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 노동자 고 장덕준씨가 숨지기 직전 근무했던 2020년 10월 11일 CCTV 영상. 장씨가 업무 도중 무전을 한 뒤 어디론가 달려가는 모습이다.
지난 12일 재판에 다녀온 뒤로 박미숙씨는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다.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숨진 고 장덕준씨의 어머니인 박씨는 쿠팡 측이 '아들의 걸음'과 '골프의 걸음'을 비교한 것을 떠올리며 이렇게 전했다.
쿠팡 쪽 대리인은 지난 12일 손해배상소송 6차 공판에서 '(장씨가) 본인 페이스대로 여유롭게 일했다"며 아래와 같이 주장했다. 박씨의 머리 속을 떠나지 않은 말이었다.
"저희가 측정해본 결과 (장씨가 맡았던 업무인) '워터스파이더'는 하루 평균 2만 보 정도 걷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4시간 정도 골프를 치며 걸으면 1만 5000보 정도 걷게 됩니다. (장씨가 일한) 8시간 동안 2만 보라고 한다면 견디기 힘들 정도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1년 2개월 동안 새벽 노동을 이어갔던 장씨는 2020년 10월 12일 퇴근 후 욕조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그의 나이는 28세였다. 2020년 2월 근로복지공단은 장씨가 극심한 육체 노동에 시달렸다는 점을 인정, 산업재해로 판정했다. 이후 박씨는 쿠팡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쿠팡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특히 쿠팡이 추정한 장씨의 걸음수는 박씨가 계산한 것과 차이가 컸다. 쿠팡과 박씨는 모두 CCTV에 잡히지 않는 동선까지 고려해 장씨의 걸음 수를 추정했다. 박씨는 200시간 분량 CCTV 영상을 7개월 가량 들여다봤다.
박씨의 계산에 따르면 마지막 날 근무였던 2020년 10월 11일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새벽 4시까지 장씨의 걸음 수는 4만 1718보였다. CCTV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걸음 수만 1만 8749보였다.
해당 공판에선 장씨 사망 전 6일치 CCTV가 증거로 채택됐다. 쿠팡이 2020년 12월 장씨 산업재해 심사 당시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했던 영상이다. 영상에선 장씨가 뛰거나 물품이 가득 담긴 바구니를 장면이 담겼다. 또 마지막 근무 날 가슴을 움켜쥐고 18초 동안 고개를 들지 못하는 모습도 찍혔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46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