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준회 과외를 시키라니... 지금 저 놀리시는 거죠?"
"마땅한 과외선생님이 없어서 그래. 알잖아 준회 성격,,,"
"그래도 선생님이라기엔 제가 구준회랑 동갑인데다가, 아직 전 가르칠능력이 전혀.."
"아니, 너 가르칠 능력 충분히 돼. 내일부터 2층 공부방에 들어가서 공부 좀 시켜줘, 알았지? 믿는다 ○○아!!"
그렇게 아줌마는 떠나가고.....ㅁ7ㅁ8
아니,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냐면 뭐... 딱 보니까 좋은 상황은 아닌 거 같지?
나도 자세한 얘기는 잘 모르겠고, 오늘로 딱 육 개월 전부터 생판 모르는 사람 집에서 얹혀살게 됐어.
지내다 보니 점점 적응도 되고, 주인아저씨, 아주머니도 엄청 좋으신 분이긴 한데!!
이 집 아들이 내가 뭐가 그렇게 싫은지 날 처음 만난 날부터 육 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말 한마디 안 섞고
나랑 눈이라도 마주치면 살인을 저지를 것만 같은 표정으로 기분 나쁘게 휙 지나치는 거 있지?
근데 지금 그런 애한테....내가...공부를 가르치라잖니... 이게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람.
정말 끝까지 못한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까 육 개월간 돈 한 푼 안 받으시고 재워주시고 먹여주시는
아줌마께 이 정도는 해야겠더라고. 그래서 내일부터 과외하기로 했어. 나 이제 망함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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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
"나도 하고 싶어서 하는게 아니라 아줌마가 하라셔서 어쩔 수 없이...."
"나가라고"
이런 단호박...
이때 진짜 한 마디만 더 꺼내면 얘가 나 한 대 때릴 것 같은 거야.
빨리 자리 피해야지 싶어서 "이층에서 기다린다" 하고 바로 뛰쳐나와버렸어ㅋㅋㅋㅋㅋㅋ
어차피 구준회는 안 올 게 분명하고 나라도 앉아있자 싶어서
밀린 숙제 들고 방에 딱 들어가는데 방이 좀 서늘한 거야.
"헐...나 겁나 멍청한 듯"
그제야 아주머니가 보일러가 고장 나서 며칠 간 이 방에만 난방이 안될 거라고 얘기 하신 게 기억이 나는 거 있지.
오래는 못하겠고 딱 한 시간만 앉아서 공부하자 마음먹었는데, 참... 공부방이 왜 공부방인지 알겠더라.
추운 건 둘째치고 정말 공부가 잘 되는 거야. 조용하기도 엄청 조용하고.
한 시간은 무슨 최소 세 시간은 앉아서 공부한 듯.
뭐 이렇게 공부해서 나 전교 일등함ㅋ 끝.
은 무슨. 다음날 목소리도 안 나올 만큼 감기를 너무 심하게 걸려서 학교도 못 갔어.
내 생각엔 몸살까지 같이 온 듯.
아줌마께 자초지종을 설명하니까 바로 구준회한테 달려가서 완전 심하게 혼내셨어...
미친 나년은 자기 방 나두고 왜 그 추운곳에 있었을까하면서 구준회한테 너무 미안해 지는 거야.
사과하고 싶었는데 이 몸뚱아리가 내 몸둥아리인지 아닌 것 같아서 그냥 방에 가서 자기로 했어. 잠만 열두 시간 잔 듯.
딱 눈을 떴을 때 구준회 집에 올 시간이라서 혹시나 하고 나가봤는데, 방 문 앞에 구준회가 떡하니 서있는 거야.
구준회 내가 갑자기 나와서 놀랬는지ㅋㅋㅋㅋㅋㅋ 놀랬는데 안 놀랜 척. 당황 안 한 척.
"뭐야"
"....아침에 너 때문에 혼났잖아. 복수하러 왔다 왜"
"ㅋ??????"
"이거 먹고 낫든지 말든지"
이 천하의 나쁜 놈이 감기 옮긴 싫은지 엄지와 검지만 이용해서 박카스 한 병을 건네주더라.
마음 같아선 기침만 오만 번을 해주고 싶었는데, 나 때문에 혼 난 것도 있고, 박카스도 줬고 하니까 그냥 고맙다고만 했어.
아니, 근데 구준회가ㅋㅋㅋㅋㅋㅋ 역시ㅋㅋㅋㅋㅋㅋ사람은 아프고 봐야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기 주머니에서 마스크, 핫팩, 체온계, 왜 가져온 지는 모르겠지만 위생장갑까지 손에 쥐어다 주는 거야.
어지간히 걱정됐는 가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빵 터져서 풋ㅋㅋㅋㅋㅋㅋ이렇게 웃었더니만
또 침튀긴다고 미쳤냐고 정색을 하는데ㅋㅋㅋㅋㅋㅋ싸이콘줄ㅋㅋㅋㅋㅋㅋ
"위생장갑은 뭐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 너무 더러워서 병걸린거야. 공부방에서 나 기다리다가 그런게 아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인정."
"방으로 꺼져. 내일부터 과외하려면 힘 좀 써야될거야"
이때 내가 과외포기선언을 했어야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