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재의 기저귀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꼼꼼하게 붙이기를 끝내고 나서야 민재의 칭얼거림이 멈췄다. 아까까지는 그렇게나 칭얼대듯 울어오던 민재는 언제 그랬냐는 듯 나를 보며 베시시 웃어 온다. 손에는 천으로 만들어진 고양이 모양의 인형을 꼭 쥔 채로 나를 올려다보며 옹알이를 하듯 웅얼거리는 입이 귀여워서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비몽사몽한 눈을 몇 번 깜빡이곤 팔을 뻗어 침대 위의 민재를 안아 들었다.
" 이렇게 예쁘게 웃기 있어, 아들? "
우리 민재 웃는 게 예뻐서 엄마 피곤한 거 다 사라지겠다.
민재가 혹시나 떨어질까 자세를 고쳐 민재를 조금 더 품에 꼭 안은 채로 그 볼에 짧게 입을 맞췄다.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니 시간은 어느새 아침 10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6시 조금 넘어서 잠든 것 같은데, 그럼 4시간 조금 안 되게 잔 거구나…. 원래부터 잠이 많은 탓에 4시간 잔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애기 엄마가 되고부터는 이렇게 적게 자는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수험생일 때도 그렇게나 바뀌지 않던 잠패턴이 순식간에 바껴버린 게 참 신기하게 느껴졌다. 절로 나오는 바람빠진 웃음을 지으며 민재의 등을 토닥였다.
" 민재야, 맘마 먹을까? "
분명 금방 배고프다고 칭얼댈 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민재를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 엄마의 품에서 떨어지면 칭얼대는 아기들도 많다고 하던데 민재는 어릴 적부터 (지금도 물론 굉장히 어리지만 지금보다 조금 더 어릴 때부터) 품에서 내려놓을 때 칭얼거리는 것이 적었다. 대신 민재는 침대에 누워서 그 동그란 눈을 깜빡이며 내게 뭐라고 옹알거리다가, 금새 베시시 눈웃음을 지어 온다.
진짜 누구 닮아선 이렇게 예쁜 거야.
" 조금만 기다려. 엄마가 맘마 가지고 올게. 알았지? "
민재를 눕혀둔 방 문을 닫지 않고 반 쯤 열어둔 채로 부엌으로 걸음을 향했다. 따뜻한 물을 받아 온도를 확인한 뒤에 식탁 위에 올려져 있던 분유를 탔다. 살살, 거품이 생기지 않도록 손으로 젖병을 흔드는데 나도 모르게 절로 하품이 나왔다. 흐으….
잠을 얼마 못 잔게 진짜 피곤하긴 한가 보다.
어깨가 뻐근한 느낌에 목을 이리 저리 까딱이는 동안 분유가 다 녹았다. 분유가 든 젖병을 가지고 민재가 있는 방으로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반쯤 열린 문을 다 열며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가는데 익숙한 뒷모습 하나가 민재의 침대에 딱 붙어 서있다. 손에는 민재가 아까 쥐고 있던 그 인형과 똑 닮은 인형을 쥐고선 민재를 향해 흔들어 보이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민재야. 이거 봐. 멍멍이야. 귀엽지? "
" 우으…. "
기분 좋은 듯 칭얼거리는 민재의 옹알이를 듣자 절로 웃음이 난다. 조심스레 그 곁으로 걸음을 옮겼더니 날 발견한 건지 준회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잘 잤어? 눈이 마주치고 먼저 묻는 내 물음에 구준회가 익숙하게 곧장 내 입으로 다가와 짧게 쪽, 하고 떨어졌다. 그리고는 내가 물은 것과 똑같이 되물어온다. 잘 잤어? 대답 대신 베시시 웃으며 말했다. 애기 보잖아…. 내 말에 준회가 피식 웃는다. 손에 들려진 젖병을 본 건지 구준회는 침대에 누워있는 민재를 조심스럽게 제 품에 안았다.
" 안 피곤해? "
" 조금 피곤해. "
" 그럼 가서 더 자. 민재 밥은 내가 먹일게. "
" 너도 피곤하잖아. "
너보단 덜 피곤해.
내 볼을 손으로 한 번 쓸고는 내 손에서 젖병을 가져간 준회가 날 보며 웃어왔다. 평소였으면 내가 하겠다며 다시 준회의 손에서 젖병을 가져왔을 테지만 오늘은 정말로 온 몸이 피곤해서 어디든 눕고 싶었다. 응, 하고 작게 고개를 끄덕이니 준회가 민재를 바라보며 다정하고 또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 아들. 오늘은 엄마 아니고 아빠가 밥 줄거야. 밥 먹자. "
민재의 입에 젖병을 물리는 준회. 그리고 젖병을 문 채로 배가 많이 고팠던 건지 열심히 꼴깍이는 민재.
방으로 가려던 걸음을 멈추곤 잠깐 서서 둘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잠들었다 깬지 얼마 안 되서 흐트러진 준회의 머리가 눈에 띈다. 결혼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제 멋에 죽고 못 살던, 하물며 머리가 흐트러지는 것도 그렇게나 싫어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런 구준회가 저렇게 흐트러진 머리로, 저렇게나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민재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낯설면서도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한 편으로는 저 어깨, 그리고 저 뒷모습이 참 듬직하기도 했다. 네 살이나 어린 남자와 연애를 한다는 건 정말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뜨겁게 연애를 했고, 매일을 눈물로 지샐 만큼의 이별도 있었고… 그래도 결국 준회는 나에게 돌아왔고 나 또한 준회에게로 돌아갔다. 결혼하기까지의 과정이 어렵긴 했지만 그래도 결국은 결혼에 골인. 결혼하고 애기 계획 없이 알콩달콩 지낼거라던 구준회의 바람과는 다르게 신혼 여행에서 돌아옴과 동시에 허니문 베이비인 민재가 생겨버렸다.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둘을 바라보다가 또 새어나오는 하품을 못 이기곤 기지개를 쭉 켰다. 다시금 피곤이 몰려오는 느낌이었다. 그대로 방으로 걸음을 옮겨서 조금 전까지 둘이 함께 잠들어 있던 침대 위에 몸을 눕혔다.
침대 위에 가득한 구준회의 향기에 나른함이 더 올랐다. 향수를 쓰는 것도 아닌데 구준회의 향기는 진했다. 같은 샴푸, 같은 바디샤워, 같은 로션 향을 비집고 나오는 그 향기를 맡으며 기분 좋게 눈을 감았다. 베개에 얼굴을 살짝 부비적거리며 이불을 꼭 끌어안았다. 눈을 감자 마자 정말 금방이라도 잠에들 수 있을 것만 같다.
민재야, 준회야, 나 조금만 더 잘게….
잠에 든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내 허리를 쓰다듬는 손에 잠이 깨버렸다. 으… 하는 소리를 내며 천천히 눈을 뜨자 금새 다시 침대로 돌아온 건지 구준회가 날 품에 안곤 내 어깨에 제 얼굴을 파묻어 온다.
" 민재 밥 다 줬어…? "
잠이 잔뜩 묻은 채로 묻는 내 목소리에 구준회의 웃는 소리가 낮은 곳에서 울리듯 들려온다. 응. 트림도 시켰어. 묻기 전에 먼저 답해주는 준회에 나도 팔을 뻗어 그 허리를 꼭 안았다.
" 더 잘 거야? "
깨우려는 듯 물어오는 준회의 품에 안겨 아래 위로 고개를 두어 번 끄덕였다. 눈은 다시 감은 채로 뜨지도 못하고 응… 응… 하고 웅얼거렸더니 구준회가 날 품에서 떨어트렸다. 그리고는 내 양 볼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늘 손발이 찬 구준회의 손은 여전히 조금 차가웠다. 약간은 잠이 깨는 듯한 느낌에 한 쪽 눈만 천천히 뜨려는데 그대로 내게 다가온 구준회가 내 입술에 제 입술을 겹쳤다.
자연스럽게 벌어진 내 입 사이로 구준회의 혀가 들어왔다. 아직 잠이 덜 깨서 움직이지 못하는 내 혀를 살살 건드리듯 자극한 구준회에 의해서 혀와 혀가 맞닿았다. 서로의 타액이 입과 입을 통해 움직였고 조금은 길어질 듯한 키스는 준회에 의해서 멈춰졌다. 천천히 그 입을 뗀 준회가 다시한 번 짧게 내 입술에 쪽, 하고 닿았다 떨어졌다.
" 여보. "
다정하게 불러오는 목소리에 미처 다 뜨지 못하고 감겨있었던 눈을 살며시 떠서 준회를 바라보았다. 나와 눈을 맞춘 구준회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지만, 저 특유의 무표정 속에서도 기분 좋음을 읽어낸 내가 베시시 웃어보이자 구준회가 다시 한 번 내 입술에 쪽 하고 떨어졌다.
" 왜 불러. "
" 더 해도 돼? "
" …뭘. "
" 키스 말고. "
다음 꺼. 더 해도 돼?
갑작스러운 구준회의 말에 당혹스러운 느낌 보다는 웃음이 터져버렸다. 이 남자는 이렇게나 스킨쉽을 좋아했다. 흐, 하고 웃다가 다시 눈을 꼭 감곤 준회의 반대쪽으로 몸을 돌려 누웠다.
" 안 돼… 민재 자잖아. "
민재 깨면 어떡해.
내 말에 준회가 아, 왜, 하고 뒤에서 날 끌어안아 온다. 안 돼. 웅얼거리듯 말하곤 고개를 저었더니 준회가 내 목 뒤쪽, 여기저기에 짧게 쪽 쪽, 하고 닿았다가 떨어진다. 하지 마. 간지러워…. 내 말에도 구준회는 이미 심통이 난 건지 이젠 내 어깨에 제 얼굴을 묻곤 자꾸만 부비적거렸다. 하자. 하고 싶어. 어?
아무런 대답도 없이 자는 척 눈을 꼭 감고 가만히만 있었더니 구준회가 자? 하고 다시 한 번 물어온다.
응. 자고 있어. 내 대답에 구준회가 허, 하고 바람 빠진 웃음을 짓더니 그대로 몸을 일으켜 앉았다. 그리고는 내 몸을 천장을 바라보도록 돌려 눕힌다. 사실 아까의 키스 이후로 잠은 거의 다 달아난 상태였다. 한 쪽 눈을 실눈을 뜨는 것 처럼 작게 뜬 채로 준회를 바라보다가 눈이 딱 마주쳤다.
" 해도 돼? "
바보 같은 구준회. 그런 걸 그렇게 물어보면 어떡해.
꽤나 진지하게 물어오는 준회의 그 모습에 또 한 번 웃음이 났다. 아주 가끔, 이럴 때면 준회가 나보다 어리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구준회는 아이처럼 칭얼대는 게 많았다. 특히 이런 것에 관해서는. 나름의 신조는 있는 건지 그래도 구준회는 내가 싫다고 할 때는 칼 같이 멈췄다. 어린 티가 나는 게 싫어서 늘 한 없이 나보다 어른 같이 행동하다가도, 이렇게 가끔은 어린 애 같이 칭얼대고.
결국은 준회의 그 나긋한 눈빛을 바라보며 말했다.
" 마음대로 해. "
긍정의 뜻을 알아들은 건지 준회가 씩 웃으며 곧장 내 입술로 돌진했다. 닿아오는 입술, 그리고 조금 차가운 그 손길에 의해서 올려지는 잠옷 상의.
닿았다 떨어질 때마다 보이는 준회의 웃고 있는 그 표정은 꼭 무언가에 신난 고등학생만 같다. 누가 이 어린 애를 20대로 보겠어.
가만히 준회의 손길을 받고 있다가 그대로 준회의 목에 내 팔을 감으며 생각했다.
어쩌면 우리 집엔 애가 두 명인 것 같다, 하고.
*
안녕하세요! uriel 이에요 여러분 ♡
기다리시던 새내기도 아니고 아가씨도 아닌, 이번 글은 준회 빙의글이에요
이 주제에 대해서 누가 어울릴까 생각을 하다가 츤츤대는 고딩인 우리 준회를 대딩으로 업그레이드! 게다가 애기 아빠로 두 번 업그레이드!
선물처럼 소소하게 들고온 글이에요
아가씨를 쓰고 있긴 했는데 끊기 어려워서 (ㅠ_ㅠ) 짧은 준회 글을 먼저 들고 왔네요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ㅎ_ㅎ
공지를 알려야 할 것 같아서 짧은 준회와 함께 이렇게 왔네요
모두가 그렇듯 저도 언제 이렇게 되어버린 건 지는 몰라도 시험기간이 성큼 다가와 버렸네요
고3 이쁜이들 수능 끝났다고 축하해준 게 엊그제 같은데 (ㅠ_ㅠ) 나 왜 시험..
시험은 다음 달 중순, 그러니까 12월 20일 쯤이 되면 끝날 거 같아요
시험이 끝나는 그 날 여러 글과 함께 꼭 돌아올게요!
방학이 되면 더 자주 만날 수 있겠죠?
그럴 거라 믿으며 준회의 글도 그렇고 지원이 글도 그렇고, 아주 이것 저것 다 펼치고 갑니다..♡
저 돌아올 때 까지 기다려 주기! 어디 가면 안 돼요 (ㅠ_ㅠ) 여기 딱 있어줘요, 제 이쁜이들
같이 시험을 겪을 분들도 화이팅..☆
암호닉은 언제나 신청 받고 있습니다
곧 새내기(개한빈)의 암호닉, 아가씨의 암호닉 정리해서 올리도록 할게요!
모두 좋은 밤 보내세요, 이쁜이들
조금만 있다가 만나요 우리! ♡