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기 (春期) : 우리들의 봄
01
w. 아이스아메리카노
사각사각, 연필이 종이를 스치는 소리. 사락사락, 책이 넘어가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독서실. 백현은 불편해서 지금 당장이라도 죽어버릴것 같은 기분이다. 옆자리에 앉은 아니, 옆자리에 엎드려 있는 사람의 시선때문이다. 엎드려서 백현에게 시선을 주고 있는 사람은 바로 찬열이였다.
어릴적부터 함께 자란 자신보다 5살이나 많은 형이였다. 하지만 늘 백현에게 당하는 찬열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져주는거다. 결국 백현은 찬열의 시선을 이기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찬열이 입고 있는 후드티의 후드를 잡고 독서실 옥상으로 끌어냈다.
"야! 니 왜 계속 쳐다보는데?"
"내가 뭐?"
"니는 일이나 갈것이지, 여는 왜 기왔냔말이다"
"일 없다"
"니 뻥칠래? 어제 엄마한테 김씨 아저씨 과수원 간다캤다매!"
"아저씨가 오지말라 카드라"
"니 진짜 뻥까칠래?"
"..."
"봐라봐라, 니 뻥치면 내눈 못본다이가!"
"소리 쫌 지르지마라"
"니나 뻥치지마라, 할거없으면 집에 기갈것이지 여는 왜 와가 신경쓰이게 하노!"
"내가 뭘 어쨌는데? 쳐다도 못보나?"
"어!"
"왜, 내가 보면 얼굴이 닳나? 닳냐꼬-"
"어! 어! 닳는다! 그니까 쳐다보지마라"
"니 그거아나?"
"뭐"
"니 요새 성질머리 더 드러버진거 아나?"
"뭐라고?"
"뭐... 원래 성깔도 좋지는 않았지만서도, 요새는 더 심해진거같아... 니 설마, 그거하나?"
"디지고싶나?"
"니는 행님아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고?"
"디질래?"
"변백현"
"내가 그래 부르지말라캤제!! 성붙여서 부르지말라고!"
"아,아- 알았다, 백현아... 그 승질머리로 장가나 가긋나?"
"여서 그게 왜 나오노!"
찬열이 하는말에 일일이 바락바락 성질이 내는 백현의 모습이 그저 귀여운 찬열이였다. 백현의 정갈하게 정리된 검정머리에 손을 올린다음 이리저리 움직여 머리를 헝크렀다. 백현이 제일 싫어하는 행동 1순위다. 백현이 성질낼걸 알면서도 한다.
"야!!!"
"쓰읍- 니 계속 형님한테 야야 칼래?"
"뭐! 니 내가 그거 하지말라고 했잖아! 니는 왜 내가 싫어하는 짓만 골라하는데!!"
"좋으면서 팅기기는"
"니 진짜 디질래?"
"마 됐다- 니 또 아주머니랑 싸웠다매?"
"누가 그카든데? 아이그든? 니가 봤나!"
"낸 못봤는데, 아저씨가 그카드라... 하이튼간에 승질머리는 드러버가꼬는, 니 점심도 안먹고 나갔다고 아주머니 걱정이 태산이다. 아주머니 걱정 좀 끼치지마라"
"니 진짜 좀 닥치라"
"말 좀 이쁘게 하라캤제?"
"니가 뭔데? 내한테 이래라 저래란데?"
"니 행님 아이가-"
"니가 무슨 내 행님인데?"
"아주머니가 도시락 싸줬다. 그건 니자리 발밑에 냅뒀으니까 휴게실에서 무라"
"니는?"
"내는 마이 먹었다, 고마 간디"
찬열은 백현에게 손을 흔들고는 옥상에서 바로 독서실 건물을 빠져나갔다. 백현은 독서실 옥상에서 멀어져가는 찬열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백현이 쳐다보는걸 알았는지, 가던 찬열이 뒤를 돌아 손을 흔들었다. 치... 기왕 온거 같이 먹고가지. 터덜터덜 백현은 옥상에서 독서실로 내려왔다.
정말 자신의 자리밑에는 작은 종이가방이 있었다. 그리고 그안에 있는 쪽지, 필체가 더러운걸 보니 찬열이 쓴것이다. [밥 먹고, 공부는 쉬어가면서 해라] 더럽게 못썼네... 혼자 중얼거리며 종이가방을 들고 휴게실로 향했다. 도시락을 열어보니, 대번에 알수 있었다.
자신의 엄마가 싼 도시락이 아니라는것을... 누가봐도 박찬열이 싼 도시락이다. 엉망진창인 칼질, 게다가 맛도 없다.
"박찬열, 더럽게 요리못하네..."
*
찬열과 백현은 또 길거리에서 실랑이 중이다. 동네사람들은 전혀 찬열과 백현을 의식하지 않고 지나갔다. 어차피 한두번 본게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 실랑이의 주제는 바로 '데려다주겠다, 싫다' 였다. 거의 10번 실랑이를 하면 7번은 이 문제로 길에서 실랑이를 한다.
"데빌다줄게!"
"싫다안카나!"
"왜!"
"싫다! 싫다! 내혼자도 갈수있는데 니 왜 계속 그라는데! 내가 아직도 애로 보이나?"
"어"
"이.. 씨발!"
"..."
찬열이 제일 싫어하는 행동이다. 아무리 까불어도 아무리 버릇없게 굴어도 항상 웃어넘겨주는 찬열이지만, 백현이 욕하는걸 이세상에서 가장 싫어한다. 웃으면서 이야기 하던 찬열의 표정이 급속도로 굳어갔다.
"알았다, 그러면 혼자가라"
"...야"
찬열이 싫어하는 줄 알지만, 이정도로 정색한적은 없기에 백현은 적잖게 당황했다. 가서 붙잡아야 하나? 하지만 백현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돌아서 가는 찬열을 붙잡지 않았다.
*
수업시간 내내 집중을 못했다. 뚫어져라 휴대폰만 바라봤다.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가는데 문자는 한통 오지 않았다. 항상 점심시간이면 문자를 하던 찬열인데... 공부는 잘하고 있는지, 밥은 잘먹었는지 확인하는 사람이였는데... 오늘은 문자가 없다.
사과할걸 그랬나, 후회막심이다. 백현은 초조하면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었다. 옆자리에 엎드려서 점심시간이 끝나가는걸 아쉬워하던 종대가 백현에게 말을 걸었다.
"마, 그러다 니 손톱 다 없어지뿐디"
"니가 뭔상관인데"
"맞다, 내가 뭔상관이고... 난 지금 저 점심시간이 없어져가는기 더 슬프다. 니 손톱이야 있든지 말든지, 내랑 뭔상관이고"
"말하는거 보소"
"니가 찬열이형님한테 하는것보다 훨배 낫다. 아주 내 말하는건 비단결이다, 비단결"
"..."
"아-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요-"
"야"
"므-"
"내가 그래 말본새가 그지같나?"
"이제 알았나?"
"..."
"내말투가 비단, 아이다... 비단은 좀 글코 내말투가 무명이면 닌 사포정도?"
"...하여튼간에 김종대 난 니가 제일 싫다"
"나도 동감이다-"
결국 학교가 다 마칠때까지 문자는 한통 오지 않았다. 백현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학교에서 야자를 하지 않는 백현은 힘없이 교문을 빠져나가고 있는데, 누군가 백현의 뒷통수를 정수리를 톡하고 쳤다. 뒤를 돌아보니 찬열이 웃으며 서있었다.
백현은 그런 찬열의 모습을 보자 눈물이 왈칵, 날것만 같았다.
"오늘 공부 잘했나"
"몰라-"
"뭘 모르노, 니 우리동네에서 제일 똑똑다이가"
"몰라, 모른다 안카나"
"그래 알았다- 가방 안 무겁나? 들어주까?"
"..."
"미안,미안"
"뭐가 미안한대"
"니 이런거 말하면 싫어한다이가, 미안하디"
"됐다, 오늘 가방 무섭다. 들어도"
"맞나 알았다"
백현은 가방을 벗어서 찬열의 품에 안겨주었다. 찬열은 뭐가 좋은지 입가에 미소가 번져있었다. 아침의 일때문에 아직 화가 다 안 풀린줄 알았는데... 내심 마음이 놓이는 백현이였다. 찬열이 세걸음 앞서가고 백현은 찬열의 등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잘 걸어가던 백현은 제자리에 멈춰섰다. 백현의 발소리가 안 들리자 찬열이 뒤를 돌아보려고 했지만 백현은 돌아보지 말라고 소리쳤다.
"바..박찬열"
"왜"
"아까는 내가 미안"
"뭐가?"
"아까 아침에 욕해서 미안하다고... 니 그거 제일 싫어한다이가"
"..."
"미안하다고"
백현의 사과에 찬열은 뒤를 돌아 뒤쳐져있는 백현에게 다가왔다. 그리곤 백현의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웃었다.
"내는 다 잊아버맀다"
"...맞나"
"그래"
"그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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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처음뵙겠습니다!! 글잡에 처음 글을 올리는 아이스아메리카노예요ㅎㅎㅎㅎㅎㅎㅎ너무 기니까 아카라고 불러주세용~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어땠나요? 제글... 저는 경상도에 거주중이라 사투리로 한번 써봤어요ㅎㅎㅎㅎㅎ 분량은 어떤가요? 좀 더 늘려야할까요?ㅠㅠ 매화 이정도 분량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많이... 읽어주시면 가..가..감사.... 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댓글 하나가 저에게 큰힘이 된답니다 (하트뿅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