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와도 죽음은 유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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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울어요? 물속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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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여기는 잊혀진 별 명왕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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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이 나서 내 생일을 축하해주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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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씨년스런 예감이 새벽의 안감에 박혀 스르르 말줄임표가 되어가는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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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믿는다는 건 나 자신을 데리고 그에게 유배를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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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곧 무너질 것들만 그리워했다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 기형도
내가 엮은 천 개의 달을 네 목에 걸어줄께
네가 어디서 몇 만번의 생을 살았든
어디서 왔는지도 묻지 않을게
네 슬픔이 내게 전염되어도
네 심장을 가만히 껴안을게
너덜너덜한 상처를 봉합해줄게
들숨으로 눈물겨워지고 날숨으로 차가워질게
네 따뜻한 꿈들을 풀꽃처럼 잔잔히 흔들어줄게
오래오래 네 몸 속을 소리없이 통과할게
고요할게
낯선 먼먼 세계 밖에서 너는
서럽게 차갑게 빛나고
내가 홀로 이 빈 거리를 걷든, 누구를 만나든
문득 문득 아픔처럼 돋아나는 그 얼굴 한 잎
다만
눈 흐리며 나 오래 바라볼게
천년동안 소리 없이 고백할게
천년동안 고백하다 / 신지혜
낭만은 그런 것이다
이번 생은 내내 불편할 것
드라이아이스 / 김경주
우주의 어느 일요일
한 시인이 아직 쓰지 못한 말을 품고 있다
그렇게 많은 사랑의 말을 품고 있는데
그것은 왜 도달하지 못하거나 버려지는가
나와 상관없이 잘도 돌아가는 너라는 행성
그 머나먼 불빛
우주의 어느 일요일 / 최정례
흔적을 걸어두면, 그림이 될까요
벽의 장르 / 이제야
떠나는 사람에겐 떠나는 이유가 있다
왜 떠나는가 묻지 말라
그대와 나 사이에 간격이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 묻지 말라
괴로움의 몫이다
떠나는 이유 / 이정하
꿈을 꾸고 있었다
구두를 잃어버린 사람이 울고 있었다
북해의 지명을 수첩에 적어넣었다
일광의 끝을 따라 죽은 사람처럼 걸었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었다
그 밤 전무한 추락처럼 검은 새는 날아올랐다
언덕에 앉아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휘파람을 불려고 애쓰는 사이
그사이
흉터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것은 너의 손목에 그어진 열십자의 상처였다
한 번 울고 한 번 절할 때 너의 이마는 어두워졌다
쓸모없는 아름다움만이 우리를 구한 것이다
꽃을 파는 중국인 자매를 보았다
모로코나 알제리 사람인지도 모르지
이미 죽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당신에게 말할 수 없습니다
비밀을 지킬 수 있습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네가 누군가를 비난할 때 그것이 너 자신의 심장을 겨눌 때
거리의 싸구려 과육과 관용을 함부로 사들일 때
나는 그것이 네가 병드는 방식인 줄을 몰랐다
말수가 줄어들 듯이 너는 사라졌다
네가 사라지자 나도 사라졌다
작별인사를 하지 않은 것은 발설하지 않은 문장으로
너와 내가 오래오래 묵여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잊혀진 줄도 모른 채로 잊혀지지 않기 위함이다
제 말을 끝까지 들어보세요
할 수 있는 것은 하겠습니다
창문을 좀 열어도 되겠습니까
문이 잠겨서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밤 우리는 둥글고 검은 것처럼 사라졌다
문장 사이의 간격이 느슨해지듯 우리는 사라졌다
누구도 우리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믐으로 가는 검은 말 / 이제니
몰인격한 내가 몰인격한 당신을 기다린다는 것. 당신을 테두리 안에 집어넣으려 한다는 것.
내 사랑은 / 허연
오래전 죽은 이의 연작에서
당신을 이해할 것만 같은 밤이 자주 찾아와서 두렵다는 문장을 발견한다
밑줄을 긋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오후
구름의 무늬 / 이은규
아픈 데는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없다, 라고 말하는 순간
말과 말 사이의 삶들이 아프기 시작했다
물 소리가 사무치게 끼어들었다
눈사람 여관 / 이병률
그거 알아? 내가 너한테 반하는 바람에, 우리 별 전체가 네 꿈을 꿨던 거?
지구에서 한아뿐 / 정세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