 다녔고...
근데, 이제는 끌려 다닐 일이 없어졌으니...
"너무 처럼, 아니면 바보처럼 낙천적인가?" 하며
히히덕거리던 네가 보고싶다.
하얀눈이 쌓여가는 창 밖을 보고 있자니,
네 환하게 웃어제끼던 얼굴이 어마어마하게 크게 눈 위에 그려지는 거야.
빨강 오리털 쟘바의 성욱이랑 파랑 거 입고 만들어대던 눈사람 풍경도 그려지더라?
눈 길을 검정과 흰 체크 목도리 감고 자전거 타던 너도...
자꾸자꾸 ... 한참을 별별 옛일을 아무 자국도 없는 하얀 눈 위에다 그려보면서...
정말로 이럴 땐 너무 네 생각이 난다...
죽음과 함께, 세상에서 살았던 옛 기억은 다 사라지고 만다던데...
아무런 기억없이 이승에서 태어나는 거라던데... 그런 거니? 그렇담, 너무 슬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